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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든 느낌은 언젠가 읽었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읽었을 때의 것과 같았다. 왠지 과장된 말투와 어색한 상황들, 붕 뜬 것 같은 치밀하지 못한 묘사와 너무 별거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인 그녀, 데이지.
사실 개츠비의 그녀는 그다지 매력적이어보이지 않는다. 어여쁜 외모와 부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이유로 뭇 남성들의 환타지가 되었던 그녀는 개츠비에게 젊은 시절, 그녀의 사랑을 뿌린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란 것이 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법.
그녀는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난 돈 많은 남자, 톰 뷰캐넌과 결혼을 해 버리는 것이다.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그저 인생의 대소사에 별 생각이 없어보이는 그녀에게 개츠비는 그의 사랑을 다 바쳐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그의 환상만큼 환상적인 여자도, 지혜롭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아보였다.
얽히고 鰕?결말 끝에 소설 속의 화자는 개츠비가 위대했다고 말하는데, 왜 대체 그 사람이 위대했다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에 대한 깊고 순수한 고민도,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도 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청소년 권장 도서에 대한 모독일까.
번역은 참으로 어색했다고 볼 수 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원작 자체가 마치 연극 대사를 보는 것처럼 어색하고 붕 떠 있는 대화를 구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안고 읽었건만 그다지 탄력이 붙질 않았다.
하지만 책 뒤에 있는 해설이 책보다 더 재미있었던 적은 처음이었으니, 책을 읽고나서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피츠제럴드의 삶과, 미국의 시대상등을 반영하여 책을 풀어놓았는데, 책의 내용보다도 훨씬 재미있었다. 다만 해설에서 극찬을 하고 있는 것만큼의 가치가 이 책에 과연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꽤 잘 쓴 해설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