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다니며 공부할 당시엔 메일을 거의 매 시간 확인했다.
메일로 논문을 주고받고, 필요한 자료들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메일은 휴대폰과 같이 중요했다.
특히 학회 간사를 하던 시절에 메일은 정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그 무엇인가였다.
그래서 그 당시 나는 '언니~메일로 보냈어요'라고 했을 때 '어~? 나 메일 잘 안 보는데..잠깐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루에 한 번도 메일 확인을 안 할 수 있지?'
그런데 2019년 이후 나의 삶의 패턴이 상당히 달라지면서 나는 예의 '하루에 한 번도 메일 확인 안하는 여자'가 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첫째, 주로 비슷한 일만 한다.
둘째, 주로 만나던 사람만 만난다.
셋째, 하던 일 외에 다른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만약 원래가 메일로 일처리를 하는 직업이었다면 모를까 나처럼 그냥 출퇴근하며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하던 일만 하는 사람이라면 메일 확인이 매우 희귀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일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일상적이지 않은 사안을 처리할 때 보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나 나라 등의 소식지를 확인하는 일 등등 나의 일상과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일들이 메일로 도착한다. 굿네이버스에서 도와달라는 메일이나 희망제작소(나는 이 기관에 기부도 하고 있는데...)의 메일을 볼 때 클릭하지 않게 되는 때가 2019년이다. 로그인해서 들어가도 내가 클릭할 메일이 하나도 없는 일이 잦아지자 나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세상사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2021년 6월 4일은 나에게는 약간 기념비적인 날인데...
그 날 이후엔 나와 큰 관련없는 메일들도 열어보려고 한다.
건강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삶은 잘못 살아온 것이 분명하고,
지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인생은 좀 잘 살아가야 할텐데 라는 마음은 확실한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지만
나는 내 메일의 여러 메일을 들을 열어보고 살뜰히 읽어볼 것이다.
누가누가 높이 쌓나 시합이라도 하듯 그냥 쌓아놓았던 책들도 다시 읽어볼 것이다.
읽고 좋았던 문구를 미리캔버스 등을 이용해 인스타에 올려볼 생각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20대 중반에 정말 이상할정도로 책을 열심히 그리고 깊이 읽었었는데...
그때는 좋은 문구가 너무 많아서 내가 컴퓨터로 쳐서 자발적으로 책갈피를 만들기도 했다.
스콧 니어링의 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절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심으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율배반적인 날들이 계속되었다.
한 1년 정도 지나고 나면 내가 읽었던 책의 제목만 기억하고 그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그 때 그 책갈피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너무 좋은 말들이어서....이 책 속에 이런 말들이 담겨 있었구나....다시 기억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지금 다시 그런 시절이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으나
노력해보고자 한다.
노력하는 건 자유의지로 충분히 가능하고
이건 누가보더라도 바람직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