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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꼭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하루 빨리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되길 간절히 원하는 국민으로서
불가능한 꿈을 꾸는 영원한 문청으로서 노벨 문학상은 늘 나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16인의 반란자들은 <매거진>의 편집자가 야심차게 진행한 프로젝트로서 매우 사소한 일로부터 비롯되었다. 노벨 문학상 작가들의 '손'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자라는 것과 아주 짤막하지만 강렬한 문장을 쓸 수 있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를 찾는 누군가의 부탁으로 부터 이 위대한 인터뷰는 시작된다.
<매거진>의 국적은 아무래도 에스파냐가 아닌가 한다. 에스파냐에 대한 이야기가 일관되게 나타나 있고, 인터뷰 작가들은 에스파냐의 진보적 정치 실현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특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는 정치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언젠가 김중혁씨의 소설 서평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려면 매우 가난하거나, 매우 부유하거나, 자살을 시도했거나 아니면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주변에 있거나, 정치적 탄압을 받았거나'로 요약되는 조건 중 하나를 반드시 갖춰야 된다'고....이런 나의 생각은 이 책을 읽음으로서 더욱 곤고해졌다.
오르한 파묵과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의 일치인지 1월 28일 토요일 중앙일보 j에서 오르한 파묵의 책을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이난아 한국외대 교수 인터뷰가 실렸다.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 아주 오래 전 터키라는 나라 뿐만 아니라 이슬람 전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던 대한민국에서 유학을 결심하고 홀홀단신으로 그 먼 타국으로 향했던 그녀의 선견지명과 용기가 부러웠다. 그녀는 지금도 매일 아침이면 터기 언론에서 오르한 파묵을 다룬 부문을 모두 훓어보는 일로 하루를 연다고 말한다. 진정한 전문 번역가의 자세다. 이런 이유로 그의 책들은 대한민국에 꽤 널리 알려져 있고, 또 번역 역시 충실히 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 그는 터키인들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 민족에 관한 학살을 고발하는 작품을 썼다. 그래서 목숨의 위협도 받고 있었다. 실제 월레 소잉카, 나기브 마푸즈, 가오싱젠 등은 정치의 한 가운데 위태롭게 서 있는 그런 사람들에 속한다. 나기브 마푸즈는 극단 민족주의자로부터 습격을 당해(흉기로 찔렸다) 그 이후론 펜을 잡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단다. 펜 잡는 연습을 지속한 끝에 가까스로 30여분 정도 집필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당연한 결과로 매우 짧은 글 밖에 쓸 수 없어 본인 스스로 이제 나는 문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라고 말하였는데 역시 대가는 대가인지 그 짧은 글들에 놀라운 문학성이 발견되어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고 있다고 한다. 예술가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인간들이다.
가오싱젠은 화가로 밥벌이를 하다가 소설가로 일약 스타가 되었지만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으며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혀 있다. 그는 매우 소심했다. 의외였지만 그의 책에 나오는 것들과 그의 모습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는 그런 법은 없으니까. 다시 한 번 문학의 의미와 가치와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문학은 허구다. 매우 가치있는 허구.
도리스 레싱 역시 내겐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 했다. 그녀의 집은 거의 도시 최하층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처럼 지저분 했고, 정신없었다. 어떻게 그런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인지...하지만 그렇게 살아도 되는 그녀의 처지가 너무도....정말 너무도 부러웠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집안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도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확보한 그녀의 인생. 무릇 작가라는 직업은 일상적인 당연한 일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기본틀이 필요한 듯 하다. 정말 그렇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작가들은 주로 유럽 그것도 동부 유럽이나 남부 유럽 혹은 아프리카 등에 살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어서 나에게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꼼꼼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으며 '주제 사라마구'는 무려 50살이 되던 해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 가슴을 마구 뛰고 만들었다. 나는 이제 겨우 32살이다. 나에게도 18년이란 시간이 남았으니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18살이 되기까지는 끔찍하리만큼 긴 세월이었고, 그 세월동안 나는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남은 18년의 방향을 결정하게 만들어 준 매우 인상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