"그래서, 나 오늘 영화 보여줄꺼에요?"

" 아, 영화 보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 "그사람"과 함께 본 첫 번째 영화가 되었다. 어깨에 기대어 보라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왼쪽 어깨를 툭툭 쳐보이는 귀여움에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나는 '느와르'가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사실 그렇다. 음악에, 영화에, 책에 장르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울리지가 않는다.  하나하나 개성도 다르고, 분명히 다른 점들이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영화는 액션, 이 영화는 로맨스, 이 음악은 낭만, 이 음악은 바로크 단정짓는다. 게다가 그 장르란 것은 점점 복잡해져 가기만 하니 나중에는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암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빨간 피 색깔. 죽음처럼 차분한 까만색. 그리고 첼로 선율의 파란색. 이 영화에서 들려주는 것은 온통 총소리와 울음소리. 전화벨 소리와 눈물소리.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왜'에 대한 대답없이 누굴 향한 것인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 모를 분노와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달려가는 끝.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30이 훌쩍 넘었을 한 남자가 자기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를 결말 앞에서 어린아이같이 울면서 '나한테 왜그랬어요.'를 외치던 부분이다. 아기가 엄마한테 조르듯이. 흡사 시장에서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거, 손에 잡히는 거면 다 사달라고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아이처럼, 이병헌은 마치 그렇게 졸라댄다. 손에는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총을 들고.

어쨌든, 이병헌의 대사는 모든 상황에서 참 또렷하게 잘도 들리더라. 한마디 한마디가 살아서 마치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올 듯이 들려와서 그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속에 있던 작은 몽우리들이 팍팍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배우란 저런 것이려니 했다.

영화 마지막부분에서는 에릭이 나와 참 신선했다. 대체 언제 나오나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에릭이 나오자 TV드라마를 영화관에서 보는 듯, 반갑기도 하고 왠지 기뻤다는.. ^^; 어느새 에릭의 얼굴과 걸음걸이에 정이 들었나보다.

이 영화에서 무언가 스토리, 메시지를 찾기 보다는 그냥 순간 순간 주어진 색깔과 소리, 멋있는 척하는 대사, 배우들의 표정 연기 등을 그때 그때 느껴준다면, 그렇다면야 볼만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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