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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Dog 굿독 - '보'와 함께한 아름다운 날들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갈대상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이제 16년간 함께한 월리를 떠나보낸지 75일이 지났다.
뭐라도 잡고서 정신을 쏟거나 위로를 받아야했던 지난 봄과 초여름, 주위엔 아무리 둘러봐도 16년을, 아니 10년이라도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동물 가정은 접할수도 없어 내 슬픔을 이해해줄수도 없었고, 그저 빨리 잊으라, 시간이 약이다..그리고 가장 듣기 싫었던, 그래봤자 개의 죽음이다,하며 유난떨지 말라는 식의,
결코 경험해보지못하면 알지못할 한 생명체와의 오랜 교감과 애정을 위로아닌 위로로 짓이기는것에 분노가 치밀어 어쩔줄 모를때, 이 책을 접했다.
이 책은 사진을 뺴면 내용은 거의 한시간도 안되서 읽을 짧을 분량이라 대충의 내용을 언급하기조차 꺼려지지만, 일단 정말 경험안하는게 나을 경험이지만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겪어봤던 이들이 읽어야 공감 100%의 감동이 올것이며, 그래도 꼭 읽어봐야겠다면 특별히 추천하고픈 상대는,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함께하고싶은데 결혼이나 출산등으로 계속 키우기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권하고싶은 책이다.
흔히들 반려동물을 좋아하면서도 아기와 산모의 건강에 안좋다, 미신상 안 좋다는 그릇된 상식과 편견으로 고민하거나, 그로인해 버려지는 동물의 사연을 많이봐온 나로써는,
키운다는 의미보다는, 말그래도 옆에 항상 있으면서 내 삶의 위로와 행복이 되는, 저자가 책에 적은 글중의 한마디처럼 그저 부모처럼, 옆에 존재해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게 반려동물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이기에 그런 주위의 시선에 무너져 맘아파하고 평생의 죄책감을 지우고 무엇보다 하루아침에 정말 가족,아니 자기 목숨처럼 여긴 가족들과 헤어지는 반려동물이 가엾기그지없다.
저자는 40살 생일선물로 얼떨결에 받은 "보"라는 리트리버를 15년 함께하며 그의 삶속에서 인간의 생애와 다를바없는 인생의 묘미, 가치등을 발견하고 특히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에게있어 반려동물의 의미를 명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며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글이 짧은탓에 반려동물을 함꼐하는 모든이들이 가장 두려운 안락사,또는 이별에있어서는 오히려 넘 쿨하게, 담담하게 표현해서 실망스런 부분도 있지만,
일단 그녀의 글은 정말 퓰리처상을 받은 이력만큼 명쾌하고 명료하고 유머스럽고 그렇다고 가볍지만은않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느낄수 있는 그 수많은 느낌과 감정을 공감 백배로 다가가게하는 친밀감이 있어 글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배가된다.
사진 또한, 원작에서 그대로 갖고온것이라 어쩔수없는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명작가들의 견공사진이라 그것대로 볼꺼리가 많지만 이왕이면 주인공 보와 비가 저자와 함께하며 찍은 사진들이거나,
우리나라의 흔히 볼수있는 개들의 사진이었다면 더 친밀하게 다가오지않았을까, 싶다.
보의 일생을 보면, 또한 우리집의 사랑하는 막내딸이었던 월리의 일생을 보노라면 정말 인간의 생애와 다를게없는, 탄생과 성장, 이별까지 그 모든걸 미리 자신을 통해 경험하고 준비하라는듯 함께하면서 주었던 행복도 모자라 모든걸 다보여주고 가는 반려동물, 특히 오랫동안 함께한 동물은 가족과 마찬가지라는걸 다시한번 느끼게된다.
천방지축 어린시절의 보는 때때로 집을 나가 온가족들이 목빠지게 기다리게만들더니 아이들이 다 성장해 집을 떠난 지금은, 아이들이 다 떠나고 개와 늙은 중년의 부부들만 남은 집의 무료함이 견딜수없는 저자의 맘을 아는듯 이제 보가 목이빠지게 기다리며 떠난 아이들이 한집에 모일수있게 만들었다는 부분,
그리고 보에게는 너무한 태도지만, 온가족이 둘러앉은 가운데 편안히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보를 바라보며 나도 후에 이렇게 삶을 마감하고싶다는 저자의 생각은 반려동물이 충분히 내 인생의 선배도 될수있다는것을 가르쳐줘서 나 또한 품에안긴 월리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결국 펑펑 울수밖에없었다.
아직도 월리의 주검을 떠올리면 그 한순간에 모든게 바뀌어지는것에 허무함이 여전한데 떠난후의 보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 늙으막의 힘없던 모습에서 예전 한창떄의 리트리버다운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와 정말 보다운 모습이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위로를 받기도했다.
월리, 또한 병사가 아닌, 노화로 인한 자연의 이치이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넘 그립더라도 이제는 평안한 곳에서 변치않을 애정과 충직함으로 월리다운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넘 고통스러워해서 안락사라는 정말 하고싶지않은 도움을 줘야할지도모른다고 오열하는 언니말을 알아들었다는듯 얼마안있어 용기있게 스스로 떠나준 대견한 월리, 정말 고맙고 영원히 사랑한다.
아무쪼록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반려동물의 의미에대해 되새겨보고 그로인해 유기동물이 하나라도 줄어든다면, 그것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책의 두께에 비해 조금 비싸다느껴지는 그 값어치가 충분히 제 몫을 다한다, 여겨진다.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이란 책 또한 매우 탁월하게 반려동물의 삶을 정의하지만 넘 시니컬하고 철학스러워 어려움을 느꼈던 나에게는 이 글 잘 쓰는 저자의 짧지만 압축적인 글이 더 가슴깊이 다가오고, 앞으로 이 분야에 관련된 그녀의 글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