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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 - 텃밭 다섯 평을 오십 평처럼 써먹는 비법
유다경 글 그림 사진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것도 모르고 8평 정도의 텃밭농사를 덤볐다가 실패한 재작년의 경험을 떠올리며 유다경 씨의 『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를 보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 호미 한 번 쥐어본 적 없다는 점과 첫 해 농사가 실패에 가까웠다는 점이 저자와 나의 공통점이라면 실패 이후 텃밭을 묵혀버렸던 나와 다르게 그녀는 실패한 것을 공부하고 극복하고 보완하여 다음 해에 또 도전하고 다시 도전하여 7년차 베테랑 텃밭지기가 되었다는 것은 차이점이다.
책도 어찌나 재미나게 썼는지 손에서 책 놓기가 싫을 정도였다. 내가 한 해 동안 텃밭을 가꾸며 궁금했던 것과 몰라서 엉뚱하게 했던 부분들을 꼭꼭 찝어서 원인 따위를 설명해주고 자기가 체득한 노하우가 담긴 대책, 방법을 알려줘서 연신 '아하!' '오호라!'하며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냈다. 내용도 알차고 전직 방송작가답게 이런 종류의 책이 주는 건조함 대신 손수 그린 귀여운 삽화와 말랑말랑한 문장력도 좋았고, 내용에 꼭 필요한 현장의 사진까지 꼼꼼하게 실려있어서 놀랍다. 알고보니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날마다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7년간의 블로그질 82.8기가의 방대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편집한 것이란다.
보통 텃밭 가꾸는 것을 전업농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그 둘은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전업농은 효과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지만 텃밭은 식탁을 풍성하게 꾸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맞고, 텃밭은 수확만 늘이는 것이 주목적으로 두지 않고 여가를 풍성하게, 몸과 마음의 수양도 겸할 수 있다. 여유롭게 취미로 텃밭을 가꾼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면 약간 어려움이 올 것이다. 텃밭을 가꾸면서 내가 느낀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인데 손바닥만한 텃밭에서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니 겪어본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씨를 뿌리고 싹이 돋는 것을 보는 긍정적인 경이로움과 장마 후 무서운 세력으로 뻗어나가는 잡초와의 한 판 승부는 뼈저리는 경이로움이다. 내가 텃밭에 두손두발 다 들고 물러났던 이유도 왕성한 번식력의 잡초 때문이다. 진작에 이 책을 탐독하고 텃밭을 시작했더라면 풀과 전쟁에서 내가 이겼을 텐데.
농사 짓는 어르신께 물어봐도 그분들의 건성으로 해주시는 대답(물론 그분들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셔도 우리한테는 건성으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분들한테는 세부설명을 당연지사의 일이라 설명하지 않고 건너뛰는데 농사짓는 것을 본데없이 자란 왕초보 텃밭지기한테는 무슨 말인지 알수가없다)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적도 많고, 일일이 물어보기도 힘들다. 책이나 인터넷에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이 책 한 권이면 흙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씨앗고르는 방법, 밭을 갈고 이랑과 두둑만드는 방법, 심을 작물의 계획짜기, 파종, 솎아주고 김매고 북주고 순지르며 작물 기르는 방법, 거름주기, 텃밭에서 기르는 각종 작물들의 재배법까지 꼭 필요한 정보들이 세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네비게이션처럼 한 해 농사를 안내해준다. 더구나 농사 지은 것을 버리지 않고 말리고 장아찌 만드는 등의 갈무리 방법과 음식으로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것까지 사진과 함께 설명해줘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참 좋은 실용서이다. 20110212ㅌㅂㅊㅁ.
올빼미화원 블로그 blog.naver.com/manwha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