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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으며 ㅣ 낮은산 어린이 7
이오덕 지음, 신가영 그림 / 낮은산 / 2004년 6월
평점 :
앞 전에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리뷰를 쓰면서 제가 존경하는 글선생님이 바로 故이오덕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국어공부나 교육방법에 있어서 잘못된 게 있으면 호되게 호통치시고 언제나 바른 외길을 꼬장꼬장 걸어가신 분인데도 그 분은 누구보다 순박하시며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선생님의 진실함이 활자로 빼곡히 채워져 있지만, 이 책 <감자를 먹으며>는 선생님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단 한 편의 동시가 책 한 권을 채웁니다. 그런데 딱히 詩라고 갈래를 나누기엔 애매합니다. 부자연스럽게 언어를 압축시켰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유고집인 이 책은, 선생님께서 책 속에서 자칭 할아버지라고 말씀하시것 처럼 세상 사는 것에 달관하신 자상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긴 말이 필요 없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산문시라고 해둡시다.
어릴 적 부터 어머니가 밭솥 위에 앉혔던 감자를 젓가락에 꽂아 주신 걸 받아 먹었고, 자라면서도 감자를 캐고, 쪄서 먹고 구워 먹으며 자라서 몸도 마음도 감자빛이 되고 흙빛이 되었다는 시골소년이었던 이오덕 선생님. 감자를 먹으며 책을 읽고 감자를 먹으며 글을 쓰고, 감자 먹고 학교 선생이 되어 감자먹는 산골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끝내는 죽어서 하느님 곁에 가서도 하느님과 감자를 먹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감자의 맛을 맑고 깨끗하고 따스하고 포근하고 부드럽다고 하셨는데 감자를 좋아하고 많이 먹은 선생님이 꼭 감자를 닮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림을 그린 신가영님과 낮은산 출판사는 선생님의 글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바탕이 거친 캔버스에 부드럽고 굵은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 건가요? 무채색으로 아늑한 채도를 달리한 그림들이 담담한 감자맛과 잘 어우러 집니다. 지질은 닥종이 같습니다. 옅은 황토 흙빛같은 편안한 바탕색을 썼습니다.
050603ㅂㅊㅁ
꽁지 : <감자를 먹으며>를 동시집이라고 분류한 것은 어린이들도 볼 수 있다는 말이지, 어린이들만 보는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을 잘 모르더라도(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감자같이 푸근한 시집 한 권 갖고 싶은 분께 어울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