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ergei Rachmaninov - Symphony No.2 etc. / Previn - Great Recordings Of The Century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v) 작곡, Andre Previn / 이엠아이(EMI)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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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3악장 아디지오의 매력 하나만으로도 순음악적 아름다움의 본질에 근접한 곡이다. 앙드레 프레빈이 말끔히 지휘한 이 연주는 최근의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관현악단의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명반이였다.

 하지만 워낙 곡이 아름답기 때문에 자잘한 음반평은 사족이다. 그냥 조용히 그 음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특히 3악장 아디지오에서 흐르는 주선율의 아름다움은 여름에도 가을을 가을에도 봄을 그리고 겨울에도 아련함을 선사할 수 있는 감성의 피조물이다. 신경쇠약이 걸렸었던 이 우울한 인생의 작곡가의 생애에도 따스한 추억이 감지되는건 그의 피아노 협주곡보다 덜 유명한 이 교향곡 2번 덕분일 게다. 3악장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 듯한 1악장과 2악장의 나름 웅장한 선율은 빛나는 주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조연이지만 그 또한 놓지기 힘든 아름다움이다.

 추가로 달려 있는 소품들 또한 라흐마니노프의 멜랑꼴리 정서와 섬세한듯 여린 정서를 잘 드러낸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시베리아의 흰색과 잘 어울리지만 가끔은 그 설경속에 피어있는 하나의 푸른 새싹을 위한 교향시 같은 느낌도 준다. 그만큼 시리고 여리고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희망을 품고 또 갈망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평생을 우울증과 답답함에 살더라도 아름다운 선율을 포착할 감각이 있다면야 일년을 겨울에 살아도 마음속은 항상 봄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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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INEMENT:세느강의 정경
유키 구라모토 (Yuhki Kuramoto) 연주 / 씨앤엘뮤직 (C&L)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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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키 구라모토의 이 음반은 아름다운 자켓 디자인이 주는 묘한 색채감을 뛰어넘는 내밀한 순수 미학점 쾌감을 선사한다. 이 앨범의 첫곡인 ROMANCING TIME 과 같은 경우는 01년도 수능 언어영역 듣기 평가의 시그널 음악으로 나온 적이 있을 정도로 나름 대중화된 곡이다. 두번째 곡인 세느강의 정경은 선우재덕이 나오던 아침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사용 되었던 곡이다. 세느강을 직접 가보면 고풍적인 향기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생기 발랄함 때문에 밝음의 정서를 느끼는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유키구라모토의 이 곡은 슬픔이 주된 정서를 이루고 있는 걸로 보아 같은 풍경 또한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말을 처연히 잘 나타낸다. 런던 필과의 협연으로 인해 협주곡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곡은 유키구라모토가 세느강의 정경이 내다 보이는 둔치에서 실연을 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 처연한 곡이 끝난 후 나오는 루이즈 호수의 정경은 사뭇 세느강의 정경과 대척점에 있는 정서를 전달해 준다. 설레임이 가득한 릴리시즘의 정점을 보여주는 이 곡의 아름다움은 런던 필의 아름다운 현악 반주와 잘 어울려 원곡이 가졌던 미세한 음표 사이의 여백에 충만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나머지 곡들은 그냥 그렇다. 딱히 귀에 꽂히는 멜로디 라인을 선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뭐.. 아니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고 3때 첨 들었던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은 클래식을 더 자주 듣는 요즘도 귓가에 울릴 때가 있다. 음악의 순기능이 정서 순화라 하였을 때 상위 장르라 볼 수 있는 클래식이 쉬이 가지지 못하는 직접적인 감정의 맞닿음이 잘 구현된 음반이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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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tsam 2007-09-0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ㅡ첼로 독주도 많이 듣나?

바밤바 2007-09-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흐 첼로조곡 말고는 잘 안듣는데^^;;
 
[수입] Ludwig Van Beethoven - Piano Sonatas Nos.30,31 & 32 / Rudolf Serkin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Rudolf Serkin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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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일본 작가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집에서 루돌프 제르킨과 루빈스타인을 비교한 적이 있다. 하루키의 평에 따르면 제르킨은 진지하고 심각한 느낌을 주는 인생을 살았으며 그러한 삶이 그의 피아노 음색에 묻어 난다 하였다. 물론 루빈스타인은 그와 반대되는 대척점의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이라 서술하고 있다. 제르킨의 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앨범은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보기 전에 산 것이다.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에서 풍기는 조금은 진지한 아름다움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유명 연주자들의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녹음을 몇개 사들였었다. 처음 들었던 연주는 폴리니와 박하우스의 연주 였는데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연주였다. 연주 시간도 많이 다른 두 앨범은 베토벤 후기 소나타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 하였고 그 후에도 빌헤름 켐프의 연주와 굴다의 32번 연주를 사서 듣곤 하였다. 그리고 이 제르킨의 연주는 거의 마지막에 산것 같다.

 기실 연주자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는 한 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아름다움은 별로 큰 차이가 없다. 제르킨의 진지함과 수도자적 삶이 묻어난다는 이 피아노 연주 또한 내겐 오히려 유쾌하게 들렸다. 한음한음 진지하지만 곡 자체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맞물려 그의 피아노 연주는 묵직함 보다는 발랄함으로 느껴졌다. 특히 32번 2악장의 중간의 푸가부분(맞는지 몰겠다)이 시작되는 그 변화점에서의 발랄함은 혼자만의 싸움을 하였던 베토벤이라는 사람의 얼굴에도 귀엽다는 말을 할 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도 주었다. 진지하기에 유쾌한 이 음반은 그래서 꽤나 들을만 하다. 그리고 점점 동곡에 대한 여러 음반을 구매하는 것은 그리 좋은 취미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거늘 연주자의 개성에 신경 쓰고 음색에 신경쓰다 보면 작곡가가 들려주는 본질적 아름다움의 명료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뭐든지 비평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나또한 그런 비평가가 된다는 것은 지극히 머리 아픈 일이다. 음악을 분석하는 일은 연주자들이나 평론가들이 할 몫.. 나같은 감상자들은 그냥 향유하면 될터이다. 이 음반은 자켓도 예쁘고 연주도 좋으므로 굳이 다른 음반과 비교 청취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일상을 무난히 영위하는 것도 어려워 지는 세태에 굳이 본인이 향유하는 취미에 까지 엄밀한 노력을 기울이는 건 심력(心力)의 고갈을 가속화 할지 모른다. 음악의 신인 아폴론또한 이 농밀한 태양볕 아래서 음악을 분석해서 듣고 있다보면 제가 거처하는 그 태양에 저주를 퍼부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의 음악은 아폴론의 총애를 충분히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은 아는 것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 이 후기 소나타는 모를수록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후기소나타에 대한 분석을 한 여러 글들을 보고 난 후 이 곡들을 잘 안듣는 내 자신을 보면 정녕 그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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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8-28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음반은 제르킨의 말년 DG녹음과는 많이 다를 듯 하군요...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는 다들 좋아라해서 저 역시 여러종을 가지고 있어요.폴리니,제르킨,리히터,아라우,박하우스...정작 구하고 싶은 건 유라귈라의 음반인데 이건 정말 없더군요.

바밤바 2007-08-30 09:44   좋아요 0 | URL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정말 좋죠~ 저도 이 리뷰 쓰고 나서 다시 또 들어보고 있는데 시간에 따라 들리는 것이 다르네요~ 백건우 아저씨가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는 연륜이 쌓인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진정한 작품의 본질에 닿을 수 있을거란 말을 93.1에서 했던게 기억 나네요. 감상자에게도 연륜이 있어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듯 하네요^^
 
[수입] 쇼팽 : 4곡의 발라드, 뱃노래 Op.60 & 환상곡 Op.49
DG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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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머만의 피아노 소리는 너무 아름답다. 도저히 다른 공부를 병행하며 감상하지 못하겠다. 그의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만으로 이미 다른 학문에 대한 탐구정신은 미학에 대한 배반이다. 우선 음색이 너무 좋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답다. 많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암투가 뒤섞이는 콩쿠르라는 무대에서조차 이런 음색의 피아노라면 그러한 소란을 없애기 충분할 만큼 아름답다. 역대 들어본 쇼팽 발라드 중 최고다. 아쉬케나지의 연주나 루빈스타인의 연주에서도 느끼지 못한 최고의 감성이다. 다른 곡인것 같다. 또랑또랑한 음색이 다른 음악적 짜임새니 구조적 관점이니.. 하는 말들을 다 잠재운다. 그저 마음 편히 들으면 된다. 그러면 가슴에 울린다. 또랑.. 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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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8-2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음반을 좋아라 하는데...정말 아쉬운 건 미켈란젤리가 4곡을 전부 녹음하지 않았다는 거에요.만약 그랬다면..부동의 발라드는 그의 몫이었을텐데..

바밤바 2007-08-30 09:41   좋아요 0 | URL
팀전님이 댓글 써주시니까 영광이네요^^ㅋ 저도 3일동안 제주도 갔다가 배타고 방금 와서 컴질을 못해서 이제야 확인 하네요~ㅎ 미켈란젤리 연주에서는 음색이 항상 귓가에 남아서 인상파계열의 연주자의 음악이 적당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쇼팽의 발라드도 그의 연주라면 좋겠네요~ ㅎ
 
이은미 Remake 2집 - Twelve Songs
이은미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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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이 하숙생이란 노래를 리메이크한 이후로 리메이크 곡이 음반에 하나의 수록곡으로 자주 보이는 경우가 있었더랬다. 90년대 중반쯤이였는데..015B가 5집에서 단발머리와 슬픈인연의 리메이크 버젼을 성공 시키면서 리메이크도 하나의 창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후 90년대 후반에 나온 조성모 2.5집이 소위 대박이 나면서 리메이크 시장 또한 하나의 주류 시장이 되버렸다. 그 후 나온 일련의 리메이크 음반들은 어느정도 유행에 기초하면서 꽤나 괜찮은 앨범도 있었고 별로 아닌 앨범도 있었다. 박효신의 리메이크 앨범은 특유의 소울 창법으로 약간 소외된 듯한 곡들 위주로 리메이크가 이루어져 꽤나 괜찮은 앨범 이였다. 나얼의 리메이크 앨범의 거의 재창조 수준이였고 김동욱의 리메이크 앨범은 원래 음악이 전하고자 했던 느낌을 모두 모던하게 해석하여 다소 아쉬움이 남는 앨범 이였다. 성시경의 리메이크 앨범은 그닥 새로운 해석없이 성시경의 나긋나긋한 음색에 기댄 앨범이였는데 잔잔한 음색 덕분에 꽤나 좋은 느낌을 주는 앨범이였다. 이후에 나온 서영은의 리메이크 앨범은 전혀 새로움을 주지 못한 진부한 느낌을 주었고 이승기의 리메이크 앨범은 거의 최악이였다. 꽤나 좋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그정도의 수준 미달의 음반을 내는 것을 보고 이승기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짜증나기도 했었다.

 이은미의 이번 앨범은 일전에 나온 리메이크 앨범의 다음 작품으로 리메이크 2집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그전 앨범은 잘 들어보지 않았지만 이은미의 허스키한 보컬과 선곡이 어느정도 맞는 느낌 이였다. 다만 조금 산파조로 들리는 곡들이 많아 어떤 그리움에서 느꼈던 무던한 서정성이 그리워 지기도 하였었다. 이번 앨범은 처음 보는 곡도 많고 익숙해 보이는 곡도 많아 선곡에 있어서는 성공적인 것 같다. 김동률의 노래 중에 결혼식 축가로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랑한다는 말이 재즈 버젼으로 리메이크 된 것은 퍽이나 감사할 일이다.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김동률 만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보컬의 음색으로 이 담백하고 아름다운 곡을 듣는 다는건 즐거운 축복이다. 나미의 슬픈인연은 이은미의 곡이라 불리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이은미와 딱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조금은 진부하기도 하다. 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김광진의 편지와 같은 곡은 조성모나 김동욱 등이 리메이크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은미 버젼이 훨씬 담백하다. 김소월님의 진달래 꽃이란 시가 풍기는 '사뿐히 즈려밟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곡을 신파가 아닌 감정의 숨김으로 읊고 있는 이은미의 목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참고로 조성모의 리메이크 버젼은 듣고 있으면 짜증났었다. 조성모도 예전에 좋아했는데 점점 삽질하는거 같아서 안타깝다. 기타 곡들 또한 고른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다만 안타까운것은 굳이 리메이크 앨범을 두장이나 낼 필요가 있었나 하는 점이다. 라이브에 강한 맨발의 디바 이은미.. 그러나 해석은 좋다. 특히 김광진의 편지에서 보이는 애이불비의 느낌은 원곡을 만든 김광진 또한 흐뭇할 정도로 여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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