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꽃삽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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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하고 나서, 틈틈이 다음 학기 교재 연구를 하면서

작년에 들여놓은 도서실의 신간도서들을 꺼내 읽다가  '보물찾기'를  읽었다.

따뜻한 햇살이 하루종일 비치는 도서실에 앉아

맑고 고운 이야기와 그림을 읽다보니,

나를 둘러싼 공기들이 점점 향기로워지는 걸 느꼈다.

그러다, 울컥... 울었다. 햇살에 눈이 부셔서 그냥 흐르는 것인양 위로했지만,

계속 쏟아져나오는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온 가족들이 초여름까지 겨울옷을 챙겨입고

할머니방을 드나들며 겨울을 연장시켰다는 이야기...

<아름다운 이별>을 읽다보니,

나는 과연 사랑이란 걸 하며 살고 있는 건가 라는 서러움이 북받쳐올라왔던 것이다.

아, 세상의 모든 사랑 앞에서 용서를 빌고 싶어지는

나는 정말 너무 영악하고 냉정하게만 살아왔던 것이다.

<보물찾기>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에게 크레파스선물을 몰래 전달했던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앞에서도...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나는 그 어떤 학생에게 그런 마음을 가져보았는가,  그런 적이 있기는 했었나...

나를 위해 오로지 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만

학생에게 다가서지는 않았던가...

오늘 흘린 눈물자국이 오래도록 선명하게 내 마음에 새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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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2
토머스 고든 지음, 김홍옥 옮김 / 양철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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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교사가 된 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바로 아이들과의 관계였다.

대학수업에서 강의 중심으로 펼쳐지는 교수님과 학생들과의 관계가 아닌,

다양한 생활모습과 학습과정을 통해 매일매일 제한된 공간과 시간속에서 만나야하는 학생들...

그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란 초보교사에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떨 때는 가족처럼 반갑고 정겹다가도

어떨 때는 정내미가 떨어질 정도로 밉고 불안감을 주는 존재들...

특히, 학급담임을 맡게 되면

아이들과 아이들의 관계 문제까지 교사가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상황까지 보태진다.

내 경험으로는,

선배교사나 동료교사의 모습을 관찰하며 곁눈질로 배운 학급경영, 학생상담 기술을

끊임없이 내 것으로 실험해보면서 이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도 초보교사에 속한다...)

그 다음에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고...

점차 새로운 상황에 맞게 방법을 변형시켜보고,

비슷한 유형의 새로운 방법들을 혼자서 만들어보고 실험해보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큰 소득은

바로 내 자신을 알아나가게 되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교사'여서 행복해요...라는 걸 정말 절감하게 되는 경험들이 바로 이런 것이다. 주제 파악하기...)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았다.

중간중간 사례들 중 내가 비슷하게 경험한 것이나 목격한 것들을 먼저 골라 읽어보았고,

여러가지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조언들을 꼼꼼하게 여러번 읽어두었다.

아쉽게도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상황이라고 제시된 것들 모두가

학생 수준의 교사, 그런 교사 수준을 간파한 학생들간의 감정적 대립들인지라

뭔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나는 가르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배우고 있는 사람과 같은 수준에서 논다면

그것은 '갈등'이 아닌 이미 '교육파괴'의 상태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교육현장에서의 갈등은,

교사도 학생도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노력이 있을 때에는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후약방문식으로 '갈등'상황은 그대로 두고 사후처리에 급급해할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인 태도가 몸에 밴 교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초보교사들이여,

열심히 이 책을 읽고 참고는 하되,

하루라도 빨리 이 책을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능동적으로 생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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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11-1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초보 교사? 어떤 분이 초보인지 잘 모르겠지만, 연구하고 능동적으로 생활하라는 말씀은 마음에 팍 꽂히네요^^;; 애써야지요~!
 
이 집은 누구인가 - 건축가 김진애의 사람 사는 집에 대한 열두 가지 생각
김진애 지음 / 샘터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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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집인가?"



시내에서 제법 큰 서점에 가서 점원에게 물었다.
“저어, 책 한 권만 찾아주세요.”
“책 이름은요?”
“이 집은 누구인가...”
점원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게 되묻는다.
“뭐라고요? 집이 누구냐고요?”
만약,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일장연설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기 전이므로 나역시 점원과 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해야했다.
“이 집은 누...구...인...가...라고 하던데요... 흠...”
점원이 결국 자신 앞에 있는 컴퓨터에 입력을 한다.
“이 집은 누구”
요렇게만 입력해도 두 권이나 검색이 되었다.
그제서야 나는 마음이 놓였지만, 점원은 아직도 ‘뭐, 이런 책이 다 있냐고...’하는 눈치였다. 하긴, 베스트셀러나 고전목록이나 수험서 등의 낯익은 책이름들만을 말하고 듣고 살기 바쁜 점원의 일상을 고려해보면, 이런 요상한 책이름 하나 정도 주고 받는 건 비타민과 같은 업무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흐뭇함을 더해 나는 드디어 이 책을 계산하고는 일부러 가방에 넣지 않고 한 쪽 손에 들고 집까지 왔다. 점원 뿐만 아니라, 나를 스치거나 멀리서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요상한 책제목을 구경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2개의 집 이야기...
목차를 보고는 12개를 차근차근 읽어가야겠다고 혼자 계획 아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이야기인 ‘추억을 만드는 집’을 읽으며 이 작가 아니 이 건축가 아니 이 여자의 문체에 적잖이 당황했고 그 덕에 진땀을 뺐다. 소제목들을 보면 왠지 훈훈하고 부드러운 문체와 이야기가 기대되었건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뭔지 모를 도도함과 유쾌함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자신이 살아온 집에 얽힌 추억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상큼한 에피소드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고 명료한 문장들이 그 에피소드들을 마치 책 바깥으로 끌어내려는 듯이 쉴새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가장 질색이었던 것은 화장실이다... 일단 이층은 ‘우리만의 세계’였다.....그런데 더 기억나는 사건은, 그만 한번 불을 낸 것이다...이 작은 집에도 ‘마당’은 어김없이 있었다... 이 집엔 ‘모험의 구석’들도 있었다...사실 한옥에는 소리가 많다....드디어 할머니댁이다... 시골의 부엌은 언제나 낭만적이었다... 동물들은 모두 떠나갔다...직업상 나는 수많은 집을 보았다....아주 복잡한 집이었다... 이 집은 또 ‘일하는 집’이었다... 꿈이란 자꾸 꾸면 이루어지나?... 사람들은 내게 많이 묻는다.... 나빠진 것, 귀찮아진 것도 분명 있다... 나는 꽤 모진 편이다...그런데, 세상은 또 변한다... 마당 있는 집에 산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아무래도 나는 가족과 함께 살 운명인 모양이다...”
이렇게 짧고 명료하고 구어체에 가까운 표현들이 모든 문단들 앞머리에서 도전적으로 제시되고, 그에 대한 부연설명들이 적당히 붙여진 이 추억담이 도무지 여성의 문체로 느껴지질 않았다. 하지만, 사실 내가 가장 바라던 여성작가의 문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첫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추억으로 얽힌 이야기들이 무겁고 끈적끈적거리게 나열되던 박완서님의 문체와는 완전히 반대로군... 그리고, 자신의 감정으로 해석하는 데에 집중하는 공지영님이나 은희경님 같은 작가들의 관찰법과도 완전히 반대로군... 멋진걸?’이라는 생각을 하느니라 책을 잠시 덮어두어야만 했다.

방송을 통해 본 이 책에 대한 소개내용처럼,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도무지 이 작가가 건축가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누구나 겪어본 누구나 느껴본 집에 대한 추억들이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가라는 사람이 집에 대해 이렇게 소박하고 명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게 얼마큼의 내공을 필요로 하는지를 나는 뒷이야기들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애씨는 집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삶을 통해 집을 만들고 가꾸는 사람이었다. 구체적인 집관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체험 동선 긴 집이 좋은 집’이나 ‘구석구석 많은 집’ 뿐만 아니라, 집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우리 문화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 ‘신(神)과 함께 사는 집’이나 ‘여자의 집, 남자의 집’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집에 푹 빠져있고 동시에 얼마나 집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깊고 넓은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공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이 돋보이는 ‘에로스를 즐기는 집’이나 ‘중심 잡힌 집’이나 ‘시간의 갤러리가 되는 집’은 철학적 에세이로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또한,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돋보이는 것은 뒤로 갈수록 전문가로서의 조언이 자연스럽게 제시되는 이 책 내용의 배열이다. 열한번째 이야기 ‘길들이며 사는 집’과 열두번째 이야기 ‘혼자 있어 보는 집’은, 집에 대한 전문가의 뛰어난 조언들이 알차게 채워진 이야기들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조언을 몇 개 뽑아보자.
“집과 자기의 궁합을 맞추고 나면 집을 더욱 아끼게 될 것이다. 집을 돌본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의를 들일수록 정은 더욱 깊어간다”(317쪽) “모든 집이 그 집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집이면 좋겠다. 크기로 삶이 정해지고 값으로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집다운 집이 되면 좋겠다... 집은 누구인가. 집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338쪽)

그렇게 열두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점원이나 내가 당황해야 했던 이 책의 제목, 아니 김진애씨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 “이 집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도출되었다. “이(내/우리) 집은 (나/우리)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집에 대한 통찰은, 바로 나 혹은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통찰인 셈이다. 나는 나답게, 우리는 우리답게, 그러면서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정들어가면서, 진정한 가치를 담아가야하지 않겠는가!

김진애씨의 삶은, 건축으로도 글로도 그런 방향을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집인가?” 그렇다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체험동선이 길고 구석구석이 많고 신(神)과 함께 하며 여자, 남자가 교차하며 에로스를 즐길 줄도 알고 중심이 잡히고 시간의 갤러리가 되어가는 그런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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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진 집을 짓고 싶다 - 원더랜드시리즈 6
김석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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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건축가 '김석철'의 이름만은 익숙하다.

건축에 대한 기본 개념이나 역사를 잘 안내하고 있는 이 책은,

청소년용으로 안성맞춤이고...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기초적인 교양을 제공해주기에도 적합할 것이다.

중학생들에게 국어시간에

읽기자료로 활용해도 좋을만큼 담백하고 명료한 문체의 글들로 이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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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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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방학  이 책을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 발견해놓고는,

이번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책을 반 년이나 질질 끌다가 읽게 되다니... 반성할 일이다...)

한심하고 불행한 철없는 공주에게

바르톨로메는 개로 보였다.

지혜롭고 선량한 크리스토발 수사에게

바르톨로메는 흠 하나 없는 완벽한 몸으로 다가갔다.

인내심 많고 열정적인 화가 파레하에게

바르톨로메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꼬마 예술가였다.

가족과의 인연을 뒤로 하고 유유히 자신의 길을 가게 될 바르톨로메의 미래를 상상하며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호흡을 하게 되었다.

'바르톨로메, 너라면 할 수 있어, 아자,아자,화이팅........사랑한다, 존경한다, 바르톨로메...'

이 소설의 문학적 상상력이나 장치에 대해서는,

많는 리뷰에서 벌써 언급한 듯 싶다.

내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작가가 문학을 읽어내는 혜안이 이 소설에 어떻게 녹아있는가 하는 점이다.

크리스토발 수사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르반테스가 광대인 셈이지.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로 하여금 온갖 어리석은 짓들을 저지르게 만들어.

하지만 가만히 보면 우리 자신들이 평소에 하는 행동들이기도 해.

이 책을 읽으면서 낱말들을 배우는 데만 뜻을 둘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가진 의미들을  되새겨 보도록 해라.

 그러면 너의 이성이 더욱 발전했으면 했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게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최근 몇 년간 대학에서 전공한 문학에 관한 이론들,  특히 문학교육에 대한 이론들이

얼마나 간결하고 명쾌하게 정리될 수 있는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꼭 그러겠어요." 바르톨로메가 새삼 용기가 솟는지 힘주어 대답했다.

나도 힘주어 대답하고 싶다.

"꼭 그러겠어요, 마음의 장애를 안고 있는 수많은 어른들과 아이들과 함꼐...저도 그렇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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