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준재벌집 친구가 하나있다.집이 재벌급으로 사는 건 아니지만, 씀씀이는 준재벌집 버금간다. 백화점 지하 수퍼에서 50만원넘게 장을 볼 정도이니....
이집 남편이 한의사이다.아직 공중보건의로 개업한 상태는 아니지만.....아이가 항상 골골하고 땀을 많이 흘리고는 해서 항상 한약을 먹여야지 하지만, 그게 맘 뿐이고 별로 쉽지가 않았다.
친구가 아이에게 먹이라고 공짜로 성장환을 어제 보내주었는데, 환이라서 한알도 못넘기고 아예 한약을 먹겠다고 했다. 친구에게 환을 하나도 못 먹으니 한약을 먹여야 겠다고 의논 하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잔소리가 참 많았다.
나와 워낙 막역한 사이고 원래 맘아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직선적으로 말하는데, '내가 너 아이가 좋아한다고 생크림도 그냥 막 떠멱어도 암말 안하고, 패스트푸드,아이스크림 다 먹이고 그럴때 알아봤다. 어떻게 아이한테 청량음료를 먹이니,니 아이인데 어쩜 그리 무심하게 키우냐.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애가 먼저지, 너 내말 안 듣고 나중에 후회해서 피눈물 흘리지 말아라 ' 등등
친구에게도 말했다. 너와 난 처지와 지체가 다르다고.이 친구야 입주 아줌마와 같이 이제 돌박이 아이하나 키우고 있는데, 아무리 비싸도 야채와 과일은 무조건 유기농이고, 고기도 국산 한우만 먹인다. 그리고 한의사 남편이 사시사철 보약 해주고..
난 아이와 평일에는 밥한끼 못 먹는 날이 허다하다. 아침에야 아이 잘때 나오고 저녁도 아이가 할머니와 먼저 먹는 날이 반이 넘고.입이 짧고 새로운 음식은 손도 안 되는 아이라, 거기다 입맛은 어찌나 고기와 면을 좋아하는지...무얼 해 먹이고 싶어도 그저 돈까스,치킨까스 정도 이상은 별로 먹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는 돈까스나 치킨까스 해 놓는게 일이다.
친구는 아무리 안 먹어도 무어라도 해 먹이라고 닥달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저 입 짧은 애가 생크림 찍어서라도 식빵 몇개 먹는거 보는게 안 먹고 있는것 보는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너 그러다 나중에 애 아프고 키 안 크면 후회하지나 말아라는 말이나 하고....
어휴 정말 속상하다.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이라는 것 알지만, 내처지에, 뭐 내가 산동네 단칸방에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6개월이상 한약을 계속 먹이는 건 쉽지 않은데, 결구 친구가 반값에 해주겠으니 제발 청승떨지 말로 약 좀 먹이라는 소리를 해서 주말에 가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고마운 맘 반, 야속한 맘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