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문을 닫기전에 따우님이 올리신 페이퍼 기억나시지요?
모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따우님이 서명을 부탁하셨지요.
문을 닫고 떠나셨지만,제가 서명하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해주시고
고맙게도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그때 그 글 읽으신 분들이나, 주위에 숙명여대 졸업생을 아시는 분들중에서
이 글의 취지에 공감하시고,같이 서명에 참여해주실분은
댓글로 이름,졸업연도,전공,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따우님께 제가 메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요.(__)
따우님의 글을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따우님께서 보내주신 의견서 원문을 올립니다.
수신 : 학교법인 숙명학원 숙명여자대학교 이경숙 총장님
발신 : 김지숙님 부당해고에 대한 현명한 해결을 바라는 동문
저희 숙명여대 졸업생들은 얼마 전 동문인 김지숙님이 5년 동안 숙명여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학교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되었고 이후 이 사건이 당사자들간의 합의보다는 법적인 다툼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김지숙님에 대한 부당해고가 철회되어, 본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동문의 마음을 모아 숙명여대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여성이 한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의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다른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혹은 정규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고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김지숙님이 숙명여대 직원으로 5년 동안 일해 왔음에도 하루 아침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김지숙님의 경험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그리고 곧 저희들이 접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다른 직장에서, 우리 사회의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해도, 우리 동문의 모교인 숙명에서 그리고 우리 동문을 대상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그리고 그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기보다는 법적인 다툼으로까지 번지게 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 학교에서 4년간 교육을 받고 졸업 후 그 학교에서 직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교육받은 학교에서 일함으로써 그 학교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분과 모교의 소중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지숙님 역시 이러한 기분으로 숙명여대에서 5년 동안 일해 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5년간의 근무경력과 여타의 다른 경험을 모두 무시하고 단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해고되었을 때의 그 충격이 어떠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한 명의 동문으로서 학교의 부당한 조처에 대해서 김지숙님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다름 아닌 숙명여대에 있습니다. 비록 노동위원회 2번의 심리가 모두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결론지어졌다 해도 이것이 숙명여대가 이 사건과 관련된 책임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단이 우리 사회의 여성노동자에 대한, 비정규직에 대한 엄혹한 현실이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교육기관이자 동시에 ‘여성인력’, ‘여성리더쉽’의 산실로 자부하고 있는 숙명여대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여성비정규직의 보호, 여성인력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정당한 대우와 도덕적 원칙을 지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그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부디 숙명여대측에서 이번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학교의 모습을 통해 단지 이름만 ‘여자’대학이 아니라,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여성 비정규직의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명실상부한 ‘여자대학’으로서 우리 사회에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 동문인 김지숙님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에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지숙님이 경험하신 부당한 현실이 우리가 경험하는 바로 그 현실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름 아닌 우리 모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안타까움에서 우리 동문들이 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입니다.
우리 사회 어디에서 비정규직 여성들이 차별받으며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 숙명여대에서만큼은 동문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2006. 11. 7.
김지숙님 부당해고 철회를 바라는 동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