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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책을 읽다 신기한 구절을 만나 여기에 옮긴다.



우리가 똥을 누면, 오줌도 자연히 따라 나온다. 똥 누기 직전에 오줌을 누었을지라도, 몇 방울쯤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방광과 직장은 서로 다른 기관이지만, 거의 동시에 작용하여 배설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점은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인은 다르다. 똥은 똥대로 오줌은 오줌대로 따로 눈다. 우리처럼 똥을 눌 때, 오줌이 따라 나오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똥만 누고 오줌은 나중에 다시 누는 백인종의 습관을 신기하게 여기듯이, 저들도 우리 쪽을 기이하게 생각한다.

일본인 야스가와 미쓰끼(安川實)의 경험담이다. 그는 1953년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 입학허가를 받고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 곳에는 변기 20개가 칸막이 없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당연히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똥을 누게 마련이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물었다.

"어이 미쓰끼, 너는 똥 누기 전에 오줌을 누냐?"
"나는 둘 다 한꺼번에 하니까 편하다."

그러나 주위 학생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미쓰끼는 그 가능여부에 대해 내기를 걸었다.

나는 40여명 가까이 모여선 학생들 앞에서 변기에 앉아, 나오는 것이 잘 보이도록 허리를 조절하면서 분명하게 '우쓰 자아, 보단 보단' 소리와 함께 똥.오줌을 함께 떨어뜨린 다음, 밑도 닦지 않은 채 눈앞의 30불을 거머쥐고 변소에서 뛰어 나와 달아났다(礫川全次, 1996:22).

유럽 사람들은 어떠한가? 독일의 한 대학교수에게 묻자,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으나, 나와 아들은 아침에 일을 볼 때, 똥만 누고 오줌은 뒤에 따로 눈다"고 대답하였다. 이번에는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시 부근에 거주하는 원주민(아파치족)의 관습을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우리와 같았다. 멕시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몽골로이드와 코카소이드 사이에 나타나는 인종적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어떤지 궁금하다.

- 14장 '똥.오줌 누는 방법' 전문



40명 앞에서 똥과 오줌을 함께 눈 남자, 미쓰끼도 대단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저자 김광언과 독일 대학교수의 대화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벽안의 대학교수에게 "유럽 사람들은 똥을 눌때 오줌도 함께 누는가?"라고 묻는 학자의 모습이 미소짓게 한다. 대답은 또 어떤가. 유럽의 학자답게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으나'라고 운을 뗀 그는 "나와 아들은 아침에 일을 볼 때, 똥만 누고 오줌은 뒤에 따로 눈다"고 진중히 답한다. 아들의 배변까지 챙기는 아비의 마음이 애틋하다.

뒷간의 어원과 역사에서부터 각 지역별 뒷간의 특징, 절간과 궁궐의 뒷간, 그리고 뒷간과 연관된 속담에 이르기까지. <뒷간>은 우리가 매일 들락거리지만, 정작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뒷간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뒷간 하면 '똥오줌'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니 '똥오줌의 문화사'라고 해도 좋겠다. 글로 채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수많은 도판들이 채우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매우틀'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되어 인터넷 검색을 하니 "왕이나 왕비가 사용한 이동식 변기"라고 나온다. 책에 따르면 "매우(梅雨)는 똥.오줌을 이루는 한자이다. 매는 큰 것, 우는 작은 것을 빗댄 향기로운 이름이다"라고 한다. 雨는 시적 표현이라고 해도,  梅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금의 똥은 매실만큼 달콤하다는 걸까?

그런데 이 매우틀, 왕이 썼다고 하기엔 조금 조잡해보인다. 청자나 백자요강을 두고 굳이 임금이 거친 나무결에 엉덩이를 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왕실의 매우틀은 따로 있었다. (검색 결과와는 달리 상류층에서도 매우틀을 썼던 모양이다)




이것이 바로 임금의 매우틀. "귀인이 쓰는 것이라, 나무틀에 우단을 씌웠다"고 한다. 우단은 바로 벨벳이니, 생각만 해도 엉덩이가 부드러워지는 기분이다. 저런 곳에서 일을 보니 매실처럼 달콤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여기서 우리는 지젝의 논의를 참고할 수 있다.


이 신비에 싸인 X, 우리 존재 내면의 보물은 자신을 이질적인 침입자로서, 심지어는 배설물이라는 기형(奇形)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항문과 연관은 충분히 정당화된다. 즉 내부의 무매개적 출현the immediate appearance of the Inner이 형태 없는 배설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배설물을 선사하는 어린 아이는 일면 자신의 X 인자의 직접적인 등가물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프로이트Freud가 배설물을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선사하는 선물의 최초 형태로, 가장 깊은 내부부터의 물체로 간주한 것은 외견만큼 소박한 차원의 것이 아니다.

종종 간과되고 있는 사실은 타자the Other에게 제공된 자신의 조각은 근본적으로 숭고한 것the Sublime과 (우스꽝스러운 것the Ridiculous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서) 배설된 것the excremental 사이를 왕래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라캉에게,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특성들 중 하나는 인간에게만 배설물의 처리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 슬라보예 지젝,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이데올로기> 중에서

다시 말해, 매우틀에 싼 임금의 똥은 그것을 치워야 하는 이들(타자the Other)에게 '숭고한 것the Sublime'이 되고, 요강에 싼 범부의 똥은 '배설된 것the excremental'이 되는 것이다. 똥은 종종 농담의 소재가 되지만, 남편의 요강을 치워야했던 부인들에게 그것은 우스꽝스러운 것the Ridiculous일 리 없다. 그것은 실재다. 그런 의미에서 지젝의 지적은 실로 적확하다.

그렇다고 모든 임금의 '매우'가 숭고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다음은 대신들을 뒤에 두고 요강에 오줌을 눈 경종의 일화.

   
  (전략) 임금이 여러 신하들을 대하여 몸을 조금 돌려 오줌을 누므로, 잠시 물러가려고 하자 막았다. (중략) 이거원이 아뢰었다. "한 나라 무제는 관을 쓰지 않고 급암(汲黯)을 만난 일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소피를 보실 때 하교도 않으셨고, 환시(宦侍) 또한 알리지 않았으니, 이는 신료(臣僚)를 대하는 도리에 부족함이 있는 것입니다." (<경종실록> 2년 [1722] 6월 24일)  
   

임금이건 개건, 자고로 똥오줌은 가려야 하는 법. 똥오줌을 잘못 가리면 이런 일도 생긴다.

   
  옛적에 장길손이라는 거인이 있었다. 먹을 것이 모자라 언제나 배가 고팠다. 돌.흙.나무 따위를 닥치는 대로 먹고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였다. 설사가 흘러내려 태백산맥이 되고, 똥 덩어리는 튀어서 제주도가 되었다.
 
   
 
똥과 관련된 속담 중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한살 더 먹고 똥 싼다"
- 나이를 먹어 가면서 철없는 짓을 더 한다.

"똥 누러 가서 밥 달라고 한다."
- 일의 순서를 모른다.

"적게 먹고 가는 똥 누어라."
- 욕심 내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아라.

"빨리 먹은 밥 똥 눌 때 보자 한다."
- 서두르면 탈이 생긴다.

"똥도 못 누고 불알에 똥 칠만 하다."
- 목적도 못 이루고 도리어 낭패를 본다.

"무섭지는 않아도 똥 쌌다는 격이다."
-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한살 더 먹고 똥 싸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듯. 마지막 속담을 요즘 말로 바꾸면 이렇게 되겠다. "똥은 쌌지만, 무섭지는 않다" 과연... 신년을 맞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오래도록 음미할만 하다.


이외에도 책에는 과거에는 여성들도 서서 소변을 보았다는 이야기와 소변을 음복하고 대변을 습진에 약으로 썼다는 이야기 등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바로 한 장의 그림.


아프리칸_스타일.jpg


이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2010년에는 순리대로 삽시다!

-

여기까지 쓰고, 글을 올리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아, 프로이트!)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나 추가한다.

아무리 2010년에는 순리대로 살자고 마음을 먹어도,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수많은 장애물들, 방해자들.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여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제안이 있다.


   
  똥포는 얼굴에 쏘는 무기이다. 성 안에 항아리 네 개를 두고 위, 아래 사람과 남녀가 따로 뒷간으로 쓰게 한다. 그 안의 똥에 때로 허드레 물을 섞은 다음, 잘 저어서 흙탕처럼 만들어 대나무 통에 담는다. 통 끝의 작은 구멍을 적에 대고 내용물을 쏜다. 통 안에 풀 뭉치는 넣어서 입구를 막으며, 둥근 나무로 만든 밀대를 통 안으로 밀면(풀 뭉치 대신 둥근 나무 끝에 삼 새끼를 동여매어도 좋다) 똥물이 튀어나간다. 힘이 있으면 대 여섯 걸음 밖으로 나가며, 또 얼굴을 맞출 수도 있다(풀 뭉치에는 끈이 달려서 쏘고 난 뒤에 다시 당긴다). 바가지를 쓸 수도 있지만, 허비되는 양이 많을 뿐더러 적중률도 낮다.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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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009-12-2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 이야기의 담당분야...를 따져보니, 역시 인문이 적격이군요. 광폭의 소재를 다루어 오시다 기어이 똥을 다루게 되셨으니 큰 성취라 일컬을 만 하네요. 축하드려요~

활자유랑자 2009-12-28 13:07   좋아요 0 | URL
똥도 못 누고 불알에 똥 칠만 하는 격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송구스럽습니다.

고랑이 2009-12-2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계속 똥, 똥 거리는 페이지를 읽으니까 기분이 묘한데요. 아프리칸 스타일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줄 것 같지만..물고기들까지 생각한 마음씨가 아름다워요(?) 왠지 저도 여기에 또 하나의 배설을 한 기분이네요ㅋㅋ 그래도 무섭지는 않아요..

활자유랑자 2009-12-28 13:08   좋아요 0 | URL
2010년도 그런 마음(?)으로 복 많이 받으세요..
 


요네하라 마리는 알라딘 편집팀이 무척이나 사랑하는 작가였다. 과거형을 쓴 것은 '편집팀'은 이미 '도서팀'이 되었고, 구성원들도 대부분 바뀐지 오래기 때문. 이런 사정과는 무관하게, 새로 출간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은 여전히 좋다. 군침도는 음식과 당장이라도 친구에게 전화 걸어 '너, 이거 알아?'라며 얘기해주고 싶은 흥미로운 지식들이 맛깔나게 녹아있는 것이다.  

사실 책을 파는 일 중에 가장 힘든 부분은 좋은 책을 추천하는 일이다. 재미있다, 좋다, 읽어 보세요. 하지만 대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마련이고, 관계를 의심하는 연인에게 필사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연인들은 이벤트를 하고, 책 또한 마찬가지.   

'좋다'는 말은 이미 위에서 했고, 출간 기념 이벤트 역시 진행되고 있으므로(여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미식 견문록>을 지니고 다니며 읽었던 지난 며칠 간, 내게 일어났던 '이상한 일'에 대해서.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뿐인, 자질구레한 체험인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렇게 쓴다.  

원치 않는 분들은 읽지 않아도 좋다. 어쨌거나 내가 해야 하는 이야기는 '좋다' 한 마디에 있으므로. 하지만 펼쳐진 부채살의 골처럼 때론 접혀 보이지 않는 일상의 이면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내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종 플루, A형 간염, 수족구병 등에 이어 세균성 장염이 유행이라고 한다. 신상 가득한 매장에서 쇼핑하는 기분으로, 고민 끝에 장염을 골랐다. 음주 습관과 식습관 등 내 스타일엔 역시 장염이 맞다는 의견에 그만 얇은 귀가 흔들렸다. 정확하게는 '불상의 바이러스성 창자 감염'. 그런데 왠걸, 유행이라면 언제나 한 발 빠른 문학MD님이 먼저 장염에 걸린 것이 아닌가. 게다가 풀옵션으로 입원에 90시간 금식까지!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순 없었다. 괜히 문학MD는 아닌 모양이다.  

물 대신 포*리스웨트를 마시며 며칠간 연명했다. 의학의 발달 보단 조금 더딘 속도로 나아지고 있는 참이었다. 요동치던 장들도 이제는 잠잠해지고. 그런데 식욕만은 어떻게 해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처방전을 들고 세 번째로 약을 타러 간 날, 식전과 식후로 나뉜 약의 복용법을 설명하던 약사 할머니에게 "밥을 안먹으면 어떡하나요?"라고 묻자 빙긋 웃음과 함께 이렇게 답해주셨다. "글쎄,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지. 뭐, 별 수 있나?" 아 네…  

약사 할머니의 말씀에 감명 받은 나는 <미식견문록>(마음산책, 2009)을 가방에 챙겼고, 출근하자마자 메신저 대화명을 이렇게 바꿨다. "술, 담배, 인터뷰, 남 좋은 일 안합니다" 솔직히 담배는 끊을 자신 없고, <미식견문록> 초반에 나온 보드카 얘기에 술이 조금 당기긴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지. 별 수 없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무렵, 메신저로 담배나 한 대 피자고 나를 꼬셔낸 문학MD님이 문득 옛이야기를 꺼냈다. 좋았던 시절, 술담배는 끝도 없이 하고 인터뷰와 남 좋은 일은 꿈도 안꾸던 그때. 장염은 그저 개가 걸리면 죽는 병이라고 알고 있던, 그럼에도 조심할 생각은 않던 그때 말이다. (그러고보니 장염에 걸리고도 죽지 않았다. 이젠 사람이 된 걸까?)  

문학MD는 내게 '간판' 이야기를 했고, 나는 '미끄럼틀'을 생각했다. 좋았던 시절, 만취상태에서 싸운 상대. 물론 '간판'과 '미끄럼틀'은 전혀 다른 것이어서, 그 사이에는 5년의 시차가 있었고 전혀 다른 두 여성이 연루되어 있었다. 나는 13년 전 얘기를 이제와서 꺼내냐고 불평했고, 문학MD님은 8년 전 얘기라고 퉁박을 줬다.

마침 저녁에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던 나는 살짝 놀랐다. 그러니까, 8년 전 나와 간판을 싸우게 했던 친구 A. 이런 종류의 동시성(coincidence)은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한다. 빈정대던 문학MD님의 오해와는 달리 한때 나와 선배와 'bizarre love triangle'을 이루었던 그녀는 8년째 열애중이고, 나는 쿨하게도 그 둘과 '좋은 관계'로 남았다. 물론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고, 하나의 간판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명복을 빕니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A는 종종 미식가임을 자처했다. 맛집으로 안내하라는 부탁을 들어준 적은 없지만, 언젠가 조금 색다른 '미식'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살짝 내비친적은 있다. 그때 내가 추천했던 출판사는 바로 마음산책이었다. 역시 마음산책이지, 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십리에는 비가 왔고, 우리는 찜닭을 먹었다. 반주도 없이, A는 교정을 하기 위해 사랑니를 뺀지 얼마 안되어 술을 못먹는다 했다, 텅 빈 가게에서 찜닭을 먹고 있자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찜닭이 처음 대중화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갑자기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하늘은 넓고, 미소는 빛났으며 찜닭집은 언제나 만원이었던 그때. 당면을 뒤적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는데 후배 B에게 전화가 왔다. 이른 시간에 잔뜩 취한 녀석의 목소리가 한층 그리움을 키웠다. 한 때 왕십리 바닥에선 담배꽁초보다 이런 녀석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미래도시가 되어 버렸지만.

여자친구와 2시간 전에 헤어지고 혼자 실내포차에서 소주 2병을 마셨다는 B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부러 시간을 끌다 간 그곳에는, 알다시피 이런 경우에는 '시체'를 치우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 사이에 연락을 받고 온 후배 두 명이 더 있었다. A, B, C, D… 문득 시간 관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비 오는 왕십리.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배는 술에 꼴았으며, 녀석을 위로하기 위해 우리가 나왔으나, 실상은 욕을 하고 있는 중이다. 녀석도 질세라, 내게 욕을 한다.  

"형, 그거 알아요? 형이 X 같은거. 그래서 내 인생도 X 같지."
"그러니까 니 말은, 내 X 같은 면에 네가 영향을 받아서 너도 X 되었다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책임져"
"그래, 니 말대로 나는 X 같아. 그런데 내가 너를 책임진다면 난 더이상 X 같은 놈이 아니잖아? 그러니 나는 너를 책임질 수 없다."

영락 없는 8년 전 필름. 그래서 마시기 시작했다. 장 따위는 잊고. 이건 분명 꿈 아니면 '타임슬립time slip'이었으니까. (* 'Life on Mars' 참고) 죽을 때가 되었나 싶기도 했다. 죽기 전에 사람들은 과거가 눈앞에 펼쳐지는 일을 경험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소주병이 쌓여갈 무렵, 홍대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물론 나한테 온게 아니라 함께 있던 후배C(여, 28세)에게. 이래도 이게 과거가 아니라고? 택시를 타고 출발. 선배들은 취해 있었고, 소녀시대 이야기를 했으며(과거까지 장악해 버렸다!), 우리에게 '보드카 오렌지'(!)를 사줬다. 그리고… 그리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홍대 거리의 불빛만 아른거릴 뿐.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타임슬립'을 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꼬인 시공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기억이 끊긴 것이리라. 그래도 보드카 오렌지는 맛있었다.  

드카는 이렇게 생겼다.  (PPL 아님)



간여행을 마친 아침, 그 부작용으로 깨질듯한 머리를 안고 일어나 라면을 먹었다. 각각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집으로 출발하려던 차. 책상에 놓여 있던 책을 보고 후배가 말했다. "마리네?" 나는 되물었다. "친했어? 요즘 연락 되냐?"(*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났다) 후배가 대답했다. "거 왜, 형이 전에 나 준 <대단한 책>이 이 사람, 요네하라 마리 책 아니야?" 바로 그랬고, 나는 잽싸게 책을 가방에 넣었다. 부천까지는 먼 길이었으니까.  

영화는 5시부터, 약속은 1시에 있었다. 부천에 살고 있는 사촌누나(모출판사를 다니고 있음)를 오랜 만에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지만, 요네하라 마리를 읽으며 어느덧 몸에서 알콜이 빠져나가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낄낄 웃으며 책장을 넘기자 라면을 먹었음에도 살짝, 배가 고파왔다. 부천에 도착한 것은 2시 반이었다.

송내 역에서 서로를 발견한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못본 사이 몸무게가 *KG 은 늘어있었던 것이다. 반면 누나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너, 이 동네로 이사왔니?" 나는 그냥 비가 온다길래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신었을 뿐인데.

'도가니'탕을 먹으며("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나누던 중, 누나가 사랑니를 뽑고 교정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정을 시작하면서 식탐이 늘었다고. 주말에는 이모부가 하는 이것저것들을 토할 때까지 먹는다고도 했다. 이모부는 호텔 주방장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어린 시절, 방학이면 놀러갔던 이모댁. 가난한 우리 집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산해진미가 쌓여 있었으니 그 중에 압권은 역시 홈메이드 생선초밥이었다. 문득 누나가 출생의 비밀이라도 밝히듯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아빠… 다 일식 주방장인줄 알았잖아 그래서… 근데, 양식이었대… 엄마도 얼마 전에야 알았어…" 이런 일이 있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도가니탕은 무척이나 맛있었다. 아, 우리 모두 밥은 말아 먹지 않았다. 라면이나 생수 아닌 다른 국물에 불은 밥은 맛이 없으니.

무려 한 시간 삼십 분에 걸쳐 밥을 먹은 후, PiFan 극장에 닿았다. 그곳에서 장염이 다 나은 문학MD님을 만났다. 함께 본 것은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락의 불모지 인천, 모텔촌 사이에 오아시스처럼 피어난 클럽 '루비살롱'과 밴드들의 이야기다. 어제 아른하게 과거를 걸으며 보았던 홍대의 불빛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있는 모양.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그리고 이런 명대사도 존재한다.  



아 눈물 나서 혼났네.  

바람 불어 철제 의자가 날리는 살풍경한 그곳에서 한 편의 영화를 더 본 후 다시 지하철을 탔다. 막차 즈음한 지하철은 한산했고, 나는 다시 요네하라 마리를 읽었다. 덜컹덜컹, 낄낄, 덜컹덜컹, 낄낄. 늦은 밤엔 언제나 그렇듯 신도림에는 쉬이 열차가 오지 않았고, 열차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내내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집에 가도 먹을 건 없잖아. 우린 안될거야, 아마. 생각하며.  

결국 15분이 훌쩍 넘어서야 도착한 열차 덕에, 응암역에 내릴 즈음엔 이미 번역자 해설만 남기고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책장을 덮고 지하철 문을 나서는 순간 문득, 조금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완결된 기분. 나는 아팠고 길을 떠났으며 첫 장을 펼쳤고, 이제 나았고 돌아왔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라고 말하고 싶은.  

하하, 스스로 생각해도 허튼소리에 그저 헛웃음을 짓고 돌아온 집에는 낮에 다녀가신 엄마가 해놓은 두부전골이 기다리고 있었다.

러니까, 
엄마가 해준 밥보다 맛있는 밥은 없고 가끔씩 장염에 좋은 책도 있다는 얘기.
이 정도면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말을 믿을 수 있겠지?


* 이 글을 쓰는 동안 어떤 간판도 다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Also Avail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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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9-07-2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읽으면서야, '간판'과 '미끄럼틀'을 혼자 상대하신 걸 알았습니다. 다음엔 미끄럼틀 얘기도...^^

활자유랑자 2009-07-23 19:16   좋아요 0 | URL
그건 좀 낯뜨거운 얘기라서... 아마 인체자연발화 현상이 그런 거 아닐까요? 한여름에 술먹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던지...;

시끌북스 2009-07-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면서 미소가 번지는게 자연스러웠어요~ ㅋㅋ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니 일하는 아침 기분이 좋더군요.
인문과 역사를 사랑하고자 열심히 탐독중이지요. ^^

활자유랑자 2009-07-23 19:17   좋아요 0 | URL
앗! 고맙습니다 :)

mong 2009-07-2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인문MD님 서재에 오면 인문 생각은 안나고
퀴퀴한 자취방에서 무슨 사고를 칠까 궁리하는 공범이 된듯한 느낌이...
이유가 뭘까요

이유가 뭐건간에
고마워요 마리

활자유랑자 2009-07-23 19:19   좋아요 0 | URL
인문학 잘은 모르지만, 결국 사고를 치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이유야 뭐건간에
저는 내일부터 2박 3일간 ** 락페스티벌에 '인문 스피릿'을 불사르러 이만 총총...
(괜히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었어요;)

라로 2009-07-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에 계신 몽님 덕분에 마리여사를 알게 되고 폭 빠지게 됐는데요,
고마워요 몽~
그런데 왜 이벤트를 이제야 하냐고요오????흑흑

이유가 뭐건 간에
다음엔 미끄럼틀 얘기도...좀,,,^^;

활자유랑자 2009-07-23 19:20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는 좀 더 사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장염에서 회복기라 아마 주말 동안에 '락페'에서 죽을 거 같아요.
그리하여 미끄럼틀 이야기는 무덤까지...;

섬연라라 2009-07-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 이 동네로 이사왔니?" 나는 그냥 비가 온다길래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신었을 뿐인데.
여기서 빵 터졌네요. ㅋㅋ

락페에서 살아돌아오셨나요? @_@



활자유랑자 2009-07-30 14:17   좋아요 0 | URL
아ㅜㅜ 돌아는 왔습니다. 그립고 꿈꾼거 같고 그래요. 3일 동안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방방 뛰는 기분이란. (보통 락페 때는 비가 왔었거든요;)

oscal2000 2009-07-30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책제목만보고 들어왔는데 마침 저자가 며칠전 읽고좋아하게된 요네하라마리씨라 깜짝 놀랐습니다.16년동안 함께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서 관련된 책만 미치도록 찾아읽다가 보게된 "인간수컷은 필요없어"에서의 소개에서는 분명 이런책제목이 없었거든요.글도 좋았지만, 갠적으로 그녀처럼 살다가면 얼마나좋을까,넘 빨리갔다..하고 관심많았는데,반가운 맘으로 읽어봐야겠네요.식후에 보라고해서 굉장히 잡다하거나 괴이한 미식얘기인줄 알았어요ㅋㅋ

활자유랑자 2009-07-30 14:18   좋아요 0 | URL
<미식견문록>은 신간이니까요. ㅎㅎ 식전에 읽으면 배가 고파서 눈물이 날지도 몰라요!

꿈꾸는 아이 2009-07-3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명언 가슴에 팍팍 와닿습니다.....

활자유랑자 2009-07-31 16:18   좋아요 0 | URL
우린... 안될까요? ;

비로그인 2009-08-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다운받아놓은거 있어염? ㅋㅋ
마자요...
우린 존나 열심히 안하죠....--;
누구나 한번쯤 고딩때로 돌아간다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 가질거라 하지만, 난 언제나 단호하게 이야기해요...
그 세월을 또 살아야해? 싫엇!! 돌아가봤자...존나 열심히 살아야거나, 또 열심히 안살겠지...

활자유랑자 2009-08-13 04:24   좋아요 0 | URL
음... 어쩌죠 정말? ;

silktree 2009-08-3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지막..'응암역에 내릴 즈음엔' 부분에서 더..크게 크하하..미소지었죠.
저도 응암역에서 내리거든요.
책 선택합니다. 무엇보다도..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 표지에 있어서요.

활자유랑자 2009-09-02 16:34   좋아요 0 | URL
앞으로 동네에서 험하게 놀면 안되겠네요 -_ㅜ

뒷북소녀 2009-09-1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너무 재밌어요!^^ MD님이 깔깔거리며 읽었듯이 저도 깔깔거리며 읽었어요.ㅋㅋ

활자유랑자 2009-09-18 00:56   좋아요 0 | URL
꺄르륵

알로하 2009-12-0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인문 추천글 보다가 와봤는데 MD님 너무 재밌으시네요. 간만에 크게 웃었습니다. 요네하라 마리 요새 관심이 생겨서 보려는 중인데 더 기대되네요!

활자유랑자 2009-12-08 13:26   좋아요 0 | URL
마리 여사의 <문화편력기>가 출간 되었습니다! 막간 광고 ㅎㅎ

banil007 2009-12-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위의 댓글을 보고 좌절했어요.
마리여사의 출간된 책을 전부 보고나서 'MD님 덕분에 최근 즐거웠어요!'라고 하려했는데;
<문화편력기>의 출간이라니요_ㅜ 아,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문화편력기까지 읽어버리고 쓸까..하는 오기가 피어올랐습니다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요,댓글의 욕구를ㅎ
'아아!정말이지 너무 기뻐서 미쳐 죽어버릴 것만 같은 상황인걸요!'ㅎ
조만간 다시 오겠습니다ㅎ

활자유랑자 2009-12-13 04:31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오는 일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요?
축하드려요 :)
 

심리학으로 보는 도시남녀의 욕망과 갈등
도시 심리학
하지현 지음 / 해냄


도시인, 그리고 13년 후…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길을 왔는데
이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누구도 말을 않네 

- 조용필, '꿈'  

1991년 발매된 조용필 13집 'The Dreams'에서 도시는 좌절된 유토피아로 그려진다. 교과서적 독해을 해보자면 도시라는 꿈을 꾸며 떠나왔지만 현실과의 낙차에 절망하는, 그러나 별 수 없이 고향의 꿈을 꿀 뿐인 화자의 절절한 마음이 녹아있는 가사라고 할까. 꽤나 고전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주제.

아침엔 우유한잔 / 점심엔 fast food
쫓기는 사람처럼 / 시계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메운 /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 This is the city life  

- 넥스트, '도시인'

그로부터 2년 후, 넥스트의 데뷔앨범에서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도시는 더이상 '대상'이 아니다. 도시는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고, 그곳엔 희망이나 절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저 일상이 있을 뿐.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을 보면서,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사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도시인이고, 꿈꿀 고향조차 없기에. 이것은 분명 (적어도 대중음악사에서는) 새로운 프레임이었다.

그렇다면 13년이 지난 오늘, '도시'란 단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보들레르의 파리, 벤야민의 아케이드, 모더니스트들의 경성, 키리코의 '거리의 우수와 신비',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보이지 않는 도시'였다...라고 하면 물론 거짓말이고. 고작 웹툰 '마음의 소리'에 등장하는 대사가 떠오를 뿐이었다. "나는 워크홀릭에 빠진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결국, '별 생각 없다'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이유는? 이제 '도시'란 말이 너무 당연해졌다는 것. 그리하여 어떤 감흥도 주지 않는다는 것. 워크홀릭에 빠진 차가운 도시남자처럼 말해보자면 'take-for-granted'라는 말이다. (아아...) 그것은 우리가 굳이 '사람'임을 되뇌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도시인으로 사는 일은 분명 피곤하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대충 감이 온다. 거시적인 담론(을 다시 멀리서 바라보는 방법)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일은 익숙하니까. "'세계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국제화', '88만원 세대' 등 다양한 용어와 이론으로" 보고 재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론이 당신의 폐부를 찌르지는 않는다. 책의 표현을 빌자면  

"그런데 매일 신문을 장식하는 사건들의 큰 흐름과 원인들, 그것으로는 뭔가 미흡하지 않은가. '집단 속의 나'가 궁금하지 않은가. 결국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니 말이다.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삼각형의 대열을 유지하는 이유도 알고,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라는 것도 우리는 이제 안다. 그러나 맨 앞에 날아가는 기러기의 고독, 중간에 쳐져서 허덕이는 기러기의 우울함,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젊은 기러기의 충동성은 망원경으로 파헤치기 어렵다. 그렇듯 하나하나의 마음 안을 돋보기로 샅샅이 뒤져봐야 도시에 살고 있는 나의 속내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렇다. 도시는 이론들이 분석하듯 그렇게 존재하고 있고, 당신은 그 속에서 살아간다. 고독하고, 우울해 하고, 전정긍긍하면서. 하지만 당신이 진정 궁금한 것은 도시의 존재방식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허덕이는' 이유가 아닌가? 그렇다면 먼저 도시인으로서의 당신을 찬찬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떤 가치와 욕망에 맞추어 살고 있는지.  

그런 의미에서 <도시 심리학>이란 제목과 기획은 꽤나 절묘하다. (반면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이란 부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조금 촌스럽다) 


'머물기에는 갑갑하고 떠나기에는 아쉬운' 당신을 위해


책 표지의 표현대로 '머물기에는 갑갑하고 떠나기에는 아쉬운' 도시인의 심리는 이율배반적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극히 꺼리면서도 만취한 상태에서 아무 의심 없이 대리운전을 부르고, 과학과 이성을 부르짖으며 사주카페를 찾는 것처럼. 하지만 책은 함부로 재단하지도, 함부로 비판하지도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난개발된 도시처럼 얽히고 섥힌 우리의 욕망을 찬찬히 분석해 우리 앞에 보여줄 뿐이다.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소통을 원하고, 커다란 '한방'을 바라지만 '한방'을 위한 별 노력은 하지 않고, 카드값에 끙끙대면서도 결국 지름신에 굴복해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들이는. 더하고 뺄 것 없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은, 놀랍게도 꽤나 많은 위안이 된다.  

그 이유는 무얼까? 아마 우리는 단지 이해받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과도한 소비, 과도한 욕망, 줄어들지 않는 공허함에 몸부림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라는 말이 아니라, 단지 "그래, 네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겠어"라는 말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의 저자 김혜남은 이 책의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이 책은 쾌락을 행복으로 오인한 현대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쾌락의 무분별한 추구는 욕망을 더 가속화시키고, 소통의 부재와 소용돌이치는 관계 안에서 점점 더 분열되어가는 현대인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두려움과 외로움에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저자는 분석의 렌즈를 꺼내들고 한번 ‘우리를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소소하게 지나치던 일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바로 이런 두려움과 갈등이 있다네. 자넨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당연히, 우리는 모두 친구가 필요하다. 
  

 책속에서

지름신은 21세기의 미륵불이 아닐까. 살면서 매일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내 생각보다 중요하고, 지나친 자기절제의 당위성에 머뭇거리는 보잘것없는 인생살이에 아직은 ‘내가 원해서 산 거야’라고 선언할 용기가 없는 우리에게 지름신은 현재의 답답함을 해결해 줄 처방을 내려주는 존재다.

불확실하고 어두워 보이는 미래에 대한 신뢰할 수 없는 약속보다 현재의 포만감과 행복감을 원하는 중생들은 지름신을 모시려 한다. 품안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들면 삶의 괴로움에 찰나적이나 짜릿한 엔돌핀이라는 연고를 바르며 행복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치고 힘든 자들이여, 당신 마음에 지름신을 모셔라. 베짱이 같은 삶을 살다가 겨울에 고생할 수 있다고 여름에 개미처럼 일만 할 이유도 없는 법. 오늘을 즐기자! -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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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2009-06-0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넥스트의 '도시인' 가사는 원래 프롤로그 서문에 적었다가 나중에 뺐는데 MD님이 언급하셨네요. 대략 비슷한 세대? ㅎㅎ

활자유랑자 2009-06-08 19:30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에 다니던 사촌누나의 LP 판을 몰래 들었어요. 아마 제가 손아래? ㅎㅎ
책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가끔은 상담을 받고 싶은데, 혹시 추천이라도...;
고맙습니다. :)

hublot 2011-12-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니던 사촌누나의 LP 판을 몰래 들었어요. 아마 제가 손아래? ㅎㅎ
책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가끔은 상담을 받고 싶은데, 혹시 추천이라도.
 

"로쟈는 하나의 경이다" - 천정환 교수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지음 / 산책자 


로쟈라는 텍스트

"온다 리쿠는 한 명입니까?"  

얼마 전에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 온다 리쿠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던 질문이란다. 슬며시 미소짓게 되는 농담. 대답은 물론 "하하하, 그렇습니다"였다지만 그 질문이 나온 배경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게 정말 한 작가가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의 양인가? 라는 경탄. 우린 이미 '듀나'와 그/그녀(들)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로쟈'는 한 명입니까? 아마도 대답은 '그렇다'가 될 것이고,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바로 그 증거다. '로쟈와의 만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발문에서 천정환 교수는 "외양으로 드러난 것에 의하면 그는 진중하고 말수 적은 일종의 '아저씨'"라고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웅숭깊은 눈매를 가진 일종의 미남자"라는 부언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책날개에는 '미남자'의 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사용함으로써 다소간의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천 교수의 발문은 "그는 하나의 경이驚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그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으리라고 쉬이 상상하기 힘든 무궁무진한 앎에 대한 경탄이다. 그의 서재를 보고 있자면 온갖 텍스트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연상이 될 정도다. 하지만 물론, 그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공들여 직조한 서재를 통해 우리가 도착하게 되는 곳은 조금은 낯선 세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텍스트와, '듣도 보도 못한' 텍스트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텍스트가 종횡으로 연결된 세계다. 문학, 철학, 사회과학,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앎'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다.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가 된다. 보르헤스의 정원을 닮은 그런 텍스트가.

어찌보면 그는 능숙하지만 장난끼 많은 배관공을 닮았다. 어떤 지식이나 사상의 흐름을 훑어 가는데 막막함을 느낄 때 그의 서재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과 '접촉'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물론 즐거운 일이다. (점점 늘어나는 보관함의 책들을 보면,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페이퍼에서 책으로...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그래, 알라딘에 있는 그의 서재가 그런 데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책은?  

솔직히 그의 '서재'가 책으로 엮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금 놀랐다. '무한히 확장하는 도서관'을 닮은 '공간'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걱정. 하지만 앞에 놓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은 그런 걱정들을 날려 버린다. 적절한 표지에 꽤나 공들인 편집, 적당한 볼륨감을 가진 새로운 '집'에 그의 글은 너무나도 쏙 어울리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긴 시간을 도둑처럼 그의 서재를 훔쳐 봤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여전히 기묘한 경험이긴 하지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문학 노트, 예술 리뷰, 철학 페이퍼, 지젝 읽기, 번역 비평의 다섯 꼭지에 담긴 글들은 서재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글들일 것이다. 김훈의 문체…? 아. 텍스트의 즐거움? 지젝? 김기덕? 아, 그래… 뭐 이런 식으로. (물론 모두 새로 손을 보았고, 서재에 없는 글도 있다)  

하지만 직접 책장을 넘기며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컴퓨터 화면 위로 마우스를 스크롤하며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다. 나처럼 그의 서재를 즐겨 찾았던 당신이라면, 그리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이해할 테지. 잡힐 듯 잡히지 않던 화면 위의 글들이 한 손에 꼭 들어오는 기분이란! ('복습효과'도 있다…) 

여기 실린 글들이 '로쟈의 저공비행'의 고갱이는 아니다.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글, 너무 말랑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글'이 수록기준이라고. 그렇다면 삼겹살 정도에 비유하면 어떨까? 하여 아직 로쟈를 모르는 당신이라도, 인문학이 낯선 당신이라도 걱정할 것 없다. 자고로 삼겹살이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위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한 권의 책으로 묶인 로쟈의 글에는 '따듯함'이 있다. 그것은 때론 무의미하고 구질구질한 일상에 대한 긍정이다. "매일 변기에 물을 갖다 부으면서, 세상을 밥 먹듯이 구원하면서, 읽고 쓰고 떠들면서, 속쓰림을 참아가면서, 사랑하면서 실연하면서, 가끔은 못살겠다고 도망치면서, 저항하면서 이를 갈면서, 이빨을 갈면서, 즐겁게 아주 즐겁게" 살아가리라는 다짐 같은 것. (생각해보면, 그런 다짐 없이 어찌 그런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대중지성이 어떻니, 국내학문풍토가 어떻니 할 처지는 전혀 아니므로 다만 이렇게 말해야겠다. 좋은 책을 팔게 해줘서 고맙다고. 사실 알라딘의 블로거이고, 알라딘의 MD라는, 별것 아닌 인연일지 모르지만. 결국 세상 자체가 보르헤스의 정원이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 책 어디에도 '알라딘'이란 말이 없어서 별 하나 빼요. (아, 별 다는 게 아니었지…)
   

 책속에서

젊은 날, "나이가 좀 어리기 때문에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늙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집어 넣어준 돌자갈 같은 관념들을 바닷물 속에 비스듬히 쏟아버린 후로는 늘 멍청해서 거리를 걸어 다닌다"(이제하)는 문구를 모토처럼 되뇌고 다녔다. 그때 나는 30세 이후의 삶이란 왠지 부도덕하다고 여겼고(이반 카라마조프도 그런 생각을 한다), 따라서 30세 이후의 '여생'에 딱히 무얼 해보리란 계획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때 나는 다만 멍청했던 것이고, 아무런 믿는 구석이 없다는 것이 은근한 자랑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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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뭐라하지 2009-05-2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애정이 담뿍 담긴 글이네요. 잘 봤스빈다~ ㅎ

활자유랑자 2009-05-22 13:06   좋아요 0 | URL
훔쳐보다 정들었다.. 이런 걸까요? ㅎㅎ

로쟈 2009-05-2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덕분에 즐찾이 여섯 명 늘었습니다!). 저도 읽고 싶어지는데요.^^; '알라딘'은 '로쟈의 독서문답'에 나옵니다.^^

활자유랑자 2009-05-22 13:13   좋아요 0 | URL
'늘 멍청해서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 보니 그걸 미처 못봤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루체오페르 2009-05-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D님 재밌네요.ㅎㅎ
저도 팬이 될듯 합니다.^^

활자유랑자 2009-05-22 13:14   좋아요 0 | URL
혹시 로쟈 님 서재에 늘어난 즐찾 여섯 분 중에 1人 이신가요? :)

gkfk333 2009-07-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글을 읽으면서 자꾸 속도감이 붙어요ㅎ
그런데 쉽게 읽히지는 않는 단어들을 구사하신달까ㅋㅋ
아무래도 제 어휘력이 딸리는 거겠죠?^^
암튼 이것저것 보면서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지네요^^
종종 들를께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활자유랑자 2009-07-20 13:1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무덥고 습한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
 

강상중 교수, 라는 말에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이런 것들이었다.

1.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
2. 일본에선 100만 작가로, 아줌마 팬이 많은 미중년
3. 번역된 <고민하는 힘>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 

하지만 사실 이 정도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편이라고 해야겠다. 요즘같은 세상에 타인의 삶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다른 서점의 담당MD들 역시 이보다 더 알지는 못한다는 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 하지만 강상중 교수를 인터뷰 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치 동태탕에 들어가는 '고니'처럼. 그게 '오릿과의 물새'인지 동태의 '뇌'인지 '내장'인지 알지 못해도 먹고 사는 데 하등 지장 없지만, 동태탕 집을 차리려면 문제가 되고야 마는 것이다.  

5월 5일 11시 40분 입국, 5월 6일 17시 출국이라는 '도깨비 여행' 같은 일정. 다른 인터넷 서점들은 물론, 여러 유력 매체들을 제치고 잡아낸 단독 인터뷰는 강상중 교수의 금쪽 같은 시간을 베어내는 일임에 분명했다. 나는 준비를 해야했다. 그런데 무엇을? 고민은 그렇게 시작된다. 물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왜 고민할 시간은 항상 이렇게 부족한 거냐'라는 존재론적인 고민까지 하기엔 벅찼다. (실은 그게 정말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  

인터뷰 당일 강상중 교수의 일정은 이랬다.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기자 간담회, 12시 30분까지 점심식사, 2시까지 고려대 강연회장으로 이동. 내 일정은 이랬다. 11시 30분에 기자 간담회 장에 잠입, 12시 30분까지 섞여 점식식사를 하고, 고려대 강연회장에 가기 전까지 인터뷰를 해낸다. 그렇지. 이건 거의 '해낸다'의 수준이었던 것.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11시 25분에 프레스센터에 도착할 때 까지는.  



이런 식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는 순간 강상중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아소 일본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나는 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과연 기자의 세계란… 분명 저 말은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위트있는 멘트였으나, 쉽게 끝나진 않았다. 그러니까 "거 대답을 굉장히 길게 하시는데, 그러지 말고 좀 짧게 답변해주세요. 도대체 대안이 뭡니까?"라는, 절대 쉽게 끝날 수 없는 질문이 날아왔던 것. 아마 그 신문사에서는 기자를 뽑는데 '단답형'으로만 뽑는 모양이었다.    

그 대안은 이랬다.  

"발전주의적인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 연매출이 30~40%가 축소되었습니다. GDP도 연간 -5%에서 -6%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이상의 타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은 미국의 해지펀드를 통해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제도 역시 그런 식의 인력공급을 위한 제도가 되어갔지요.  

박정희 정권의 모습은 일본 고도 성장기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70년대 이후 지속된 달러의존경제는 IT화가 뒷밤침하게 되었지요. 이제 노동력을 세계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었지요.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스템의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자본 - 개인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모든 부가 일부에 집중 되었고 빈곤층이 확산 되었습니다.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기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분명 주주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바마가 이야기하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기업의 국유화를 불과 몇 년 전에 누가 상상했을까요? 세금을 투자하지 않으면 살릴 수 없다는 현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상중 교수는 짧게 답변하지 않았고, 나는 팔이 아파 연필을 내려 놓아야 했다… (대안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짧게' 브리핑하자면 결국 '고복지고부담'의 유럽식 모델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고, 한국의 경우에는 독일의 경우를 참고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자원과 한국의 자본 및 인재의 결합 + 내수시장의 확대) 

결국 몇 차례 더 이어진 질문 끝에 기자간담회는 예정을 20분 초과한 12시에 끝났고, 뒤에 있는 병풍을 걷어내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우오오… 물론 놀랄 만한 일이었으나(거의 국회의사당 뚜껑이 열리고 태권브이가 솟아오르듯) 사실 일전에 한겨레문학상 수상식 자리에서 한 번 겪은 일이기에 나는 의연하게 내 몫의 접시를 챙겨올 뿐이었다.  


(프레스센터 19층의 모습. 이른바 '간담뷔페복합체')   

음식은 훌륭했으나 넘어가질 않았다. 나는 아직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9년 전에 교양일어 시간에 D+을 맞고 재수강도 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물론 통역이 계셨으니, 이는 그냥 해본 고민에 불과하다) 한 접시를 겨우 비우고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보낸 점심 시간.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신 사계절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담소도 나누었는데, 그건 대개 이런 식이었다.  

사계절 : 강상중 교수님 모시고 오는데, 일본에서 관광오신 아줌마 팬들이 알아보시고 줄 서서 사인을 받으시더라고요! TV에도 많이 출연하시고 그래서 인기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깜짝 놀랐어요.  

알라딘 :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본의 윤무부 교수님 같은 셈이군요.  

사계절 : ......  

드디어 찾아온 인터뷰 시간!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장소를 옮기던 시각이 12시 45분. 본디 1시 30분까지 예정된 인터뷰였으나, 나는 이때 이미 더 짧아질 것만 같다는 예감에 사로잡혀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었던 것도 같다… 



 

 

 

 

 

 

 

 

 

인터뷰는 대략 이런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강상중 교수님, 통역을 맡아주신 BC에이전시의 이주희님 그리고 웃느라 목에 핏대가 서있는(;) 인문MD와 그에 가려있는 일본측 출판사 관계자 오치아이 씨.  

뚜렷한 고민의 결과를 낼 수는 없었지만, 일단 '고민하며 살아가는 20대의 젊은 독자'로서 질문하기로 마음 먹고, 그 다음 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준비한 몇 가지 되지 않는 질문도 채 소화를 못하고 끝내야 했다. 교수님, 답변이 너무 길어요… 아래는 짧은 인터뷰의 전문.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불안이 만연해 있다"


알라딘 : 일본에서 100만 독자가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강상중 : 사실 100만 권이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현재 80만 권이 조금 넘게 팔렸는데 실제 ‘독자’로 따지면 100만 명이 되지 않을까 추산은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꾸준히 팔리고 있는 중이니 아마 올해 안에 100만 권이 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렇게 많은 사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고민 끝에 답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불안이 만연해 있습니다. 고용 문제, 경제 불황, 가족 혹은 대인문제 같은… 이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라딘 : 한국과 일본이 닮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민하는 힘>의 경우 근대라는 하나의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러 역사적, 사회적인 특수성이 있지요. 전근대적인 문제와 근대의 문제, 탈근대의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 책과 한국사회에는 어느 정도의 낙차가 있지 않을까요?

강상중 : 물론 그렇습니다. 문제점들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책에서 말하고 있는 문제들은 결국 젊은이들이 살아가며 느낄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은 식민지 문제, 남북문제, 독재문제, 압축근대의 문제, 세계화의 문제 등등 너무나 다양한 문제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은 실업문제, 교육문제 등으로 고통 받으며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말한 고민은 개인적인 고민이 아닙니다. 사회와의 연결고리, 사회와 나의 관계를 묻는 고민입니다. 이를테면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같은 것들. 물론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같은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저는 요즘의 젊은이들이 그저 소비되는 ‘인스탄트 노동력’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니다. 그렇기에 젊은 친구들이 더욱더 답을 갈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줌마' 팬이 많다는 것은 편견"

알라딘 : 일본에서 특히 ‘아줌마’ 층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웃음) 하지만 오늘 대답은 줄곧 ‘젊은이’들을 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 대상을 놓고 쓰셨나요?

강상중 :아줌마 팬들이 많다는 건 선입견입니다. (이때 동행했던 일본 측 기획편집자 오치아이씨가 “사실입니다. 실제로 인기가 많습니다”라고 말해 일동 웃음) 물론 많은 여성분들이 제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있지만, 실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양합니다. 고민은 남녀노소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알라딘 :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너무 에둘러간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본문 중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나요?


강상중 :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사실 자본주의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이 자본주의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얼굴의 자본주의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70년대, 사회주의가 위기를 맞았을 때도 똑같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가능한가?”라는 고민이지요. 지금처럼 공적인 영역을 책임지지 않는 체제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현재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얘기일 겁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그런 자본주의를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가 아닐까요.

실업자를 줄이고 사회적 안전망을 넓힐 수 있는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기적인 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들의 모델을 고려할 수 있겠지요. 한 마디로 하자면 ‘고복지고부담’입니다.

케인즈의 경제학은 복지를 생각합니다. 그런 케인즈의 이론이 비판을 받으며 부상한 것이 지금의 자본주의에요. 이것을 수정, 보완한 자본주의 또한 나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격심한 시기입니다만, 자본주의 자체가 고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 그렇다면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해 밥벌이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강상중 :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선거에 참여하기. 두 번째는 친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경우에 따라, 데모에 참여해야합니다.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렇게 해나가다 보면, 꼬뮌과 같은 자발적 네트워크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19세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영국과 프랑스에 다양한 꼬뮌들이 있었습니다. 엥겔스가 제시했던 유토피아의 모습에는 구체적인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역화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지역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합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농업지역에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며 사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할 시기입니다.

"소통 없이 자기만 생존하려 한다면 누구의 생존도 없다"

알라딘 : 소통이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금의 20대들은 모두 10대에 IMF를 겪은 세대입니다. 선생님의 세대와 달리 양극화 사회 혹은 격차사회로 불리는 승자독식구도에서 학습한 세대이지요. 경쟁 그 자체를 내면화 한 청춘들에게 소통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가 되기 위한 경쟁에 내몰린 청춘 대부분은 무력감, 자괴감에 빠지고마는 건 아닐까요? 자본주의의 다른 모습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집니다.

강상중 : 일단 오바마 정권의 예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바마 정권에 대해서는 금융 자본의 음모니 해서 여러 설이 있지만, 분명 젊은이들의 힘이 있었다고 봅니다. 한국의 노사모와 상당히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미국의 소통문제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의 1% 경쟁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특히 노사모와 촛불시위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촛불시위의 경우, 처음에는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하여 확산된 것이지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고립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른들의 가치관이 얼마나 쓰러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지요. 소통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결국 경제파탄과 같은 결과만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소통 없이 자기만 생존하려 한다면 누구의 생존도 없습니다. 


마땅히 마무리 짓는 질문은 "한국의 '고민하는' 젊은이 들에게 한 말씀?"이 되어야겠지만, 2시에 강연회가 잡혀있는 고려대로 출발해야 한다는 출판사 분의 안타까운 재촉으로 이쯤에서 끝맺어야 했다. 사실은 지금 있는 저 질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미 시간 압박이 들어왔으나, 강상중 교수는 천천히, 신중하게 대답을 했고 마지막엔 나를 보고 웃으며 "괜찮습니까?"라고 묻기도.  

사실 난 괜찮지 않았다. 묻고 싶은 말이 아직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저 뱅뱅 돌고만 있던 고민들이 이제야 비로소 언어의 형태로 쏟아지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약속된 시간이 다 지났고, '알라딘'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강연회장으로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야 강연회장은 물론 일본에라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무실로. 그곳에는 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있으니까. 기다리고 재촉하며 이만큼 쌓여 있었으니까. 뭐, 그런 것이었다.  



참고로 고려대 강연은 이런 식으로 진행 되었다…기 보단, 강교수님의 뒷태 감상.  

짧은 만남 끝에 내가 강상중 교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처음에 열거했던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을 정도일까. 그것은 아마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4. 남자가 보기에도 멋있더라…  

하지만 '고민'에 대해서는, '고민' 그 자체에 대해서는 좀 더 할 말이 생겼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을테니 한 마디로 줄이자면 결국, 아무도 해결 해주지 않는다는 것. 내 스스로, 끝도 없이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지금도 고민 중이다. 정말이지, 고민 중이다.  


* 마지막 보너스 컷  

 

 

개인적으로는 표지가 이렇게 바뀐다면,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믿으세요! 책만 파는 실무 MD의 의견입니다!  

 

 

 

  

 

* 절찬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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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9-05-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자고로 옆모습이나 내려깐 시선이나 하여간 각도를 준 사진이 더 팔리는 것입니다.
헛소리 해서 죄송하고, 과연 멋지시네요.
내 고민은 내가... 그것 참 옳은 말이죠.

활자유랑자 2009-05-20 17:26   좋아요 0 | URL
'여대생들이 사랑하는'(출판관계자 분의 표현) 조국 교수의 책도 나왔는데요... 역시 잘생기고 봐야겠죠?
고민대행업체가 생긴다면 떼 돈을 벌겠어요.

소나기 2009-05-21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표지나 모양도 ...무슨무슨 스프..무슨무슨 방법...류와 같이 생겨서
주문하고 책을 받으니 잠시 곤혹스러웠다는....
읽고나서는 책이 주는 무게에 비해 디자인이 좀 가벼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가볍게 읽히는 것 같지만...울림은 무거운 것 같다는 갠적인 생각.

활자유랑자 2009-05-22 13:18   좋아요 0 | URL
요 근래 일본에서 '무슨무슨 력(力)' 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인기가 있었나봐요. 우리나라에도 몇 권이 번역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컨셉으로 대중친화적으로 다가가되 내용은 무게있는('울림'이 더 적당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기획이었나봐요. 저는 나쁘지 않은 기획인 것 같아요. ^^

슈가소울 2009-06-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 그래도 좋으셨겠어요. 강상중 교수님 장황어법도 들어보고 싶네요^^;

활자유랑자 2009-06-02 16:51   좋아요 0 | URL
정말 언제 한 번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

느린산책 2009-06-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직접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글구 마지막 제안 재밌네요~ ㅋ

활자유랑자 2009-06-04 17:54   좋아요 0 | URL
한 번 읽어보세요. 쉽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 근데 정말 표지가 저렇게 바뀌는 게 더 낫겠죠? :)

juhin 2009-07-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후후~ MD님 말씀에 100% 동감합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는 것 '듣고' 구입한 책이라 사진에는 관심도 없었고 -> 책 구입 후 읽기 불편해 껍질을 버렸고 -> 오늘 다 읽은 후 삘 받아 인터뷰 후기까지 보게되었는데 -> 우와 날카롭게 생긴 미남이시군요.

활자유랑자 2009-07-10 00:18   좋아요 0 | URL
역시... 곱게 늙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신우선 2010-02-2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기..... 인터뷰잘읽었습니다 .. 앞으로 더좋은책쓰시기바랍니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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