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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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혼자 생각해본 적이 있다.

'쓸모없는 표현들이  잔뜩 들어간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1차 원인은 내 생각이 쓸모없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2차 원인은 쓸모없는 표현이 잔뜩 들어간 글들을 좋은 글이라고 배워온 습관 때문이었다.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때 내가 가장 싫어했던 교과는 바로 국어였다.

 이유는 '국어교과서'의 글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후 전공서들과 각종 신문, 잡지 등을 읽으면서

 그 마음에 안드는 '국어교과서'적 글들을 계속 만나야했다-

그러나,

좋은 습관은 인간의 인격마저도 바꾸어낸다.

나는 글쓰기 습관을 조금씩 뜯어고치면서

내 사유가 한결 간결해지고 쓸모있어지는 걸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첫 도움을 주신 분은,  지도교수님이셨던 '이대규교수님'이셨다.

그분의 저서들 '국어교육론' '수사학' '문학의 해석' '수필의 해석' 속에는 군더더기 표현이 없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어가고 옮겨적으면서

나는 간결하고 효과적인 글쓰기 훈련을  시작했던 셈이다.

하지만, 교수님 글은 모두 설명문이었고 논증문이었기에

실제 내가 즐겨쓰는 다양한 글-실용문(논픽션류)들, 문학 소품들-을 쓰기 위한

효과적인 지침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글쓰기 생각쓰기'이다.

(여기서 문학적 글쓰기의 방향을 섬세하게 제시하는 책도 추가로 발견했는데,

 바로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였다)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가장 흥미롭고 답답했던 부분이 바로 '글쓰기'지도영역이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국어교과서'(특히, 생활국어 교과서)를 아예 내팽개치고

새로운 좋은글의 전형을 제시하고 그것을 흉내내어 쓰게 하고

'군더더기를 다 빼라, 이런 순서가 더 효율적이다, 이런 점은 정말 매력적이다'라며

아이들에게 쉴 새 없이 쓰고 또 쓰게 했던 경험과 이 책의 내용은 맞닿아 있었다.

내게 배운 아이들은 "우와, 오늘도 또 써요? 제발 이제 그만..."

그렇게 앓는 소리들을 시간마다 낸다.

그 소리가 내게는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라고 자동번역되어 들리니,

내 착각 덕분에 나는 나대로 '쓰기지도' 때문에 바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쓰느라' 바빴다.

이제 이 책 덕분에 나와 아이들은 더욱 제대로 바빠질 것 같다.

이 책의 목차에는 글쓰기 지도의 모든 것이 다 아우러져 있다.

여러번 읽고 '나의 글쓰기 '를 실험삼아 반복하여

아이들에게 딱 맞는 '글쓰기' 방향과 지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좋은 책일수록 소장해두고 두고두고 봐야한다.

이 책을 책장에 가득 꽂아놓고 선물용으로 -동료교사들, 교수님들,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지만, 내 월급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므로...

일단 홍보부터 해둔다.

"일단 한 권 사 두거라/두세요! 무조건 사서 여러번 보아라/보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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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8-02-0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순대선생님의 감식안을 믿고 살게요.^^ 전에 님의 글 보고 여태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었는데...책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순대선생 2008-09-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책 보는 눈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데요...^^ 참고해주신다니, 앞으로 책을 더 열심히 깊이 읽어가라는 은근한 협박(^^)으로 들리네요. 새학년 새학기 산뜻하게 출발하시길~~~~

느티나무 2008-09-2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혹시 위에 비밀 댓글 있잖아요? 저에게 보내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위 비밀 댓글을 제가 읽을 수가 없어요^^;; 혹시 저 읽으라고 하신 거면...댓글달기를 클릭하시고, 댓글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어제부터 곶감과 수필, 읽고 있어요 ^^

순대선생 2008-09-2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비밀댓글' 체크하는 게 버릇이 되어나서리...(죄송^^...그런데, 선생님께 드리는 댓글이라는 걸 우찌 아셨어유?^^)
'곶감과 수필', 이 가을에 읽기에는 딱이죠?
다 읽으시고 느티나무님도 리뷰 올려주시면 저도 감사히 읽어볼게요.
건강하세요~~~(아, 아기가 무럭무럭 잘 크고 있네요^^ 이뻐요^^)
 
삼국유사 그 다양한 스펙트럼
김대식 지음 / 대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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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과 관련된 전공을 가졌던 이, 혹은 가진 이들이라면

'삼국유사'를 피해갈 수 없다.

'삼국사기'과 함께 꼭 외어야 할 사서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이 '삼국유사'에서

스펙트럼의 감동을 맛본 이가 국학자들(국문학, 한국사, 동양철학 전공자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외교학과 출신의 소설가이자 사진가라는 점은 의외로 당연하다.

왜냐하면, 국학자들이 '삼국유사'를 가운데 두고 벌인 논쟁들은

텍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이나 감상 수준의 담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학자들의 삶이 '일연 스님의 삶과 사유' 앞에서 몸을 낮추고

머리를 조아리는 겸허함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반면, 소설 쓰고 사진 찍으며 일연의 삶의 흔적과 사유의 궤적을 따르던 저자는

결국 일연 스님을 마음으로 그려내고

'삼국유사' 앞에서 몸을 제대로 낮추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성스러움을 따라 햇살이 따라오고 유화가 알을 잉태하여 주몽이 되었듯이..."

저자는 '삼국유사'가 가지는 신성스러움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 책을 '알'처럼 품어서 탄생시켰던 것이리라.

겸손하게 기존 국학자들의 학문적 접근을 정리하는 것과 함께,

삼국유사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목차를 통해 잘 드러난다.

1.삼국유사라는 책

2.삼국유사의 역사

3.삼국유사를 읽는 두 개의 키워드

4.삼국유사의 구성

5.삼국유사의 다양한 스펙트럼

6.일연과 그 시대

이 중 가장 돋보이는 내용은 3.과 5.이다.

3.삼국유사를 읽는 두 개의 키워드

 3.1 신이 개념

 3.2 불국토 사상

5.삼국유사의 다양한 스펙트럼

 5.1 신화집

 5.2 미술사 텍스트

 5.3 문학사 텍스트

 5.4 역사적 민속지

 5.5 불교서

 5.6 역사서

저자는 삼국유사를 읽어내는 키워드를 제대로 짚어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두 개의 키워드 중 우선 순위가 바뀐 것 같다.

즉, "3.2불국토 사상"이 먼저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3.1신이개념"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런 점에서 삼국유사의 스펙트럼의 순서도

"5.5불교서"가 가장 먼저이고 이에 뒤따르는 것으로

"5.6역사서" -"5.1신화집"-"5.4역사적 민속지"-"5.3문학사"-"5.2미술사 텍스트" 의 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키워드의 순서와 스펙트럼의 우열을 다르게 보는 것은,

일연의 삶을 바탕으로 '삼국유사'의 편찬의도를 이해해볼 때

'삼국유사'는 불성에 대한 감화를 '역사,사회,문화,예술'에 투영시켜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삼국유사'에 대한 깊이있는 접근을 감히 꿈꾸는 전공자들과 교양인들에게

이 책은 성실한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나역시 저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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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내 몸 내가 고치는 시리즈
조엘 펄먼 지음, 김재일 옮김 / 북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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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식단이 우리의 외식문화를 장악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들, 각종 빵집, 쥬스집 등등...

먹거리가 그렇다 보니 서양식 만성질환이 우리에게도 만성적으로 생겨났다.

위장질환, 대장질환, 비만, 당뇨...

위를 축소하는 수술까지 해야 먹거리를 조절하게 된 미국인들의 사례가

인터넷 기사에 수시로 올려지고 있다.

끔찍하다.

하지만,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닌 채로

동물성 식단, 정제식품, 식품첨가물, 1일 영양권장량 등에 중독되어

먹는 걸 멈추지 못하고 살고 있다.

TV를 보면, 각종 먹거리 산업이 후원하여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보양식, 건강식, 웰빙 타령을 하며

자꾸만 '맛있는 것' '좋은 것' 챙겨먹으라고 부추긴다.

그만 먹으라는 이야기는 안하고,

먹으면서 살빼러 따로 다니고 살빼는 수술 따로 하라고 한다.

억지 투성이다.

이런 점을 간파하고 저자는 '먹거리만 조절해도 자기 몸을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을 분석적으로 제시하였다.

대부분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으나,

마지막에 제시된 '채식주의 다이어트 플랜'은 우리에게 잘 맞질 않는다.

재료에서부터 요리법에 이르기까지...

먹거리는 우리의 전통, 풍토, 체질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므로,

대안으로 제시되는 식단은 우리에게 맞질 않는다.

따라서, 역자가 따로 제시한 '추천 음식 플랜'을 바탕으로

우리식의 밥상을 따로 구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패턴과 환경을 잘 살펴

자신에게 맞는 먹거리 재료 구입과 요리 방법들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우짜든,

병을 예방하고 나아가 병의 조짐까지 다스리는 식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이

절실한 과제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내가 지금 무얼 왜 먹고 있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아야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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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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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에 대한 최고의 책이다. 밑줄긋으며 꼼꼼히 읽다가 맨끝장을 맞닥뜨리고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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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길을 가라> 서평단 알림
너만의 길을 가라 - 인생의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프랜시스 타폰 지음, 홍은택 옮김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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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라는 문구가

책제목인 "너만의 길을 가라" 위에 자그맣게 쓰여져 있다.

그렇다면 글자 크기로 보아 "~~~안내서"가  부제인 셈인데,

오히려 부제가 제목으로 더 적절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현재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즉, 인생의 숲에서 길을 찾아낸 사람들-이 이미 터득한 삶의 작은 지혜를 다루므로

현재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정도에게만 도움이 될 책이기 때문이다.

또, '너만의 길을 가라'라는 다소 명상적인-범위가 넓은- 문구보다는

원제목인 'HIKE YOUR OWN HIKE'가 글의 구조나 내용을

더 잘 예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딱맞는 제목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

작가는 AT종주라는 기나긴 여행길을 매개로 인생에서 적용할 만한 교훈을 추출해낸다.

목차를 보면 작가가 정리해낸 일곱 가지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첫번째 원칙 -인생의 숲 깊은 곳에서 오직 너만의 길을 가라

두번째 원칙-거친 황야에 우뚝 솟은 정상의 열병을 조심하라

세번째 원칙-차가운 바위 그늘에 숨겨진 열정의 씨앗을 캐내라

네번째 원칙-오래된 낙엽 밑에서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발견하라

다섯번째 원칙-위대한 진실을 찾는다면 가장 단순한 진리를 살펴봐라

여섯번째 원칙-숲에서 만난 낯선 여행자에게 배려하는 마법을 행하라

일곱번째 원칙-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임을 기억하라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가 여행인으로서 종주를 함으로써  삶의 교훈을 얻은 것이 아니라

상담가로서 다소 의식적으로 삶의 교훈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종주길을 선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종주를 통해 얻은 교훈'을 다룬 책이 나올 수 있겠지만,

지혜를 의식한 채 완주한 이 종주 이야기에서는

왠지 작가의 깨달음이 그리 절절한 것으로 느껴지질 않는다.

뭐랄까?

깨진 장독에 열심히 물을 들이붓는 성실한 자세는 보이지만

결국 그 장독을 끝내 채우지 못하고 말 것 같은 불안함이 작가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불안함은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확인된다.

pp.334-335

나는 지금도 다음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모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는 모른다. 다만 익명으로 온 다음의 이메일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주었다.

"내가 아무리 신경을 많이 써주더라도 어쩔 수 없는 멍청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신뢰를 쌓는 데는 수년이 걸리며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라 단지 의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배웠다. 자신을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남들은 생각보다 더 엉망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뒤따라다녀서 그들이 놀란 나머지 내 요구를 받아주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너무 빨리 떠나가고 덜 중요한 사람들은 영원히 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중략>"

익명의 이메일 내용은 어수룩하기만 하다.

작가가 글 전체에서 제시한 일곱가지 원칙을 묵묵히 실천으로 옮긴다면

다 저절로 해결될 문제들을 나열해놓은 글이다.

그런데, 이 유치한 이메일 내용이 작가에게 새로운 여행의  아이디어를 준다는 것은

작가 또한 이메일 작성자처럼

여전히 삶의 지혜를 체화해내지 못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즉 작가의 깨달음-앎-은,

'지행합일'이 아닌 '생각 따로' '행동 따로' 수준의 것이 되고 마는 셈이다.

아직, '자신의 길만을 묵묵히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삶으로 체화하지 못한 사람'이 쓴

'자신만의 길을 가라'라는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여기저기 재미있는 일화나 비유나 인용문들로 잘 꾸려놓은 이 책 전체에 대한 신뢰가

에필로그에 이르러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좋은 책은 어떤 구조를 갖추더라도

작가의 의식 수준의 일관성이 엿보이기 마련이다.

경전을 보고, 고전을 보면

깨달음에 대한 텍스트들이 갖춘 '언어를 뛰어넘는, 일관된 사유'라는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이 읽더라도

작가의 일관된 의식, 체화된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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