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글은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 마음이 노곤해 어깨를 욱신거리게 하지만 글을 쓰니 한결 나아진다.
고2때였다. 나는 창밖의 찻소리가 신경 쓰여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노이로제라 했고 누군가는 신경이 예민하다고 했다. 혹자는 강박장애라고 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나의 예민함을 감추려 숨 쉬듯 웃어왔고 겹겹이 쌓인 웃음의 더께는 이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마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게 한다. 지금도 누군가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면 그 소리에 몸과 마음이 다 쏠려 하루 종일 핍진하다. 그저 그것을 벗어나려고만 해도 마음은 이미 매서운 것과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하듯 쉼 없이 콩닥거리고 또 도리질 친다.
모든 것이 망상이라는 아포리즘도 ‘일체유심조’라는 불가의 경구도 다 맞지만 내겐 맞지 아니한 일. 그날 이후 무거워진 어깨는 이제 내 것이 아닌 것 마냥 무딘 짓누름을 가한다.
무릎팍 도사에서 안토니는 ‘내려놓음’으로써 제 자신의 질병을 극복했고 나는 풀어헤침으로써 마음의 병을 가슴 깊이 새기는 듯하다.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짓누르고 또 짓무르게 한다. 나는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가련다. ‘봄날은 온다.’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