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루크너 : 교향곡 전집 [9CD]
브루크너 (Anton Bruckner) 작곡, 귄터 반트 (Gunter Wand) 지휘, / SONY CLASSICAL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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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덥고, 일많고, 관계 맺기 번잡한 날은 클래식 듣는 것도 사치다. 

특히 직장에서 갈굼 당하고, 발법이로 마음 졸이고,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욕먹을 땐. 클래식 따윈 그저 '유한계급'의 양식이다. 나같이 비루한 이에겐 조급증을 일으키는 느린 음악일 따름이다. 


브루크너다. 누구보다 느리다. 누군가는 구원의 음악이라 하지만, 제 아무리 위대한 음악도 사람을 구원하기엔 힘이 부치다. 특히 이 처럼 느린 음악이라면 '후크송'에 길들여진 이를 구원하리 만무하다. 오히려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됐음 됐겠다. 


그러나. 제 아무리 팍팍하다고. 제 아무리 버겁다고. 삶을 내팽개 칠 수는 없는 거다. 귄터반트의 브루크너를 다시 듣는다. 너무 집중해서 듣기보단 백그라운드뮤직(BGM) 정도로 가벼이 듣는다. 그닥 흉폭하지도 그닥 나른하지도 않는 음악이 묘한 안정을 준다. 콜라와 치킨에 쩔은 내 몸에 유기농 채소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한때 그 맛을 알았던 터라 쉬이 받아 들인다. 좋다. 


이번주 금요일만 지나면 더위가 조금 가신다던데. 그러면 또 가을이 온다. 가을은 여름보다 덜 퍼석퍼석 할 터이니 기분 좋을 일이 많을 거라 믿는다. 

브루크너가 BGM처럼 삶을 어루만지는 저녁이, 일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여름.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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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 Best [재발매] [2CD]
김광석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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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엠넷에서 레전드100 이란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한달 에 한번 꼴로 방영되는 듯. 

우리나라 음악사의 '전설'로 불리울만한 인물 20명을 각 부문별(예를 들어 가창력, 퍼포먼스, 싱어송라이터 등)로 선정해 발표한다. 

임진모, 박은석 등의 기존 평론가는 물론 빛과 소금의 장기호 같은 이들도 선정단에 참여한 걸로 안다. 한대수, 송창식, 양희은, 신대철 등의 레전드 급 가수들이 실제 인터뷰에 응해, 그들의 육성으로 당시 음악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김광석은 당연히 레전드다. 가창력과 싱어송라이터 부문 20명에 손꼽혔다. 이승철과 조용필 류의 감성 충만한 고음과 달리 일상처럼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노래는, 20명 안에 들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중학생 때였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란 음악을 짬뽕 테이프에서 처음 들었다. 가수는 김광석이라 했다. 서지원과 비슷한 시기에 죽었던 이었지만 당시 나에겐 서지원의 죽음보다 덜 애잔했던 이였다. 김광석은 당시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날 내곁을 떠나갔다네'라고 읊조렸다. 자극적이지 않은 그 노래가 그냥 무덤덤하니 귀에 걸렸다. 조금은 오래된 듯한 그 음색에 귀 기울이다 '이런 가수들은 돈을 어떻게 벌지' 하는 생각으로 감상을 마무리 했더랬다. 


김광석 베스트 앨범이다. 베스트 앨범이란 소장가치가 떨어진다. 해당 가수가 직접 리마스터링을 하고 신곡 몇곡을 넣고 몇 곡의 헌정곡이 담기지 않는이상 베스트 앨범은 일종의 '추억팔이'다. 


레전드 가수인 김광석이라 하더라도 이 기획의 조악함을 극복할 방법은 없다. 특히 고인이 된 그가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CD로 김광석을 듣는건 MP3와 다른 또다른 '추억 만들기'다. CD하나를 넣어 음악을 돌리기 까지의 그 수고로움만으로 김광석 다시 듣기를 위한 마음가짐은 충분하다. 

자본주의의 최대 관심은 죽음이라 했다. 김광석이 죽은지도 20년이 다돼 간다. 죽어서도 회자되고 죽어서도 제 노랠 들려주는 이에게, 안됐다며.. 불쌍하다 말하는 건 분에 넘치는 애도다. 그냥 그의 음악을 듣고서 내 비루한 삶에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그런 느낌 하나 받는게 가장 김광석을 위함이다. 

나는 그래도 유재하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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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아포리즘
이성복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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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박사의 추천으로 구입한 책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그렇다. 나만 너무 힘들고 나만 너무 지쳐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내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이다. 혼자 세상을 다 짊어지고 살았을 아틀라스도, 매일 바윗덩어리를 굴려 산을 오르던 시지프스도, 심장을 독수리에게 쪼이던 프로메테우스도.. 그들의 고통도 어쩜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이 다 나를 힐난하고 내 피는 수증기처럼 증발, 볼살마저 여위어 갈때.. 


그때도 내 고통은 지나치게 사소한 것임을. 이성복은 말한다. 네 고통이란 너 혼자만의 것이지만


또 그렇기에 그렇듯 가벼운 것이라고. 


하늘이 너무 무거워 숨조차 쉬기 버겁다면. 열렬히 타오르는 여름날 땅바닥을 살펴보며 내 고통이 얼마나 사소한 것임을 기꺼이 인정해보자. 


"어린이. 이 세상에 지나치게 심각한 일이란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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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 화질 보정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나카다이 타츠야 외 출연 / 블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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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장이 만들었다. 유장한 자연이 등장하고 사람도 여럿 나온다.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돼 한편의 우화처럼 읽힌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배경을 일본전국시대로 옮겼으며 세아들들이 주인공이다. 적절한 각색으로 일본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 구조다. 

서사보단 미장센에 더욱 집중했다. 많은 이야기를 담은듯 보이나 기실 평론가들이 짚어내는 많은 의미들은 장면의 돋보이기 위한 부속품이다. 각 장면이 서사를 압도한다. 

세련된 영상미 만으로도 서사가 전달된다. 지금 관점에서는 옛 영화처럼 고루하고 과한 상징성 따위가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고풍스런 매력을 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음악도 80년대 작품인만큼 과하게 비장하고 때론 기괴하지만 그게 화면과는 매우 잘 맞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참으로 대중적인 거장이다. 다만 그의 마지막 작품 '란'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80년대 특유의 허세와 무게가 느껴져 다소 귀여운 측면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효과에 의지하기 힘들 시절에 만든 아날로그적인 만듦새가 근사하다. 허세도 돈 만이 들이고 안간힘을 써서 부리면 그게 하나의 '멋'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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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베토벤 : 현악 사중주 전곡집 [8CD]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부다페스트 사중주단 (Budapes / SONY CLASSICAL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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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는 이 중에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속엔 '온 우주'가 담겨있다 말하는 이가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10시간이 넘는 협주만으로 온 우주를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란 제 자신만의 소우주일 뿐이다.  

간만에 음반을 샀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집이다. 부다페스트 사중주단 연주다. 예전 안동림 교수의 명반 시리즈가 유행할 때 부쉬 사중주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현악 사중주 또한 추천 목록에 있었다. 당시 그 음반을 들으며 나도 우주를 느껴보려 했다. 실상은 그저 덤덤했다. 조악한 음질과 날이 선 연주 때문에 우주를 느꼈다기 보다는 베토벤 음악의 현학성을 많이 느끼고선 나의 낮은 음악적 소양에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구매한 이 음반은 최소한 부쉬 사중주단의 음반보다 음질은 나을 듯하다. 음악이 뭐 별 게 있겠냐만은 그렇다면 삶은 또 뭐 별다른 게 있나. 다만 그들 각자의 소우주에 걸맞게 푼푼히 살면 그만이다.  

그의 귓병과 삶을 이해하며 우주를 오롯이 알아내는 것 보단 하나하나의 연주에 조용히 마음을 얹고 그 울림에 감응하는 게 이 먹먹한 세상을 이겨내는 방식이다. 음악이 소수의 유한계급을 위한 구별짓기 수단이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베토벤을 알기 보단 나를 찾아 헤매며 낮은 선율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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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4-1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랜만에 보는 바밤바님 리뷰군요. 막 반가워질려고 합니다.
좀 자주 남겨주세요~

저는 부쉬 사중주단의 음원은 온 우주를 느끼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듯 느껴지더라고요.최근의 타카시도 그렇지만 그냥 좀 삶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바밤바 2011-05-05 00:21   좋아요 0 | URL
휴~ 답글이 늦었네요 ㅎ
글 남기신지 벌써 2주가 넘었네요.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 갑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니 아이처럼 풋풋한 하루 되시길 바랄께요^^

페크(pek0501) 2011-07-1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밤바님, 오랜만입니다. 제 닉네임을 기억하십니까. 얼마나 오랜만인지 저를 기억하시는지 여쭙고 댓글 남겨야 할 것 같군요. 에고~~ ^^

정말 시간이 빨리 갑니다. 시간에 바퀴가 달렸나봐요. 이번 여름도 벌써 한 달 정도 남았어요. 8월 8일이 입추랍니다. 서울은 아직 더위가 시작도 안 한 듯해요. 오늘도 비 많이 오다가 그쳤는데, 덥지 않아요.


바밤바 2011-07-15 11:45   좋아요 0 | URL
당연히 기억하다 마다요. 봄도 오지 않은 듯 한데 벌써 가을이네요.
마음이 번잡할 때마다 글로 엉킴을 풀어냈던 시절이 벌써 멀게 느껴지네요. 시간이 진정 빨리 흘러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