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b > 책과 담쌓은 사람도 살아남으려 읽었다

(출처: 한겨레)

베스트셀러의 사전적 정의는?‘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렇다면 밀리언셀러의 정의는 무엇일까? 액면대로 설명하면 1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다. 그러나 그 정도 부수가 팔리려면 평상시에는 책하고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까지 책을 사야 한다. 그래서 밀리언셀러에 대해 “평상시에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 읽는 책”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이 땅에서 최초로 밀리언셀러에 오른 책은? <성경>일까? 아니면 <운전면허시험문제집>일까? 그러나 단행본만 갖고 이야기하자면 1981년에 출간된 <인간시장>(김홍신)이다. 시집으로는 서정윤의 <홀로서기>가 있다. 이어서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뒤를 이었다. 류시화는 그의 모든 시집이 100만 부를 넘는 시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시인이다. 시집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1989년에는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 6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전주곡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 들어 <소설 동의보감>(이은성), <소설 토정비결>(이재운), <소설 목민심서>(황인경) 등 역사인물소설 트로이카를 비롯해 <배꼽>(오쇼 라즈니쉬), <세상을 보는 지혜>(발타자르 그라시안),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 등이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 후 해마다 서너 종의 밀리언셀러가 줄을 이었다.

그러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가 닥치자 밀리언셀러는 잠시 사라졌다. 최근까지도 밀리언셀러는 우리 곁에서 사라진 듯했다. 지난 8월 초에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가 밀리언셀러가 되기까지는 말이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2000년대에 밀리언셀러가 된 책이 몇 종이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그래서 며칠을 작심하고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무려 40여 종이나 됐다.

그 중에는 이미 1천만 부를 넘긴 책도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조앤 K. 롤링) 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는 2천만 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의 책은 전 세계를 강타한 블록버스터 소설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뒤의 책은 ‘한국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만화의 대표적인 예다. <마법천자문>, <코믹 메이풀 스토리>, <서바이벌 만화과학상식> 등 ‘현존’하는 스토리만화 3총사는 500만 부 안팎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인기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초는 81년 김홍신 ‘인간시장’

2000년대 들어 졸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한 분야가 자기계발서 시장이다. 개인주의로 무장한 사람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남들이 읽는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 자기계발서는 개인(셀프)과 경영(매니지먼트)을 결합하고 있다. 경영을 돈으로 바꿔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는 들어 내놓고 돈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남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일깨워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가 300만부, 남보다 먼저 변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달콤한‘변화의 철학’을 제시하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가 200만 부 넘게 팔리며 이 시장의 초석을 확실하게 다져놓았다. 그 뒤를 이어서 <화>(틱낫한),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편), <선물>(스펜서 존슨), <마시멜로 이야기> 등이 꼬리를 물며 밀리언셀러에 오르더니 올해는 아예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목록 상단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전통적으로 출판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소설도 밀리언셀러를 양산하는 분야이다. 아버지들의 가족애를 그린 <가시고기>(조창인)와 <국화꽃 향기>(김하인),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와 <나무>, 추리소설의 ‘창세기’<셜록 홈즈 전집>(아서 코난 도일), 조정래 대하소설 <한강>,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인 <상도>(최인호) 등이 2000년대 초기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중의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하는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등 외국소설 두 종만이 밀리언셀러가 됐다. 80만 부가 팔린 김훈의 <칼의 노래>와 42만 부가 팔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머지않아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여 약간은 위안이 되지만 국내 소설의 침체 양상은 심각할 정도이다.

‘해리포터’나 <다 빈치 코드>는 영화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이다. <국화꽃 향기>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화되었거나 되고 있는 중이다. <상도>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이제 영상과 책의 접목은 ‘필연’이라 할 만큼 책의 판매부수를 키우고 있다. 영화의 국내 상영과 맞물려 대형 베스트셀러에 오른 <반지의 제왕>(J.R.R. 톨킨)과 뮤지컬을 글로 옮긴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같은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기도 하지만 (KBS한국방송),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상담코너를 책으로 옮긴 <그 남자 그 여자>(이미나) 등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펴낸 것도 밀리언셀러가 된다. 90만 부가 팔린 <스펀지>(KBS스펀지제작팀)도 곧 밀리언셀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무조건’책으로 만들고 볼 정도다. 인기드라마를 소설화한 <겨울연가>와 <대장금>은 국내에서는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경우이다.

밀리언셀러 7종 올린 ‘느낌표’ 괴력

해방 이후 가장 큰 출판이벤트는‘느낌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11월부터 첫 전파를 타기 시작한 MBC 방송프로그램 <느낌표>의 한 코너인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많은 책을 소개했다. 소개된 책 중에서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봉순이 언니>(공지영), <아홉 살 인생>(위기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야생초 편지>(황대권), <톨스토이단편선>(톨스토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 바스콘셀로스) 등 7종이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이처럼 방송의 소개에 힘입어 밀리언셀러가 된 책으로 KBS 에 소개된 <연탄길>(이철환)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PPL’처럼 세 차례 등장한 <모모>(마하엘 엔데)도 있다.

이 밖에 영어학습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정찬용), 카툰만화집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인문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역사학습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편지>(박은봉),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만화로 설명하는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 등도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그렇다면 이들 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아마도 지식인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말할 듯하다. 한 평론가는 “동서를 불문하고 ‘밀리언셀러’들이 이룩한 공로는 애꿎은 나무 희생과 자연파괴”뿐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의 문예평론가인 사이토 미나코는 밀리언셀러를 분석한 책 <취미는 독서>의 서문에서 지식인들은 대체로 밀리언셀러는 ‘읽기 싫다’ ‘안 읽어도 다 안다’‘읽을 가치 없다’라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100만 독자 역사적 ‘경험 공동체’
 
그러나 밀리언셀러는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후지와키 구니오는 “한 부의 지식인용 책, 출간되자마자 서평에 오를 것 같은 양서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책이라고는 잘 사지 않는 사람을 위한 책을 만들어 이익을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프로라고 부른다.”라고 했지만 나는 밀리언셀러를‘세상’이 만든다고 본다. 운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세상을 잘 만나야 가능한 법이니 말이다.

‘1천만 관객’의 영화 <괴물>이 화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잔뜩 기대를 하고 본 사람들은 ‘잘 만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까지는’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남이 보니 그냥 따라본 사람들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밀리언셀러 또한 마찬가지다. 세밀한 자로 일일이 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밀리언셀러를 함께 읽은 사람은 이미 역사적인‘경험의 공동체’다. 워낙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읽다보니 감동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밀리언셀러를 분석하면 지난 세월에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있는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1세기 밀리언셀러 목록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토머스 불핀치, 가나) 1200만
<해리포터>(조앤 K.롤링, 문학수첩) 1100만
<마법천자문>(시리얼, 아울북) 580만
<코믹 메이풀 스토리>(송도수, 서울문화사) 500만
<서바이벌 만화과학상식>(코믹컴 외, 아이세움) 450만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코리아) 330만
<연탄길>(이철환, 삼진기획) 300만
<상도>(최인호, 여백) 300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 황금가지) 300만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창비) 200만
(KBS한국방송, 샘터사) 200만
<한강>(조정래, 해냄) 200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진명출판사) 200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정찬용, 사회평론) 200만
<반지의 제왕>(J.R.R. 톨킨, 황금가지) 180만
<가시고기>(조창인, 밝은세상) 170만
<봉순이 언니>(공지영, 푸른숲) 150만
<그 남자 그 여자>(이미나, 랜덤하우스코리아) 150만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홍익출판사) 150만
<뇌>(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140만
<아홉 살 인생>(위기철, 청년사) 130만
<셜록 홈즈 전집>(아서 코난 도일, 황금가지) 130만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편, 위즈덤하우스) 130만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웅진닷컴) 130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웅진지식하우스) 120만
<국화꽃 향기>(김하인, 생각의나무) 120만
<나무>(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110만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110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편지>(박은봉, 웅진주니어) 110만
<야생초 편지>(황대권, 도솔) 105만
<톨스토이단편선>(톨스토이, 인디북) 100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 바스콘셀로스, 동녘) 100만
<모모>(마하엘 엔데, 민음사) 100만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문학세계사 외) 100만
<화>(틱낫한, 명진출판) 100만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 21세기북스) 100만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100만
<선물>(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코리아) 100만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 한국경제신문) 100만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이원복, 김영사) 1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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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6-08-2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팔린 책은 "가장 피흘리는 감독으로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김기덕의 눈으로 재어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100만권 넘게 팔린 책이 좋은 책만은 아니라는 점. 그렇다면 과연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오고.. 그러면 머리가 아파지고... 좋은 책은 자기 몸에 맞는거겠죠.

사마천 2006-08-21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은 책에 대한 입장은 분명합니다. 고전이죠. 오래읽히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 그래서 최소한 얼마간의 시간은 고전에 할애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쪽은 숙독을 해나가고 여러번 읽는게 좋겠죠. 베스트는 제목,간단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속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고마운 것은 요즘 베스트는 책이 얇고 읽기가 쉬운것이 특징이더군요. ^^

한잔의여유 2006-08-2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덕감독의 경우는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수준을 벗어났습니다.그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죠.안타깝지만... 뛰어나다고 대중적이지못하다는 것과 일치합니다.정치뿐만이 아니라,모든 분야에서 그러한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살아남는자가 진정으로 강한자라고 한다면 고전이 가장 좋은 책이겠죠.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진정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진정으로 알아야할 가치는 한계가 있지만,시간과 공간을 얼마나 초월하느냐의 여부라고 봅니다.

사마천 2006-08-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제 서가를 채우던 책중에 지금 계속 들고 가고 싶은 책은 몇안됩니다. 대부분은 고전입니다. 가끔 파우스트를 읽으며 감동받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또 오딧세이, 수호지도 모두 다시 읽어도 늘 즐거운 책입니다. 그런 토대가 단단해질수록 우리의 사고 깊이가 더 깊어지는 것이겠죠.
김기덕이 과연 한국의 우디 앨런이 될런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정 어렵다면 우디가 그러했듯이 타 지역의 관객에게도 통하는 보편성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여전히 작품이 어필안한다고 관객을 비난하는 것은 매너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
 
 전출처 : 로쟈 > 브루스 커밍스가 보는 한국 현대사

문화일보의 '8.15 기념 해외석학 인터뷰'로 미국의 저명한 한국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와의 대담 인터뷰가 실렸길래 옮겨온다(커밍스 교수는 아마도 촘스키 다음으로 국내 언론의 인터뷰 제의를 많이 받는 미국 학자일 듯하다).

문화일보(06. 08. 14) “한·미 관계 나빠보이며 개선 기미도 안보여”(*타이틀은 문화일보의 최근 기조를 반영하여 좀 선정적이다)

-광복 61주년이 되는 올해 해방전후사와 한국전쟁, 그리고 남·북한의 현대사를 둘러싼 한국내의 논란이 혼란스럽다. 전국교직원 노조가 만든 책자에서는 북한의 주장이 검증되지 않은 채 소개되고 남북한의 해방이후사에 대한 논란은 양극화로 치닫는 인상이 다. 심상찮은 한·미관계, 심지어 식민지종속 우려까지 제기되는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북한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광복절 특집기획으로 한국 및 동아시아학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교수와 로버트 스칼라피노(미 버클리대 정치학)교수로 부터 광복61주년의 한국현대사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스칼라피노 교수와의 인터뷰는 아직 게재되지 않았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한국내 진보파, 북한조차 외면할 수 없는 권위를 갖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미시간주 앤아버의 자택에서 1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당신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북한에 관한 책도 썼다. 북핵문제를 비롯해 향후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있는 한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것은 명백히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바라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대북정책에서 6자회담파와 체제교체파로 나뉘어져 아무런 결정도 못내리고 있다. 지금은 이라크 때문에 북한문제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개발 등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좋은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같은 강경책은 결과적으로 미국·일본의 강경파에 이용당하는 셈인가.

“그렇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에게 북한의 미사일발사는 MD 강화의 명분이다. 또 북핵 문제 등은 미국이 중국을 간접 압박하는 지렛대 역할도 하고 있다.”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한·미관계는 나빠 보이며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서울에서는 젊은 세대가 권력을 잡으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지만 워싱턴은 노무현 대통령이 급진적(radical)이고 급진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 성공으로 민족적 자긍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한국사람들이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여긴다. 나는 한·미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에서는 요즘 주한미군과 관련된 논쟁도 뜨겁다.

지난 1970년대에 미국에서도 격심한 논쟁이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미 지상군이 한국 방위를 위해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 만 이제는 주한미군 철수가 한·미관계에서 뜨거운 감자여서 철수하기 어렵게 됐다. 미 국방부 등에서는 노무현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미군 철 수위협을 가하곤 하지만 실제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 현상이나 낮은 인기를 생각하면 주한미군 철수 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7, 8년 전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 미 국방부에서는 남북한의 화해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킨다는 계획이 논의됐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도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장래 중국과 일본의 위협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럴 경우 주한미군은 미국 한국 북한 모두에게 이익이다. 주한미군은 그야말로 지역내 균형자 역할을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 대해서 미국의 진보적 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내 일부 주장처럼 한국이 경제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있나.

“FTA는 상호이해관계에 따라서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음모가 개입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 양측에서 FTA 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해당사자도 있을 것이다. 미국도 과거 철강산업을 지키려고 철저한 보호무역적인 조치를 취해왔다. 나는 FTA로 한·미간의 경제적 관계가 나빠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FTA문제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전조가 될까 걱정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교수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이 한국전쟁에서 김일성의 책임을 정당화한 책으로 인용되곤 한다. 신문 칼 럼에서는 ‘고등학생이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 이름까지 들며 한국전은 미국과 남한이 일으켰다고 배웠다’고 한다는 사례까지 소개됐다.

역사가로서 학자로서 자신의 주장과 다른 오해를 받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나는 남한이나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한마디도 말한 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1980년대초 내 책이 한국에 소개될 당시 상황 때문일 것이다. 당시 나는 전두환 정권과 한국내 인권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 때문인지 나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내 책의 내용을 왜곡 하며 나를 비난했던 것 같다. 나는 남한편도 북한편도 미국편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전이 김일성의 남침이라는 단 한가지 사실만 알려져 있었을 뿐 미국이 1945년부터 1948년까지 한국에서 군정을 실시했던 사실은 잊혀가고 있었다. 나는 미국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장면을 밝히려고 했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80년대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책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중도 보수성향의 학자들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을 발간해 해방전후 역사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역사가는 항상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소련의 괴뢰였고 남한은 친일부역자의 정권이라는 단순한 양분법은 사실이 아니다. 예컨대 남한은 부분적으로 민주주의 정권인 동시에 친일부역 문제가 있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자료와 연구 성과가 많이 나왔다. 역사적 사실은 매우 복잡한 것이다. 1980년대초 내 연구가 한국 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 학자들이 한국전쟁 같은 사안을 연구하다가는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는 제한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같은 외국인 학자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가 더욱 깊어지면 남북한이 화해할 수 있는 기초도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1990년에 출판된 교수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2’에서는 어 떤 점이 새로 밝혀졌나.

“1권을 쓴 뒤에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비밀해제된 자료를 보면서 나는 매우 놀랐다. 김일성과 스탈린이 교환한 서신이나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 기록을 보니까 당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소련의 스탈린이 개입해 있었다. 1950년 1월 김일성은 모스크바를 방문해서 스탈린으로부터 개전 승인을 얻는다. 그러나 이런 사실도 한국전쟁을 여러 원인에서 찾고자 했던 나의 기본논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전쟁 직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남침유도설 같은 주장도 나왔는데.

“애치슨 국무장관의 정책은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을 재확인한 내용이었다. 딘 애치슨 라인 때문에 김일성의 남침에 청신호를 주 었다는 주장은 난센스다. 한국을 제외한다는 명시적 표현도 없었다. 나중에 공화당이 이를 정략적으로 공격했지만 정작 애치슨의 발언 당시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애치슨 장관이 이 말을 한 곳은 미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 때였다. 당시에는 뉴욕타임스가 연설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방어선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북한의 노동신문도도 이를 번역해 ‘한국이 미국의 방어선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스탈린이나 김일성이 남침을 결정한 배경은(*이하 주체사상에 관한 질문까지는 지면 기사에는 빠진 내용이다.)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스탈린은 2 차대전 이후 미국의 공세적인 반공정책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냉전의 핵심전선인 독일을 건들였다가는 3차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한반도는 냉전의 핵심전선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전선의 성격이 짙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맥아더 장군의 동상 철거논란이 있었다. 맥아더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나.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맥아더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 미국의 북진 결정도 맥아더가 아니라 트루먼과 애치슨이 결정 한 것이다. 사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그를 싫어했다.맥아더는 전술적으로도 매우 큰 실수를 했다. 군대를 둘로 나누어 동쪽 서쪽으로 각각 진군하게 했는데 이후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어리석은 전술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에서는 전쟁이후 남로당의 박헌영 일당이 처형됐다. 과연 박헌영은 김일성의 주장대로 미국의 간첩이었나.

그 대목은 북한의 김일성 체제에서 가장 끔찍한 부분이다. 박헌영은 희생양이었다. 그는 개전 결정이나 전쟁 기간중 아무런 역 할도 하지 못한 채 김일성에게 밀려나 있었다. 박헌영이 미 군정당시 남한에 있으면서 미국관리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은 미국이 가장 미워하는 정치적 인물이었다. 김일성은 박헌영의 남로당 세력을 남겨두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남로당 출신들이 남한내 좌파와의 관계속에서 장차 남북한 화해의 틀을 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체사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60년대 주체사상을 도입함으로써 북한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적 정권으로 변한다. 주체사상으로 김일성은 1인 가족지배 체제를 합리화했다(*상식적이지만 자주 간과되는 견해이다). 한때 옛 소련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수장이었던 유리 안드로포프 등 최고위지도자들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주체사상을 둘러싸고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다. 그는 소농 출신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신분상승을 위해 일본군인이 됐었다. 그의 인권탄압이나 독재정권은 인정할 수 없지만 그는 진정으로 국력을 키웠다. 그는 다른 후진국 지도자와 달리 부패하지도 않았다. 그는 미국의 정책자문가들이 철강 산업같은 중화학공업정책을 반대했을 때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기간산업을 키워냈다.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정책은 1930년 당시 일본의 만주 산업화정책과 닮았다. 사실 박정희가 만주에서 일본군 장교로 교육받고 근무할 당시 만주는 10%의 산업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나 집단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1960년대는 미국의 지원 덕이 컸다. 미국은 수출산업 정책을 권고했고 실제 미국시장을 열어주었다. 1970년대는 박정희가 중 화학공업정책으로 국가기간산업을 이뤄냈다. 1980년대도 박정희의 성공이 이어지는 시기였다. 정주영 같은 기업인들도 여러 산업과 기업을 결합시켜 성공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로자는 한국인들 자신이다. 근면하고 우수하며 특히 고등학교 교육수준은 놀랄만한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지금은 지식산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앤 아버(미시간) = 최형두특파원)

커미스와 한국사 연구(*보충 기사이다)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인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내 진보파와 북한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학자이다. 또 현재의 한국내 논란에서 상당부분 진보진영에서 인용되는 책들의 저자이다. 그는 지난 81년 <한국전쟁의 기원1>이라는 책을 통해 해방직후 미군정 시대 남북한 내, 그리고 남북한 간 정치사회적 갈등의 연장선상이라 는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분석하는 수정주의적 관점을 제시했다. 미국정부의 방대한 미공개 자료를 근거로 한 그의 연구는 80년대 국내 소장학자들의 진보적 한국사연구에 동인을 제공했다.

 

 

 



-60대말 처음 평화봉사단원으로 내한한 커밍스는 진보적 연구시각 때문에 한동안 한국정부의 기피인물로 입국이 거부되기도 했다(*여담이지만, 도올 김용옥은 이때 커밍스로부터 영어를 배웠다고). 90년에는 구소련 붕괴이후 새로 공개된 소련측 비밀자료 등을 새로 감안한 <한국전쟁의 기원2>를 출간했다. 그가 97년에 펴낸 한국사(Korea’s Place in the Sun:A Modern History)에서는 한국전쟁에 대한 김일성의 책임, 남한의 산업화 과정에 대한 의 미부여 등을 담았다.



-2004년에는 <북한, 또하나의 나라>(한국내 번역본 ‘김정일 코드:브루스 커밍스의 북한’)에서 커밍스 교수는 핵을 둘러싼 북· 미간의 대치상황을 한국전쟁 때 미국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북한과 북한을 ‘악의 축’등으로만 보는 미국간의 반세기 이상의 강한 적대감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 10여 년간의 핵문제로 인한 북·미갈등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외교’(cat - and mouse diplomacy) 의 마지막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태도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달리 북한 자체에 대해서는 병영국가(garrison state), 즉 “폭력 전문가들이 그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라는 개념에 가장 근접한 국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세습제를 비롯한 불투명한 정치적 전통과 무수한 인권침해에 관해서도 비판했다.

-컬럼비아대 박사출신으로 현재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커밍스는 미국내 보수파로부터는 미국의 이익을 외면하는 좌파학자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미군정 및 한국전 당시의 미국정책에 대한 비판적 연구 때문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이념전선에서 시달려왔 을 커밍스 교수지만 직접 만나보면 매우 자상했다. 인터뷰를 마 치고 그의 집에서 나오다가 운전실수로 잔디밭 일부를 흉하게 망쳤는데도 껄껄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었다.(최형두 특파원)

06. 08. 14-15.

P.S. 얼마전에 브루스 커밍스의 스승이기도 한 미국의 한국학 '대부' 제임스 팔레 교수가 타계했다. 이 참에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한국의 미국학 전문가들은 누구일까?). 

동아일보(06. 08. 10) "미국내 한국학 1세대 팔레 교수 별세"

-미국 내 한국학의 대부 제임스 팔레(사진) 워싱턴주립대 한국학연구소 명예교수가 6일(현지 시간) 숙환으로 미국 시애틀 한 요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2세. 하버드대 출신인 팔레 교수는 1985년 ‘한국의 인권’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군부정권을 비판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학계에서는 그를 ‘워싱턴 마피아’의 대부라고 불렀다. 그는 1968년 당시 워싱턴주립대 일본·한국학연구소장이던 케네스 파일 교수에게 발탁된 뒤 줄곧 한국학 연구에 몰두했다.

-또한 학문적 동반자인 브루스 커밍스(한국 현대사 전공)와 함께 하버드대의 카터 에커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존 던컨, 인디애나대의 마이클 로빈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돈 베이커 교수 등 한국학 2세대 학자들을 집중적으로 길러냈다. 그는 미국 내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의 민주화운동에도 적극 동참했다. 인권 및 노동운동 탄압 등을 이유로 박정희 정권이 제안한 한국학연구기금(100만 달러)을 거부해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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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이스라엘 상품 불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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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ée Lauder

IBM

Johnson & Johnson

Kimberly-Clark

Lewis Trust Group Ltd

L'Oreal

Marks & Spencer

Nestle

News Corporation

Nokia

Revlon

Sara Lee

Selfridges

The Limited Inc

Home Depot

Intel

Starbucks

Timberland

McDonald's

Arsenal FC

http://www.inminds.co.uk/boycott-israel.html

로이터 2006-07-27 17:08

이 제품들을 혹시나 사용하고 싶으실때 이 아이의 얼굴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 어린 아이의 사진을 스타벅스를 비롯한 매장에 붙여 놓고 싶습니다.

그래도 이용하시겠습니까?

인텔에서 새로운 칩을 개발했다고 하더군요.

전쟁을 중지할때까지 사지 말아주세요.

그들이 자신들이 어떤 짓을 하는 지 알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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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한미 FTA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한미 FTA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한미FTA 2차 본협상 저지투쟁 평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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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한미 FTA 협상 중단! 노무현 정권 퇴진!’

노무현 정권이 집권 하반기 핵심과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는 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이 협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민중의 의구심은 커졌다. 이미 97년 외환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IMF가 제시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괴적인 효과를 전 민중이 충분히 경험했다.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에게 강요된 ‘고통분담’의 결과는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과 빈곤의 확산, 농촌·농업의 붕괴와 농민 생존권의 파탄, 공적 서비스의 축소와 양육·노인부양에 대한 여성의 의무 강화였다. 소수의 재벌이 금융화된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하여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떠안아야 했던 고통은 너무도 혹독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며 초민족자본이 기업 활동을 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며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해체했고, 이에 대한 저항을 ‘대외 신인도’ 운운하며 철저하게 탄압했다. 반면 IMF 구조조정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온 초민족 투기자본들은 헐값에 인수한 기업들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겨갔다. IMF가 불러온 끔찍한 고통을 이미 경함한 노동자 민중은 한미 FTA를 통해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한 층 더 완성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우는 주장과는 정 반대로 한미 FTA가 빈곤을 더욱 확산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초민족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설득력 을 얻고 있다. 더구나 1, 2차 협상에 앞서 공청회를 파행으로 진행해놓고 ‘상대국에 협상 전략 노출’의 우려가 있으므로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케케묵은 ‘대외신인도’를 다시 운운하며 협상을 방해하는 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는 노무현 정부의 뻔뻔함에 대중은 분노했다. 노동자 민중의 삶과 권리를 위협하는 한미 FTA가 중단되어야 하며, 한국사회의 미래를 놓고 오직 초민족 금융자본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노동자 민중의 결정권을 박탈한 노무현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2차 본협상에 즈음하여 더욱 힘을 얻게 된 노동자민중의 요구였다.

2차 본협상 파행은 쇼에 불과

양국 정부는 앞으로 세 차례 남은 협상을 통해 중요한 합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의 신속무역협상권한이 만료되는 2007년 6월 전까지 의회 비준을 마무리하기위해 연내에 양국 간의 공식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2차 협상 마지막 날 몇 개 작업반 회의가 취소되는 등 파행적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것이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차 협상을 통해 총 15개 분과 중 11개 분과에 대한 통합협정문을 작성해낸데 이어, 양국은 2차 협상을 통해 서비스·투자 개방 유보리스트를 교환했고, 기초토론을 진행했으며, 3차 협상이 열리기 전 개방 요구 리스트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8월 초까지 상품, 농산물, 섬유에 대한 양허안을 일괄적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협상단이 협상장을 비우면서까지 강력한 항의를 표시한 ‘약가적정화방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의약품 특허 기간 연장’을 따내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의 정책이 예상되는 소득을 저해한다고 여겨질 경우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합의를 이룬 상황이므로,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이를 통해 얼마든지 한국의 약가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문제 등의 쟁점이 남아있지만, 양국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을 결렬에 이르게 할 만큼 중요한 쟁점으로 삼지는 안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사회운동들의 요구가 커다란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도 ‘국내대책팀’을 구성하여 반대 세력들을 설득하고, 국회 특위를 구성하여 국회에 협상내용을 어느 정도 공개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3차 협상 전까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겠다고 나서고 있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계기로 한미FTA 반대여론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2차 본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 12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는 7만에 이르는 민중이 결집했다. 지난 6월 초 워싱턴 1차 협상 직후부터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펼쳐왔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 릴레이농성, 시군구 지역조직 건설, 한미FTA 저지 선언운동 및 범국민 서명운동 등의 성과였다.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에 대해 환상에 가까운 낙관적 전망을 제외하고는 예상되는 구체적 효과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곳곳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철저하게 묵살하며 밀실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모습에, 한미 FTA 반대여론은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이에 힘입은 7만의 대오는 경찰 병력 220개 중대가 동원된 봉쇄작전을 뚫고 광화문 미대사관 앞까지 진출해 초민족자본의 이해만을 철저히 대변하며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질서를 구축하려는 양국 정부에 분노를 쏟아냈다. 12일 범국민대회뿐 아니라 7월 10일부터 14일, 협상 기간 내내 협상장 주변에서, 그리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주장하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결국 한미 양측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이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는 한미 FTA의 본질에 맞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약가 적정화 방안'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2차 협상이 파행에 이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종의 위기감을 조성하며 한미 FTA 추진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시키고, 반대하는 세력의 긴장을 늦추어 날로 확산되는 반대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한미FTA 반대투쟁이 양국 정부의 2차 본협상에 이르러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정치적 방향이 분명해져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노동자민중이 주도하는 대안세계화를 향하여!

3차 협상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대중적인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온갖, 이유를 들어 이 협상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설파해댈 것이다. 또한 점증하는 한미 FTA 반대여론을 감안할 때 한미FTA 반대투쟁은 더욱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정치적 방향을 분명히 내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FTA 2차 본협상 저지투쟁 준비 과정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내에서 앞으로 펼쳐갈 투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통해 '한미 FTA를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퇴진도 불사하겠다'는 대중적인 의지를 천명하자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미 FTA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부문들이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내걸고 단결과 연대를 이루어 낼 것인지는 여전히 논의 과제로 남아있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계기로 결집된 대중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한미 FTA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배경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본의 구조적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그 비용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을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을 중단하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1986년~88년의 3저 호황 이후 1990년에 불어 닥친 이윤율 하락 위기를 김영삼 정부는 WTO, OECD 가입에 가입하는 등 ‘세계화’통해 극복하려 했고, 이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귀결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이를 다시 IMF의 권고에 따라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극복하려 했고 이는 실업과 빈곤의 확대, 초민족자본의 금융적 지배의 확대를 가져왔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사회양극화’라고 부르며 한미FTA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더욱 구체화함으로써 극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듯 위기의 악순환을 강화할 것이 분명한 한미 FTA에 대한 반대투쟁은 단순히 협상 절차를 민주화하는 것으로, 피해 분야에 대한 보상을 따내는 것으로 그칠 수 있는 투쟁이 결코 아니다. 한미 FTA 반대투쟁을 계기로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끝장내고, 진정한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운동을 개시하는 것이 현재 사회운동이 수행해야할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이다. 한미 FTA의 반민중성과 비민주성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은 크게 형성되어 있지만, 이에 비하면 사회운동들의 조직화정도는 아직 미흡하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의 성과는 한미 FTA 반대투쟁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넘어서는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운동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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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가을산 > [펌] 강풀 - FTA를 말한다.

우와!  이젠 강풀도 FTA를 말하네요! 
원래 하던 연재를 중단하고 FTA 만화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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