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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이름 한 글자 ㅣ 창비아동문고 139
김은영 지음 / 창비 / 1994년 12월
평점 :
김은영 시인님은 전북 완주의 조그만 산골마을에 살았다고 한다. 한 권에 실린 동화들은 토속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동시들이 가득하다. 1964년생인 마흔 초반의 시골태생의 남자가 소년시절의 이야기를 주제로 쓴 시들이니까 요즘 아이들이 보면 마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옛적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호박꽃 초롱을 만들고, 재래식 화장실 모습이 나오고, 개구리 우는 소리, 됫박새같은 산새 우는 소리, 들꽃 피어나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농사일을 거들며 노동을 통해서만 깨우칠 수 있는 귀중한 진리들을 짧은 동시 속에 어렵지 않은 말로 표현한 것도 보인다.
또한, 도시화로 고향과 우리의 것을 점차 잠식당하는 것을 우려하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 가운데 표지 제목작인 <빼앗긴 이름 한 글자>를 보면,
...생략.....우리나라 벌들은/ 자꾸 쫒겨나서/ 지금은 두메 산골에서만 살지/
'벌'이라는 한 글자 이름마저 서양 꿀벌에게 빼앗기고/ 이름 석 자 '토종벌'로 불리면서.....중략..
양봉을 하면서 들여온 서양벌에 의해 토종벌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시이다. 우리나라 벌이 양벌을 피해 깊숙한 산골로 쫒겨가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벌이 사는 곳만 빼앗긴 것이 아니고 이름까지 빼앗겼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예전에는 그저 "벌"이었던 것이 요즘은 벌은 으레 양벌을 가리키는 말이고 우리나라 벌은"토종벌"이라고 해야만 뜻이 통하니까 맞는 말이다. 중략된 아래 연에서는 <닭>도 우리나라 닭이 한 글자 이름 '닭'을 잃고 "토종닭"으로 불린다는 내용이다.
대체로 시집에 실린 시들은 시골소년의 소박한 생활모습을 순수한 눈으로 그려놓았다.
학교 갔다 오면
청포도가 언제 익나 / 학교 갔다 오면 / 살펴보고 / 주물러 보고 /
뒷뜰 단감은 / 언제 떨떠름한 맛 가나 / 쳐다보고/ 깨물어 보고 /
밤이 언제 여무나 / 누르스름한 밤송이 찾아 / 장대로 후려친다 / 두 발 앞꿈치로 벗겨 본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 좀 더 기다려라 / 잊은 듯 기다리면 / 금새 익는다 하신다
050607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