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K > “제 유머비법을 공개합니다”
유머강사 5인이 말하는 웃음노하우
“21세기 직장인에게 유머는 생존에 필요한 경쟁력이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입니다. 현대인에게 유머가 없다는 것은 피카소에게 붓이 없는 것과도 같습니다.” 유머강사 전승훈씨의 말이다. 바야흐로 유머감각이 비즈니스맨의 경쟁력인 시대다. 경영이나 마케팅 등 사람들과 접하는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유머감각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을 웃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을 웃길 줄 알고, 또 남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비법을 전수한다는 이른바 ‘유머강사’들이 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국 각지를 누비며 ‘웃음전도사’로 활동중인 국내 유머강사 5인을 만나봤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유머비법도 소개한다.
국내 유머강사 1호 김진배
국내에서 유머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10명이 채 안 된다. 그 가운데서도 유머개발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배씨(47)는 ‘국내 유머강사 1호’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걸고 있다.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머강의라는 영역을 개척해온 김씨는 올해로 꼭 15년째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유머경영이나 유머리더십, 유머강사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업체 실무진과 협의해서 어렵게 강의 시간을 확보해도 결정권을 가진 임원진이 ‘유머강의가 뭐냐’고 거절, 3~4일 뒤에 취소통보가 오곤 했습니다. 유머를 유치하고 천박한 저질 코미디로 얕잡아보던 기업 간부들에게 ‘펀경영’이나 ‘유머리더십‘ 등의 단어는 당치도 않았던 겁니다.”
김씨는 이런 어려움에도 ‘소득 1만불 시대에는 반드시 기업경영에도 유머가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웃기는’ 일에 매진했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강좌를 얻기 쉬운 노인대학이나 여성모임에 명함을 부지런히 돌렸다. 운이 닿았는지 90년대 중반에 출간한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유머기법 7가지’가 베스트셀러로 부상하며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현재 김씨는 대기업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억대 연봉의 유명강사로 자리잡았다. 현대자동차나 태평양화장품 등 자동차나 화장품 회사 판매사원들과 과거 강압적 리더십에서 탈피해 유머리더십을 익히고자 하는 기업 중간관리자 이상의 강의요청이 많다. 교수나 목사, 강사들도 그의 주고객이다.
‘유머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김씨는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노력과 여유라고 말했다. 요즘도 그는 항상 수첩과 메모지를 휴대하고 재밌는 장면이나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메모한다. 그래도 ‘구제불능’인 사람들을 위해 그는 몇 가지 기술적인 ‘팁’을 덧붙였다.
“우스운 이야기를 해준다며 자신이 먼저 웃는 사람이 있는데, 바보 같은 짓입니다. 남들이 웃으면 1초 뒤에 따라 웃는 것이 요령입니다. 자신의 유머가 통하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럴 때는 과감히 다른 화제로 전환할 줄 알아야죠. 남이 못 알아듣는다며 두 번 반복하는 것은 분위기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남들이 자기에게 실수로 물을 엎질렀을 때, 화낸다고 물이 증발하지 않죠. 이럴 때 ‘야, 더 엎질러야 수영이라도 하지’라며 슬쩍 넘기는 여유가 바로 유머입니다.”
‘유머는 사격술’ 전승훈
유머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는 전승훈씨는 “유머에도 눈높이가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안경을 맞출 때 자기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써야 하듯, 성별과 연령 등에 따라 차별화된 유머를 구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에게는 수수께끼가, 청소년들에게는 단어를 요리조리 비트는 사자성어나 삼행시 등이, 성인들에게는 신랄한 풍자나 이른바 와이담이 어울린다.
“‘개와 정치인의 공통점. 주인을 몰라보고 덤빌 때가 있다, 족보는 있는데 이를 당췌 믿을 수가 없다. 자기 밥그릇을 여간해서는 뺏기지 않는다, 입만 열면 개소리다.’ 성인들에게는 이런 유머를 구사해야지 어설프게 ‘입으로 먹고 배로 내뱉는 것은? 우체통’ 이런 수수께끼 냈다가는 면박만 당합니다.”
전씨는 ‘유머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예전에 유행하던 만득이나 덩달이 시리즈를 지금 구사한다면 철지난 옷을 꺼내 입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유머에 대한 전씨의 정의를 종합하면, 결국 유머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그는 ‘유머는 사격술이다’라고 표현했다.
“유머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성공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필수로 인식될 정도로 유머가 힘을 가진 만큼 잘못 구사하게 되면 말을 실수한 것보다 더 큰 화를 입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많은 유머 소재(실탄)를 어떻게 적절히 구사할 것인지에 대한 사격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1987년부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며 기본기를 닦아온 전씨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머조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보험회사나 프랜차이즈업체 관리자 등 조직 및 인력관리가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그는 강의의 질을 위해 하루에 한 강좌 이상은 맡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유머도 습관이다’ 양내윤
양내윤씨(34)는 2000년 삼성레포츠센터에서 ‘성공하는 직장인을 위한 퓨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유머강의를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그는 대형 건설회사의 토목기사였다. 유머강사가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몸 속에서 꿈틀대는 남다른 유머감각 때문이다.
“공사현장에서 현장인력들을 데리고 일하면서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은 남을 재밌게 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오죽하면 유머감각 때문에 오지발령을 피했을 정도니까요.”
유머경영연구소 운영을 맡고 있는 양씨는 연구소 문패에서도 알 수 있듯 ‘유머경영’과 ‘유머리더십‘을 집중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그는 “유머경영은 원활한 대인관계를 기초로 하는 경영방식”이면서 “경직된 조직을 결속시키고 상하 및 부서간의 벽을 허무는 데에 유머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유머구사를 위해 양씨가 강조하는 것은 ‘모델링 기법’이다. 스스로 독창적인 유머를 개발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최신 유행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얼마 전 경북 구미의 금오공대에서 기업체 CEO 및 공공기관 간부 30명을 대상으로 ‘유머경영과 리더십’에 대해 강의할 때 이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한 적이 있다.
“경상도 어르신들 30여 명을 모셨는데 근엄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이 어르신들을 일단 웃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막막한 겁니다. 기껏 분위기를 띄워도 몇몇은 끝까지 팔짱을 풀지 않더군요. 이때 머릿속을 스친 것이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케이블TV 파리습격 사건’이었습니다. 이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라고 강조하자 그제서야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하지만 모델링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조크를 했는데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앞서면 아무리 좋은 유머소재라 해도 별무소용이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책이나 인터넷, TV 등에서 유머의 소재가 쏟아져나온다”면서 “결국 관건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일단 시도하는 용기다”라고 귀띔했다.
홍일점 유머강사 박인옥
몇 안 되는 전문 유머강사 가운데서도 박인옥씨(45)는 매우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1998년부터 유머강의를 시작해 지금까지 대략 1700여회에 달하는 강의를 했다. 대학 재학시절까지만 해도 각종 행사의 사회를 도맡을 정도로 활달한 여성이었던 박씨는 결혼 직후 찾아온 주부 우울증으로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집이 두 채라고 하더니 남의 집이 두 채더라구요. 7살 차이라던 나이는 그 두 배인 15살 차이였구요. 입맛이 딱 떨어지니까 살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1년 만에 15㎏이나 줄었습니다. 그때 대학 은사가 권해준 것이 유머서적이었습니다.” 이후 박씨는 스스로 유머서적이나 인터넷 유머 등에서 재미있는 것만 따로 골라 ‘오늘의 유머’를 정리했다. 다른 사람들과 웃음을 공유하기 위해 이를 동네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 작업이 의외로 반향을 얻으며 1998년 제일제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유머강의를 맡았다.
박씨는 젊은층을 대상으로는 고정관념을 깨는 조크를 구사한다. 예컨대 이런 것. 연세대 앞에서 젊은 학생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 길을 묻는다. “할아버지, 연대 어떻게 가요.” 어르신께서 학생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하신다. “이놈아,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국·영·수 중심으로.” 대신 주부들을 대상으로는 돈이나 자식고민, 고부갈등을 유머의 소재로 활용해 공감대를 형성하려 애쓴다.
유머리스트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해 박씨는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평소 안면이 없거나 나에게 적대적 감정을 지닌 사람 앞에서 느닷없이 유머를 펼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럴 때는 먼저 상대방에 대한 칭찬으로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유머강사!’, 윤복만
유머강사이자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윤복만 경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유머리스트가 되려면 ‘기술’보다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윤교수는 “똑같은 물이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벌이 먹으면 꿀이 되듯이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서는 웃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경영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윤교수는 경영전문가 출신답게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기업체 연수원 등에 주로 출강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웃음으로 고객과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윤교수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