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시 읽기 1 나라말 중학생 문고
배창환 엮음 / 나라말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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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치원생이건, 고등학생이건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고 감상하는 시간이 즐겁다.
그러나, 문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시집'을 주면 첫인상이 대번에 굳어진다.
시험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시험공부를 하자면 시를 이리저리 쪼개고 발겨서 뭘 그리도 많이도 외워야 하는지...게다가 아이들은 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에 공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공부가 순전히 암기식 공부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걸 보면, 차라리 시는 시험범위에서 제외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앗. 어리석은지고, 그렇게 된다면 이번엔 아무도 시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시험에 안 나오는 건 공부할 가치도 없다는 망조가 깃든 생각이 편만하니....

'국어시간에 시읽기'를 엮은 배창환님은 나보다도 훨씬 앞서 이런 고민을 하신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수록된 시들을 한 편 씩 읽어가는데 '어쩌면 이렇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좋은 시들을 골랐을까!~'하는 감탄이 우러나왔다. 오랫동안 교단에서 직접 학생들과 만나면서 연구하고 노력한 선생님이심을 느낄 수 있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인 학창시절엔 그 무엇보다도 좋은 시를 만나야 하고,  시 맛을 알아야 하고, 또 암송하며 산문 형식의 일기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심상을 시로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한편 한편이 주옥같은 시인데, 학생들이 이해하기가 난해한 현학적인 시어들보단 내면을 진실하고도 소박하게 조명한 시가 많다. 시 맛을 느끼기에 아주 적합한, 학생들 눈높이의 쉽고 좋은 시들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은 생동감 넘치는 시를 읽는 맛도 쏠쏠하다. 시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든 언어들을 나열해 논 게 아니라, 언어의 함축미를 가진 의미있는 아름다운 표현이란 걸 체험하게 한다.

가까운 일상-가족, 이웃, 삶을 소재로부터 삶의 의미, 지혜, 생명, 그리움, 역사 등 세계로 시야를 넓혀가는 소재들을 다룬 시가 실렸다. 시와 대화하며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세계와 대화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시는 김용택님의 "이 바쁜 때 웬 설사"이다.

이 바쁜 때 웬 설사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051213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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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12-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님 시들 좋지 않아요??
이 시하고 콩이던가요??참 좋아했는데..(제가 치매기가 심각해서 돌아서면 잊습니다)

진주 2005-12-1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 너는 죽었다 -말씀이시죠? ㅋㅋ 바로 뒷장에 이 시도 있네요.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콩 잡으러 가는데/ 어.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진주 2005-12-1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봐도...귀천(천상병)과 꽃(김춘수)이 좋던데..아이들은 웃기고 재미나는 걸 일단은 좋아하더라구요. ㅎㅎ

반딧불,, 2005-12-1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콩 , 너는 죽었다.
좋아요.
천상병과 김춘수를 이해하기엔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요.
저도 이십대에는 그냥 그랬었는걸요.

진주 2005-12-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부에서 교양국어가 있긴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시는 고등학교 때 배운 실력으로 평생을 버티는 거 같아요. 학창시절에 시를 제대로 보는 눈을 기르지 않으면, 또는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면...어른이 되어서 빈약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나봐요. 그래서, 엮은이 배창환선생님의 말씀대로, 상업주의 출판문화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이끌려 갈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중고생 교과서에 다루는 시들은 어려운 게 참 많아요. 학창시절에 중요한 건 다 가르쳐야 한다는 일념 때문인지?? 이해하지도 못한 걸 공부하는 학생들..참....대단하단..말 밖엔....

반딧불,, 2005-12-1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른 넘어서 이해한 시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럼에도 그때 배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저도 그때 배운 것이 전부인 듯 합니다.

프레이야 2005-12-1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님의 시는 가식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웃음이 묻어나요. 마음에 와닿는 시는 세월따라 나이따라 변해가는 것이기도 하구요.^^
 
홍길동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성재 지음, 김광배 그림 / 현암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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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엔 고전을 차곡차곡 읽어 두면 호환, 마마 보다 더 무섭다는 논술시험의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에서 약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논술이 도입되고 강조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읽기 힘든 고전이라고 요약이나 줄거리, 일부분만 발췌하는 따위로 졸속으로 대처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중학시절에부터 고전 한 편 한 편을 깊이있게 감상해두면 좋겠다.

홍길동전은 워낙 유명하니까, 초등학교 때 부터 동화로 고친 것을 한 번 쯤은 읽어 봤을 것이고 또 책이 아니라도 인형극이나 연극, 드라마 등을 통해 접한 내용일 것이다. 내용을 안다는 것이 "홍길동전'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뺏는 게 아닐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 다 아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꼭 한 번은 (가능한)원전을 잘 살린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원전을 살린 책을 읽는 것이다. 한국고전은 외국어로 씌인 책보다 읽어내기가 더 어렵다. 한글이 창제되어 우리글로 쓰인 고전이라고 할지라도 벌써 수 백년을 넘겼으니 중세국어는 현대의 우리에겐 낯설다. 물론 국어학자들이 고어를 현대어로 고치는 작업을 대행해 준다. 국어학자들의 그러한 친절한 노력으로 현대어로 바꾼다고 바꾸어도 독자들은 여전히 어눌하고 재미없다가 중도에 팽개치게 만든다. 또 너무 현대인을 의식하여 원작과의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서점에서 홍길동전을 몇 십 권을 견주며 봤지만, 현암사에서 펴낸 이 책이 제일 맘에 들었다.

1.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만한 길이 (팔십칠 쪽 밖에 안 된다)

2. 원작을 잘 살리되 소리내어 읽어보면 매끄럽게 현대어로 잘 옮겨졌다.

다시 읽어보니 홍길동전을 두고 할말이 아주 많아졌다.
'의적'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한 판 토론도 벌일 수 있을 것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착하고 순한 기질족과 상반되는 홍길동의 용맹함과 개혁자질도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오천년 세월 동안 침략 당하기만한 나약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일제는 '백의민족'이라는 위장된 칭찬을 늘어 놓았었다. 역사를 연구하진 않더라도 고전만 읽어봐도 우리민족은 소극적이고 나약하고 순하기만 한 그런 민족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다.

아무튼지! 고전을 감상해야 한다. 너무 너무 재미있다!

/05121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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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10 - 강철의 주먹, 주먹 권拳 손오공의 한자 대탐험 마법천자문 10
시리얼 글 그림, 김창환 감수 / 아울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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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영이가 제손으로 산, 첫 책이 '마법천자문'시리즈이다.
3권인가? 4권인가? 거기까지만 내가 사줬고, 그 다음부터는 애가 자기 용돈으로 직접 사모았다. 비록 만화책이지만 책을 자기 손으로 샀다는 건 과히 영이에겐 천지가 개벽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피와 살과 같은 용돈으로 (온 집안을 청소기기 돌려서 500원 벌고, 재활용품 종류별로 분류 처리해서 500원 벌고, 문제집 풀기, 심부름 하기 등을 해서 모은 용돈이니 어찌 피와 살과 같지 아니 할까!)  하교길의 군것질의 유혹도 참아가며 모은 돈으로 산 책이니 그만큼 우리 아이에겐 가치있는 책이다.

10권은 출시된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어젯밤에 가방 속에 든 책은 벌써 겉장의 테두리가 어지간히 닳아 있었다. 친구들에게 빌려 줬다고 한다. 거의 학급용 문고수준으로, 온 반을 뺑뺑 돌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도 빌려갈 친구들이 줄을 서있다며 으시대며 말한다. 안 봐도 뻔하다. 이걸 빌려 주며 얼마나 기고만장할지를 크큭..

한 권에 20자를 배울 수 있으니, 헉! 벌써 200자를!
영이는 이 시리즈에서 나온 200자는 확실하게 안다. 내 눈에 이게 참 신기하다. 내가 어리버리하게 헷갈려 하는 글자도 영이는 정확하게 음과 훈을 알고 있다. 어린이용 만화라고 해서 기본적인 쉬운 한자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서우습게 생각하면 안 된다.한자급수시험 2,3 급에 나오는 한자들도 있으니 어려운 글자가 많이 섞여 있다. 어쨌거나 그 어려운 글자들을 연필로 수없이 쓰며 달달 외우지 않아도 재미있게 터득할 수 있게 만든 건 이 책이 해낸 성과이다.

200자 뿐만 아니라, <단어장>에 나오는 활용하는 여러가지 한자들도 익힐 수 있다. 10권까지 착실하게 뗀 아이라면 500~600자 정도의 한자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한자에 대한 관심과 재미일 것이다. 영이는 한자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래서, 내 만족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 점에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한다. 해서, 여러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한자공부를 즐겁게 하도록 동기를 불어넣어 준 걸 생각하며 접어 두기로 하지만... 가장 큰 불만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의 가장 큰 불만은, 책값이 너무 비싸는 것이다. 문화진흥기금을 지원받고도 이토록 비싸게 책정된 까닭이 뭘까? 종이의 질을 좀 더 낮추고 색감을 좀 더 부드럽게 인쇄하지 왜 이렇게 화려하게 책을 만들어 내는 건지 책을 살 때마다 속상하다. 명화감상을 위한 미술관련 도서나 자연 도감처럼 인쇄할 필요는 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이 팔리는 부수를 생각하면 출판사는 충분한 이익을 챙길 수 있을테니 좀 더 저렴하게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책이 좋다고 남들에게 권하기도 하지만 책값 부분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05121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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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1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박리다매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많이 팔린다면서요. 힝.

진주 2005-12-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우리아들이 열광하는 책이고, 또 학원비에 비하면 책값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정말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어요.여기서 2000~3000원은 더 낮춰도 아울북은 수지맞을텐데요...

진주 2005-12-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게, 제가 생각하는 이 책값은, 판매부수 대비하여 어림림잡아 계산하면 5000원 정도 입니다.

진주 2005-12-1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사면,
할인에, 적립금, 땡스투 마일리지, 500원 할인쿠폰까지
주니까 덜 억울한데, 우리 애는 동네서점가서 사오거든요..ㅡ.ㅜ
제가 선물하는 책은 알라딘에서 주문하니까 그나마 다행인가요...훌쩍..

날개 2005-12-1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권 나왔군요....! 또 사야 되네...ㅠ.ㅠ

ezwriter 2005-12-1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진주 2006-04-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로 퍼가시는지? 옮겨가는 것 싫어하는데...
 
엄마가 사라졌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수 코벳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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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누구라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똑딱거리는 시계바늘에 쫒기는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피곤에 늘어진 몸을 이 악물고 달려들지만 일감이 쌓이는 속도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고요, 군상들 속에 부대껴 누더기가 다 된 마음을 바닷바람이라도 휑하니 쐬고 싶기야 굴뚝같은데 껌같이 달라붙은 가족들 때문에 한 눈 팔 수 없는 딱 그 즈음, 세상이 내 실력을 조금은 인정해주기도 하는 것 같으나 하얗게 밤을 지새운 열정에 비하면 코딱지보다 더 작아요. 언제쯤이면 편안하고 만족스런 날이 올까요. 까치발을 들고 내다봐도 앞에 펼쳐진 날은 고되고 버겁기만 해요.


딱, 그럴 때, 유년시절이 막 그리워지잖아요?

평안하고 포근했던, 아무 시름없던 엄마 품속..... 마흔 즈음의 여자라면 누구라도, 남편이고 자식이고 일이고 다 때려치우고 철없던 유년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거잖아요.

책 속의 여자 버나뎃도 그랬어요.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며 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신문사 기자로서 재택근무를 해요. 한국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수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주부의 사정은 국가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네요. 그 즈음 그녀가 더 힘들었던 건, 얼마 전에 어머니를 여의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위로받는 게 우리들인데, 쯔쯔... 이렇게 열악한 틈바구니에서 마흔 번째의 생일을 앞두고 그녀도 우리처럼 맥없이 중얼거렸던 것뿐이었어요. 엄마 곁에 있고 싶다고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수 코벳’은 아일랜드의 신비로운 설화들을 이용하여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어머니 곁으로, 또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기로 버나뎃(과 함께 우리도)을 데려다 주면서 상상의 공간을 열어요. 열두 살 시절, 여러분들은 어땠나요? 후훗, 제게도 아련한 추억이 깃든 시절이군요. 아, 정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버나뎃에게 큰아들 패트릭이 있듯이 제게도 큰아들 윤이가 있어요. 책은 중학생 아이들 눈높이라  단숨에 읽도록 쉬우면서 구성이 흥미로운데요(현재와 과거가 교묘하게 겹쳐지고, 추리적이고 모험적인 내용, 그러면서도 현대의 아이들을 겨냥한 현실감각도 잃지 않아서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책이 배달 온 때가 시험 기간이라서 녀석은 사흘에 걸쳐 틈틈이 읽더군요. 그러다보니 아들과 제가 책갈피 두 개를 꽂고 번갈아가며 읽었답니다. 마치 본문이 엄마와 아들의 관점에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처럼요.


처음에 작가는 엄마 "버나뎃"을 주인공으로 초안을 잡았는데 이것을 문학지도 교수님의 요청에 따라 아들의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아들 “패트릭”편이 삽입된 것이라고 해요. 그리하여 이 책이 청소년도서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눈치를 보니 우리 아들도 가슴에 느끼는 것이 많은가 보아요. 한창 친구 좋아할 시기이다보니 자연, 가족을 소홀히 하고 부모님(특히 엄마)에 대해 반항심이 많이 생길 시기잖아요. 시기적절하게 가족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고취시켜, 가정 안에서도 한 사람의 몫을 어엿하게 감당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도와줘요.


우리 아들의 관점에서 감상을 쓰자면 패트릭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겠지만, 그건 아들 몫으로 남겨두고 저는 엄마 버나뎃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래요(요즘 독후감상문 숙제를 더러 베껴내는 학생들도 있고 하니^^;). 책을 덮고 나서, 제 자신에게 물었죠. 열두 살로 돌아간다면 버나뎃처럼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현재공간(40살)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겠느냐고요? 40년 가까운 세월 속의 후회스러웠던 부분을 다시 무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저 역시 지금으로 돌아오고 싶어 환장한다는 말이 정답이에요. 주부된 여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는 게 정신없이 고달파서 맘속으로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주부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며 가족(엄마)를 이해하는 마음 한 자락이 넓어지고 싶은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이 재미있을 거예요. /051128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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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11-2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뿔싸~ 제가 일등을 놓쳤군요~ 새벽별을 보며님께서 먼저 리뷰를 올리셨네요^^
에구..작은별이가 돌볼 동생이 없다는 게 좀 아쉽네요.
우린 모든 정황이 우리집이랑 똑떨어져서..우리 큰아들도 집안일을 많이 해야하거든요. 동생 숙제봐주기부터....책 읽더니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집안일을 감당하는 거예요. 짜식이..엄마를 좀 이해해 주네요..으흑.고마운 것..용돈을 듬뿍 주마!

mong 2005-11-2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이의 감상문도 궁금해 지는데요?
책갈피 두개를 꽂고 읽는 책이라~
새벽별님에 이은 진주님의 리뷰도
가슴에 지잉-하고 와 닿아요
(좋은 리뷰를 읽고 이 무슨 만화스러운 댓글인가?ㅎㅎ)

아영엄마 2005-11-2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청할까 하던 책인데 님의 리뷰 읽는 것으로 대신하렵니다. ^^

날개 2005-11-2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라~ 보관함으로 쓩~^^

진주 2005-11-2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윤이가 과연 쓸런지.....ㅡ,.ㅡ
아영엄마님, 언젠가 아영이가 자라면 이 책이 필요한 날이 올지도 몰라요^^
날개님, 앗..효주!

하늘바람 2005-11-28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두 친구 이야기가 리뷰대상자로 되었을 대 이 책도 너무 아쉬웠어요. 음 어여 봐야겠네요

blowup 2005-11-2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님의 이런 리뷰. 진짜 맛나요.

진주 2005-11-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전 두 친구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슬픈 이야기라고 해서..^^
나무님, 페이퍼같은 리뷰죠? ㅋㅋ
 
천원의 행복 채우리 저학년 문고 18
신현신 지음, 이웅기 그림 / 채우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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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천원을 주면 뭘 할 수 있을까?
연필 세 자루,
공책 두 권,
떡뽁이 한 컵에 하드 하나,
딱지나 팽이....

학교 앞 문방구라면 아이들의 주머니 사정에 걸맞는 1~2백원짜리 상품들이 즐비하니 천원짜리 한 장으로 최대효용을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쪼개어 쓸까 고민하는 5분이 즐겁다. 300원으로 쥐포를 사서 100원짜리 게임을 두 어 판 하고, 내일 학교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할 스티커공책에 붙일 몬스터 스티커를 산다.

이렇게 천원의 돈을 다 탕진(?)하고 돌아서는데 알록달록한 젤리와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떡뽁이와 꼬치들이 뱃속을 쪼르륵 소리나게 만든다. 이럴 때 애들이 하는 말,

"요즘 돈 천 원은 너무 가치가 없어."

아이들에게도 천 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군것질이나 꼬질꼬찔한 장난감 나부랭이로 금새 다 써버릴 그런 돈이다. 신현신이 지은 <천 원의 행복>은 아이들에게 천 원의 의미를 좀 더 확대시켜 준다. 고작 군것질 따위로 내 입을 즐겁게 하는 도구로 단 번에 없애버릴 수도 있는 돈인데, 인수라는 아이는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쓴다. 이기적인 성향을 버리고 남을 위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교훈하는 것은 힘든데-아이들의 용돈으로 만지는 천원짜리 지폐로 자연스럽게 메시지로 접근한 것이 좋다.

'내 마음을 좀 알아줘', '해송 이발소 박동혁', '호식이네 생선가게'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 세 편도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잔잔한 소재들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주제는 '천 원의 행복'과 마찬가지로 약하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눈높이에서 현실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문체나 책의 구성도 초등학교 저학년-한글을 습득하여 책읽기의 즐거움에 마악 눈뜨는 시기-이 소화해 내기에 무리없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쩐지 조금은 진부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선가 엇비슷한 이야기를 듣었던 것도 같고, 어디서나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그러다보니 이야기의 긴밀감이라든지 흥미진진함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저학년 단편생활동화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를 생각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다 싶다. 아이들에 비하면 늙어빠진 내겐 그닥 큰 감흥은 없었지만, 역시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다-그러니까 결론은 아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친근하게 다가가는 책이라서 아이들이 만만하게 읽을만한 책이다-요런 책, 책읽기 싫어하는 애들에게 권해주면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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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2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11-2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는 이미지가 안 떠서 좀 답답하네요.
2~3학년 아이들에 잘 어울리는 책-책도 얇고 일단은 부담없어서 좋아요. 저는 책이 너무 부담스러운 건 애들한테 벌을 준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