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책만 사러 다니다가 '서재'라는 기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서재를 열고 뭔가 끄적거리며 쓰기 시작한지가 한 10년 세월이 흘렀을까..
지금 내 서재의 페이퍼들은 대부분 자물쇠로 채워져 있는데
세어보니 9개의 방이 비공개로 잠궈져 있다.
그 중에서 일기처럼 일상을 쓴 '쉴만한 물가'란
페이퍼에는 약 420개의 글이 숨어 있다.
요즘처럼 이렇게 마음이 바특거릴 땐,
다른 책 읽는 것보다 예전의 나의 흔적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래는 2005년 어느 날의 내 마음의 풍경이다.
평화로운 풍경(2)
골목을 지나다가 꼬마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노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해묵은 시멘트 바닥이 여기저기 갈라지고 뜯겨나가 누덕누덕한 그 위에서 아이들은 곰실거리며 조고만 손으로 장난을 치거나 깔깔 웃는다. 배냇머리칼이 햇살에 노랗게 나폴거리고 귀여운 곰이 그려진 옷을 입고, 인형같이 조그만 신발을 신은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서 곰살맞게 노는 모습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켜준다.
해맑은 웃음을 웃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그 애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저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어야 겠고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2005.ㅊㅁ
그 전날 '평화로운 풍경'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고 이 날도 연이어 평화로운 풍경을 옛날의 나는 읊고 있다. 기억을 들추어 보면 그 당시 내 삶이란 것도 지금과 다를 바 없이 퍽퍽하기 이루 말할 데 없었다. 그 즈음의 다른 페이퍼에서 보듯이-3시간밖에 못 잤다거나, 저녁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하루에 10간도 넘는 강의를 소화해내느라 목은 쉬어 빠지고 기력이 탈진했다는 이야기, 어렴풋이 기억나기론 아마 저 날도 종종거리며 수업 다니는 도중에 본 골목 풍경이었을 것이다- 내 육신과 마음은 조악한 현실에 무참히 뭉개지고 있었는데 평화의 단상을 읊조리는 내가 새삼 기특하다. 매의 눈을 가졌다면 저 걱정없어 뵈는 단상의 배경엔 평화롭고 아늑한 삶에 기갈들린 나의 안쓰러운 욕구가 배어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다시 보니까 그 시절의 아픔까지도 평화로워 보인다. 평화를 노래해서 평화롭다기 보다 지금에서 저 글을 보는 나는 세월이 지나니 진심으로 평화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면 '오늘'도 보이지 않는 방으로 숨겨질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어느 미래에 나이가 더 든 나는
마흔 다섯의 나를 되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큰 일을 겪었군. 그때 내 맘이 많이 아팠지, 라든가
흠 공연한 일에 화를 내었군...하면서
어쨌거나 지나고보니 그마저도 평화롭군.
할지도 모른다.20110310ㅁ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