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상품 이미지가 없어서 따로 넣음)
중학교에 인종 혐오 낙서가 발견된다. Junie의 친구들은 이 일을 계기로 학교에 퍼져있는 인종차별/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고 한다. Junie는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 목소리 내봤자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친구들과 갈등을 빚는 이야기가 한 축이고 사회 숙제로 할아버지를 인터뷰하여 한국전쟁을 겪고 미국에 이민 온 할아버지가 겪은 전쟁 이야기가 또 한 축을 이루면서 현재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라 무척 흥미로웠지만, 그냥 책 읽기를 즐기는 독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너무 많다. 학교에서의 인종차별, 불리, 우울증, 전쟁(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전쟁 이야기가 각각 나온다), 이민자가 겪는 인종차별, 가까운 가족의 죽음 등.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책의 두꺼워지고 산만해졌다. 하나하나가 아주 중요한 주제들이고 이 책에서 제법 잘 다루고 있는 편이지만 책 하나에 다 밀어 넣기에는 좀 무리가 아닐까?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함께 엮은 건 좋은 아이디어였는데 학교에서의 인종차별과 할아버지의 전쟁 이야기를 하나로 묶고, 할머니의 전쟁 이야기와 미국으로의 이민 이야기를 또 하나로 묶어 두 권의 책으로 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주제가 너무 선명히 드러나서 감동이 덜해졌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애매해서 나도 어떤 때는 주제를 바로 보여주는 데도 좋다고 막 칭찬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가르치러 드는군 하면서 고개를 흔들기도 하니 읽을 때 나의 기분이나 마음가짐이 영향을 끼치는 거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표지도 좀 아쉽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Finding Junie Kim 이길래 피난 때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 건가? 싶어 안 읽으려했다는....
이런 아쉬운 점이 있지만 (미국)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한국의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미국에 사는 아이들은 설사 한국계라고 해도 한국 전쟁의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국 전쟁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읽을거리가 될 듯하다. 또한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인종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대놓고 주제를 보여준다고 바로 위에서 불만을 말하긴 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런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힘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나는 왜 아빠께 전쟁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빠가 한잔하셨을 때 아주 가끔 우리에게 말씀하셨던 이야기의 조각들뿐이다. 왜 그 이야기들을 자세히 묻고 기록해두지 않았을까. 이제 와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으니 그저 나를 탓하며 아쉬워하고 원통해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