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가 Good의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절연의 결과라니 놀랍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성공사례들에 냉담한 제임스 콜린스만의 진단툴들은 방대한 조사자료와 잘 어우러져 한눈에 보기에도 의젓하고 품위있습니다. 실패로 기운빠진 분들에게는 영양제가, 성공에 기고만장한 분들에게는 진정제가 될만 합니다.
행복/불행, 승리/패배를 대신할 새로운 인생진단툴, 몰입. 오직 일상생활만이 눈부시며 행복에의 갈구, 간절한 기도는 지리멸렬하답니다. 하지만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결과가 참혹한 불행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각주달아 두었습니다. 그러니 더욱 읽어둘 만하지 않습니까?
요즘 나는 그림그리기를 꿈꾸고 있다. 일하고 밥 먹고 잠자고 어울리는 시간을 제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하루, 어렵사리 난 짬을 캔버스 앞에서 보내면 즐겁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다.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다면 지나치게 현대인다운 변명일까. 사실 두렵고 괴로운 마음이 더 크다. 짬을 내어 화방으로 달려간다고 해소되는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 없고, 공교육 제도 하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도 없으므로, 내가 그려낸 결과물은 필경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누군가는 재능이 없는 것을 알고도 덤벼드는 것이 용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모하거나 둔한 용기가 수많은 상처를 낳는다는 쪽이 외려 옳다. 이런 (소위) 예술과 삶에 대한 뒤틀린(이병규의 안타처럼 변태적인) 집착은 결국 비꼬는 유머에 대한 재주만을 남겼는데, 사실 이 '재능'을 사용할 곳이 많지 않다.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같은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는데 사용하는 정도인 것이다.
포토샵을 이용해 엑셀 바탕화면을 캡쳐하고, 그 주위에 금박 테두리를 둘러보았다. 제목은 "시간-7", 비평은 '단선화된 시간의 구획 안에 갇힌 욕망을 무(無)로 정화한 스무 개의 공간과, 저녁 일곱 시를 맞이하며 스스로 소외되는 현대인의 체념을 다룬 초(超)평면적 오브제'이다.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사람이 이보다 절망적일 순 없지 싶다.
해서 요즘 가장 기다리는 책은 김충원의 <스케치 쉽게 하기>. 박스 안에 기초 드로잉 노트가 책과 함께 들어있고, <스케치 아프리카>도 함께 준다. 초판한정.
청소년.예술 .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4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야구 그리고 '잔인한' 운운하는 싯구겠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4월 1일부터 나의 머리속에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라는 동화책 제목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았다.
'또야 너구리는 왜 기운 바지를 입었을까(그런데 왜 너구리가 바지를 입어야 할까)', '다른 친구들이 놀리진 않을까(다른 동물들도 바지를 입어야 한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은 또야인 걸까(기운 바지를 '또' 입었기 때문일까)' 등등, 또야 너구리와 그이의 기운 바지를 둘러싼 상념은 도무지 떠날 줄을 몰랐는데, 급기야 '이름까지 또야인 꼬마 너구리에게 굳이 기운 바지를 입혀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의문까지 들었던 것이다. (결국, 책을 읽지 않았었다는 말이다)
왜일까. 나는 그 말이 슬프기만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기운 바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마저도 튿어진 기운틈 사이로 하얀 발톱이 보이던 양말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아가라, 한 번도 가난하지 않은 것처럼, 뭐 그렇게.
기운 바지를 부끄러워하는 또야에게 엄마는 말한다. 앞산에 산벚나무 꽃도, 앞냇물에 피라미랑 납주래기도, 하늘에 별님들도 모두 또야의 기운 바지 때문에 피고, 살고, 빛날 수 있는 거라고. 그렇다면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것은, 아름다운 꽃과 피라미와 빛나는 별 그리고 기운 바지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가난한 내 마음부터 꿰매고 봐야겠다.
어린이담당 금정연(stereo@aladin.co.kr)
"가끔은, 고통이나 불행 없는 사랑도 있으리라 "
시핑 뉴스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 Media2.0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애니 프루는 지난해 내가 만난 작가 중 가장 멋진 작가다. 아직 얼마 살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애니 프루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이 (지긋 지긋한) 삶'에 대해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절로 알게 된다.
한 남자가 있다. 볼품없는 외모, 딱히 재능도 없고 근근히 살아간다. 부모는 자살하고 바람난 아내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달랑 딸아이 둘과 세상에 남겨진-인생이 난파한 한 남자의 이야기. 고모의 손에 이끌려 간 척박한 고향 땅에서, 그는 새로운 삶과 마주한다. (새 삶을 찾아간/찾아낸 것이 아니라.)
친구가 말했다. 예전엔 이 말이 참 싫었다고. '내 스스로 열심히 노를 젓고는 있지만, 지금 나를 태우고 있는 배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뜻을 이해한 다고. '순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테다. 삶이란 게 그런 거 같다. 순간순간,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흘러갈 수 있는,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고통스러운 각자의 이야기. 평범하지조차 못한 남자 쿼일이 무심한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고통이나 불행 없는 사랑도 가끔은 있으리라 깨닫기까지. 목이 부러진 새가 하늘을 날고 매듭 속에 바람이 갇히고- 이처럼 작은 기적들로 가득찬 것이 우리 삶임을 다시 깨우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시집 맨앞에 놓인 '삼학년'이란 시를 읽고 활짝 웃었다.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솔직하고 친절하고 겸손하다. 이 시대에 이런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토닥토닥 손길을 느끼며 흙냄새, 바람냄새 나는 추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시인은 자기 안의 응어리들을 묵묵히 받아 안았을 강물에게 미안해하고, 깜빡 집에 놓고온 자신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원경과 근경이 뒤바뀌며, 기꺼이 배경이 되고자 하는 시인.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풍경임을 상기한다면, 삶의 모습이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모르는 게 더 많았던 60년대 한국"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다 배웠던 내용이 아닌가. TV나 라디오에서 주워들은 내용도 꽤 되고. 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검은 선글라스를 박정희의 이미지처럼 나는 밖으로 드러난 일부분만을 보고 박정희를, 60년대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박정희, 내가 알지 못했던 김종필, 내가 알지 못했던 60년대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았고 예상했던 것처럼 유쾌하지 않았다. 병영국가, 정경유착, 기회주의, 색깔전쟁으로 표현되는 60년대의 정책, 결정, 사건들은 지금의 200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한국사회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으니.
강준만의 인용에 의한 재구성은 글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기는커녕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줬다. 인용이 산만하지 않고 뚜렷한 흐름을 가지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점을 만들고 그것에 맞는 글들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 저자만의 재주이리라. 실제의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기에 객관적인 부분에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길이 나를 부르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다는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뚜벅이 신세. 후보지 를 좁히고 좁히다보면 어느덧 원점으로 돌아가 영화관/까페/블로그에 닳고 닳도록 오른 맛집 뿐이라니.
자, 역마살 있고 적당히 걷는 것 좋아한다면 이 책을 입수하자. 서울은 물론, 전국 각 지에서 맨몸으로 활기차게 걸으며 즐길 곳이 가득하다. 소요시간별 코스도 소개되어 있어 체력별 선택도 가능하다. 서울이라면 하늘공원, 양재천이 처음 도전하기에도 가뿐하다.
생수 한 병, (혹시 길을 잃을 지 모르니) 신용카드나 현금, (혹시 도중에 급하게 필요 할 지 모르니) 휴지 정도만 들고 거침없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나를 부르는 숲>만큼 스펙 터클한 트래핑이 아니더라도, 유유자적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워킹만으로 충분히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 이 책 때문에 이번 달에는 책을 거의 못 읽었다. ****출판사는 각성하라.
외국어.만화 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마음의 병, 마음의 힘"
스티브 잡스는 1998년 5월 아이맥을 공개하면서, "오늘 우리는 로맨스와 혁신을 컴퓨터 업계에 돌려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서 평한 것처럼,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실제보다 더 커보게 하는 사람이고, '퍼스널 컴퓨팅'이라는 아이디어를 신봉하고 종교로 삼은 전도사다. 누구를 향해서도 "컴퓨터를 찬미하라!"고 외칠 수 있는 인물 .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의 그런 능력, 사물을 거침없이 다르게 볼 수 있는 눈과 야망의 크기, 그리고 자기 믿음의 확고함이다. 이를테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당신은 그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비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없는 오직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용기 같은 것.
이 책은 400페이지 내내, 그래서 사랑받는 스티브 잡스처럼, 도전자 브랜드도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감히 감성적 선언을 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고도의 감성적 주장을 세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사랑을 받는다고 말한다. 사고의 냉철함과 분석력은 그 과정에 스미는 것이지, 처음부터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주겠다고 해놓고는 ‘태도’ 얘기다. 하지만 읽다보면 태도가 곧 전략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이 본래 감성에 기우는 동물이고 소비자도 인간이라 그렇다.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는 전략이 무슨 소용이며, 태도가 훌륭하지 않은 전략이 어찌 마음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먼저 과도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 식상한 결론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다. 간결한 공식이 있을리 없고, 아무리 숫자에 기대보아도, 세상 일은 대게 '정신'으로 돌아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그 위엄을 사랑하고, 그것에 안도한다. 정말로 "용기! 용기! 삶! 삶! 그것이 나의(어쩌면 우리의)테크닉이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이젠 러브마크다!"
근육질 모가수의 히트곡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 워 ~'라고. 이 책은 표지부터 내용 한장 한장까지 정말이지 멋지다!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 로도 왠지 흐뭇하고, 좀처럼 읽은 책 다시 보는 일 드문 내가 몇 번째 들춰보고 있으니..하드커버의 이 빨간 책은 이미 나에게도 또 하나의 러브마크로 자리잡았나 보다.
저자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브랜드는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고. 이제 기업은 브랜드의 개념에서 벗어나 이성을 뛰어넘는 충성도(Royalty beyond Reason)를 창출해내는 '러브 마크'로의 미래를 모색해야 하며, 이는 신비감, 감각, 친밀감을 활용함으로써 창조될 수 있음을 우리 주위의 수많은 '러브마크'의 예를 들며 설명해준다.
매혹적인 빨간 표지를 지녔지만 '브랜드의 미래' 라는 문구가 엄연히 경영서임을 말해 주는데, 수많은 이미지들과 기발한 편집, 화려한 컬러들로 무거운 경영서의 기운은 온데간데 없다.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랑 타령이라니..어리둥절함도 잠시, 흔한 마케팅 기법들을 열거하고 있는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언뜻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단순한 사실에 입각해서 구매결정을 하는 걸로 판단되지만, 실상 인간의 행동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의해 결정지어진다고 한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의 감성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정확한 수치와 도표, 계획과 전략만이 전부인 듯 여겨지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 러브마크가 되고자 하는 브랜드라면 직관적으로 듣는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 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얻어낼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남녀간의 사랑에 머물지 않고, 그 거리, 그 음식, 그 맥주, 그 향기를 우리는 사랑한다. 사랑에 빠진 소비자가 있는 곳에 러브마크가 있다. 사람, 옷, 단체, 국가 등 무엇이든 러브마크가 될 수 있고 이것은 이성적 논의나 혜택 같은 것을 뛰어 넘어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면서 만들어진다.
러브마크는 브랜드를 넘어선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미 러브마크로 자리잡은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나이키, 스타벅스, BMW 등등.. 미래를 준비하는 누군가 또는 기업이라면, 이들 브랜드의 가치와 힘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수치를 읽는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의 나도, 당신도 복잡한 수치계산과 철저한 계획 아래서만 움직이고,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것들이 단지 감각에 의한, 이성이 통하지 않는 그 '러브마크'로의 도약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직관과 본능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외서담당 공현숙 (ball98@aladin.co.kr)
"희망을 보아주세요"
'인생에 부족함이 없거나, 또는 행복한 삶을 사는 탐정은 미스터리의 세계에는 무척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은 안정 되어 있고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탐정. 이 작품은 그런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그 결과 그가 추적하는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 사소함 속에,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미야베 미유키
겨우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 남자가 초등 학생을 유괴해 저수지에 던졌고, 중학생들이 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2007이라는 숫자에 부끄럽게 시위대와 전경들이 상처를 입었다. TV를 자주 볼수록 염세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세상. 이런 세상에 집 걱정 없이, 회사에서 짤릴 걱정 없이, 그저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랄랄라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심지어 탐정 소질까지 있단다.
편의점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고르는 음료수에서부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까지 이름 없는 독은 어디에나 퍼져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침이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저녁에는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번 달 <누군가>와 <이름 없는 독>이 특히 소중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때문에 미미 여사의 책을 읽고나면 우울하고 쓸쓸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 여사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절망을 넘어선 곳에 희망이 있으리라 나는 아직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