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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M ㅣ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0년 8월
평점 :
'두 도시 이야기', '자기만의 방'.....'잃어버린 영혼'..
앞으로도 이 목록 위에 다른 책들이 추가될 것이다.
무엇이냐면 내가 끝까지 읽었는지 아닌지 좀처럼 기억할 수 없는 책, 읽은 것은 분명한데 읽었다고 하기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는 책(대부분의 책이 그렇긴 하지만 이 책들은 심각할 수준으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냥 제목과 작가 정도...그런데 나는 분명 이 책들에 대해 책장을 넘기며 읽었던 물리적 시간이 있노라고 확신한다), 그래서인지 읽기를 여러 번 시도한 책...
요안나 콘세이요는 '잃어버린 영혼'으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 서울 '알부스 갤러리'에서 원화전이 있다기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 책의 번역가가 알부스 갤러리의 아트 디렉터란다. 그런 인연으로 그런 멋진 전시회가 서울의 작은 갤러리에서 알차게 꾸려졌던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전시 기간을 연장까지 했었다. 예년이라면 꼭 가봤겠지만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삼가해야 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트가는 길도 여러 번 생각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읽은 그림책 월든에서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에서 목욕을 했다. 이는 하나의 종교적인 의식으로,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었다.
바다 근처에 사는 M은 외로운 것 같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파도만 그려놓은 페이지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파도가 데이지 꽃밭과 같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란색으로 물든 바닷가가 그려져 있는데...이 역시 내 영혼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그런 생각이 드는 그림...이 정도 크기의 그림이 이정도라면..그리고 인쇄된 상태가 이 정도의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원화를 앞에 두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크 로스코나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회가 실제로 한국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그리고 정말 그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마주했을 때(물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상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의 관람이었지만...) 느꼈던 '다름'이 떠올랐다. 그런 경험은 하면 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어지러운 생각들로 내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내 영혼에 머문다. 나 스스로 믿을만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은 삶의 큰 위로와 안식처가 된다.
바다에 있는 M은 엄마를 닮은 파란 눈동자를 싫어하면서도 엄마가 있는 아이들의 존재..그리고 그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눈물처럼 짠 바닷물에 둘러싸여 있는 M은 바다가 어쩐지 엄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엄마가 싫으면서도 엄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바다로 향한 M의 마음일 것이다. 여러 은유와 상징이 스며있는 콘세이요의 그림은 훌륭해보인다(나는 그림을 잘 알지 못하기에 평가할 순 없겠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