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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4
이솝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3년 4월
평점 :
어릴 때 접했던 이솝 우화는 색색가지의 예쁘고 귀여운 삽화로 가득찬 책에 결코 길지 않은 길이의 내용의 글이 실려 있어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이게 왜 이솝우화지?'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이솝도 모르고 우화도 몰랐으니까. ^^; 그치만 이제는 안다. 이솝은, 사람이름이고, 우화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솝은 할아버지일까? 노예였다는데, 진짜일까? 실존했을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글은 몰라도 그 지역에서 소문난 지혜자는 아니었을까? 아니면 지위는 낮아도 돈은 많은 상인이었을까? 아무튼 그가 그리스의 서민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물에 걸려 생쥐의 도움을 받는 사자,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 경주하는 토끼와 거북이, 친구를 배신하고 달아난 친구를 욕하는 곰이야기, 길 가는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기기로 내기하는 바람과 햇빛,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이야기.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더라. 게다가 금도끼 은도끼와 비슷한 이야기,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 등등 동물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의 이야기들이 짧막하게 실려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색한 로마식 이름에 2권을 다 읽어도 아직 정이 가지 않았는데, 그리스 신들의 이름(헤르메스, 데메테르, 아프로디테..등등)의 이름을 보니 왠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각각의 이야기 밑에는 후세사람들이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교훈이 적혀 있는데 이야기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고, 사실 좀 식상하기도 하다.
고대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 팔고, 돈을 빌리고, 빌려주고, 친구를 사귀고, 죽음을 맞이하여 재산을 나눠주고, 재판을 하는 등등 현대와 똑같은 사회생활을 했다는 것이고, 삶을 향한 조언들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천년 전에도 그렇다니!
한마디로,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
** 이번 책에서는 민음사만의 깔끔한 번역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just so-so. 여태까지 읽은 몇 권의 문학작품에서 번역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늘 만족감을 주었건만. 하지만, 그래도 이솝우화라는 소재의 신선함과 이솝이라는 몇 천년 전 사람의 (혹은 사람들일지도..) 이야기를 짧막짧막하게 맛 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을 문학전집에 넣은 민음사의 센스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