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만해도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현생과 거리가 먼 특정한 것에 집착해 있는 사람들을 '은둔형 외톨이' 혹은 '오타쿠'라고 해서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학을 졸업해도 사회진출이 어렵고,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만 해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작은 것에서 위로와 행복을 찾는 '소확행', '욜로' 등등의 신조어가 유행했다. 3평 방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오타쿠적인 삶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모른다는 자발적 질문을 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BTS의 팬클럽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팬덤 문화에 대한 인식도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자면 한창 연세대 농구부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였고, 나는 그중에서도 '이상민'을 좋아하게 된다. 사실 '우지원' 선수가 얼굴도 잘 생겼고 여튼 모든 면에서 이상민보다는 인기가 많은 스타였는데 나는 항상 그런 선택은 피했었다. 남들이 모두 다 좋아하는 그런 스타는 안 좋아하는 것으로....설사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숨기는 것으로....그냥 왠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인간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난 가난하고 못생겼고 뭔가 촌스러우니까 top의 경우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음...사실 연예인은 좋아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VIEW라는 잡지가 인기였는데 그 잡지였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상민의 집주소가 나와 있었다. 무슨 유원아파트? 그런 곳이었다. 발렌타인데이에 진짜 초콜릿을 사서 우체국에 가서 붙였다. 담당 아주머니께서 받는 사람 주소를 보고 나를 한 번 보더니 

'이상민은 좋겠네...이렇게 선물도 받고'라고 하셨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다가 걸린 사람 같았고, 

그 자리를 도망나오고 싶었지만 돈도 계산 안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 끝까지 있었다. 아마 그 초콜릿은 버려졌을 것이다.


그 다음은 HOT의 장우혁이었다. 실은 강타를 더 많이 좋아했다. 그런데 역시나 같은 이유로 장우혁을 택했다. 고1인가 그랬었다. 캔디 장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HOT는 영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더 많이 좋아했을 것도 같다. 


이후는 주로 작가를 좋아했는데 그 까닭은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 때문이다. 

외국작가도 좋아했다가, 이미 돌아간 작가들도 좋아했다가, 나에게는 왜 이런 류의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한탄을 했다가....고3 이후 축처져 올라가거나 줄어들 기미조차 없는 살들을 바라보며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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