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찰스 P. 킨들버거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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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킨들버거가 지은 ‘경제 강대국 흥망사’라는 책은 1500년대부터 1990년대의 경제 강대국들의 흥망 성쇄를 다룬 책이다. 1500년대라는 시기가 도입부로 채택된 이유는 아마도 ‘대항해 시대’라고 불리 우는 지리상의 발견과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을 통한 신에서 인간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진 16세기의 특이성에서 연유한 것이라 본다. 이 책은 저자가 영국계 미국인이라서 그런지 서양의 경제 대국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다소 서구 지향적인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일본의 예가 나오긴 하지만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치며 서구로의 편입을 가속화 하며 경제 성장을 일으킨 일본이란 국가의 특징을 생각해 본다면 ‘서양 경제 강대국 흥망사’라는 책 제목이 더 어울릴 듯하다. 또한 조금은 난삽해 보이는 번역과 다소 일관성이 결여돼 보이는 서술은 이 책에만 오롯이 집중하기 힘들게 하는 저해 요소였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거대한 미증유의 파도에 둘러싸인 작금의 시점에서 이러한 세계화의 주춧돌이 되었던 많은 과거 강대국들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시간 이였다.

 이 책은 우선 강대국들의 성장 주기나 최강국의 순차적 변화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페이지를 연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사람의 일생을 국가의 성장 주기와 연계 시켜서 본 것인데 경제사 이외의 철학적인 질문까지 제기할 수 있는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국가의 성장 패턴에 있어서 이러한 분석은 다소 진부하거나 견강부회(牽强附會) 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국가 성장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꽤나 도움이 되는 비유였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국가의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자원이나 금융, 사회적 법칙에 대한 일반적이 고찰이 나온다. 이러한 고찰들은 일정한 지향점을 향해 나아 간다라기 보다는 여러 면을 두루두루 살피며 포괄적인 내용을 훑어보는데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다소 산만한 관점은 책을 여러 번 곱씹어 보게 하는 요소로 작용 하였다. 이러한 개괄적인 국가의 성장에 대한 분석 이후에는 16세기 이후의 경제 강국들에 대한 지엽적 분석과 미시적 분석이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나라들을 순서대로 열거 하자면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을 필두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그리고 일본 순이다.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이 우선적으로 거론 된 것은 아마도 지정학적으로 지중해 중심의 세기였던 16세기 초의 환경과 르네상스 운동이 발아 하였던 이탈리아의 문화적 특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강력한 왕정 하에 있었던 다른 유럽의 국가와는 달리 영주나 메디치 가문과 같은 몇몇 명문가에 의해서 주도 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것은 각 도시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낳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베네치아와 피렌체, 제노바, 밀라노로 이어지는 도시국가에 대한 일련의 분석은 지중해라는 바다가 유럽이라는 대륙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실감케 하였다. 이런 해양업과 금융업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잠시나마 유럽의 중심에 섰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강력한 중앙 집권체제라는 집중된 힘이 없이는 우월적 위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 후에 나오는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사례는 ‘대항해 시대’로 인해 촉발된 신대륙으로 부터의 많은 자원의 유입에서 기초한 또 다른 경제 강대국의 부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이 두 국가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이 제공한 부산물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는데 이것은 이 두 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이사벨 여왕과 콜럼부스의 결합이라는 행운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펠리페 2세의 무적함대가 대서양을 지배하고 신대륙에서 넘어온 많은 금과 은이 이 나라의 힘을 강화 시켰지만 이것은 또한 지나친 인플레이션과 많은 전쟁에의 개입을 초래하여 두 강국의 쇠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쇠퇴에 있어서 명확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신대륙에 의존한 경제 성장과 그에 의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된 사회나 제도적 개혁의 부진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또한 프랑스라는 전통적으로 육군이 강한 나라와의 인접으로 인해 대륙으로의 진출보다 해양으로의 진출에 너무나 무게가 실린 점이 국가 성장에 있어서 나름 불균형 적인 측면을 띄게 한 것이라 본다.

 이러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점진적 쇠퇴의 기미와 함께 융성한 나라가 이 책에서 일컫는 네덜란드를 위시한 저지대 국가 들이다. 네덜란드와 같은 경우는 군사적인 힘이 상당히 약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의 강세와 금융과 상업의 활발 화로 인해 경제 강대국으로 부상한 나라이다. 잠시나마 에스파냐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네덜란드는 그 후 상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상과 산업 구조의 영향인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국가 간에 전쟁 억지력이 보이지 않게 작용하던 시기가 아닌 16세기 후반에, 경제적인 힘만으로 경제 강국이 된 네덜란드는 결국 이러한 군사력에 대한 약점 때문에 나중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크롬웰이 통치하던 영국과 일어난 무역 전쟁에서의 패배와 더불어 프랑스와의 전쟁 등이 네덜란드의 힘을 차츰 줄어 놓았는데, 이것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전쟁이라는 기제에 대한 거부감이 덜 했던 근대의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 본다. 즉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과 손해만 따지고 전쟁이 초래할 인명의 손실과 사회적 불안정성에 대한 사려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한 킨들버거는 고임금과 조세, 부채 등을 쇠퇴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네덜란드의 쇠퇴는 내적인 성장 동기의 약화 보다는 국제 정치학적 원인에서 찾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본다. 그리고 토착적, 문화적 행태를 읽어야지만 좀 더 네덜란드라는 나라의 흥망에 대한 이해 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튤립 열풍으로 알 수 있는 네덜란드인들의 강한 투기적 성향은 성장의 기제로도 작용할 수 있지만 쇠퇴의 기제로도 작용 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 볼 수 있다. 킨들버거가 이 책의 초반에 제시한 인간과 국가 성장의 비유에 의하면 이러한 투기적 성향은 성장기에는 좋게 작용 하지만 중년기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 하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살펴 볼 국가는 한번도 1등을 하지 못한 영원한 도전자 프랑스 이다. 프랑스와 같은 경우는 재상 콜베르를 중심으로 한 중상주의를 바탕으로 강한 성장을 이루어 내지만 낭트 칙령의 철회 등으로 인한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많은 기술자들의 유출 현상을 낳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농업 강국이자 많은 선진국들의 사이에 위치한 프랑스의 지리적 이점은 루이 14세라는 절대 왕정의 신봉자와 결합하여 프랑스라는 경제 강국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한다. 프랑스는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으로의 투자를 촉진 하다가 ‘미시시피 버블’이라는 유명한 집단 투기 현상을 낳았는데 이것은 프랑스의 국가 채무를 줄여 정부 재정을 강화 시켰지만 금융 시스템의 붕괴와 소시민들의 경제 몰락을 낳아 장기적으로는 프랑스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수를 가진 프랑스는 이러한 불황에서 빠르게 회복한 후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보다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중상주의를 중심으로 한 절대왕정의 붕괴는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하여 프랑스라는 유럽의 영원한 강자를 위기에 빠트리기도 한다. 또한 프랑스가 세계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 것은 나폴레옹 시대이외에는 없는데 이 또한 경제적인 힘 보다는 나폴레옹이라는 전쟁의 천재라는 개인에 기반 한 군사적 우위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프랑스는 생시몽을 비롯한 여러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사상이 잉태되는 자궁과 같은 역할도 하는데 이것은 비단 경제적, 정치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루소와 같은 철학자들이 미친 사상적인 영향 또한 있을 것이다. 그 후 프랑스는 산업 혁명이라는 인류 경제사의 분수령적인 사건이 영국의 적자가 된 이후로 1등이 아닌 영원한 도전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1등을 한 번도 하지 못한 프랑스의 단점은 많은 세계사적 격변기에도 불구하고 1위 국가가 부담해야할 많은 경제적 부담에서 해방시키고 산업화의 피로 현상을 줄여 주게 되어 프랑스를 꾸준히 강대국의 위치에 놓이게 한다.

 이제 다뤄 볼 나라는 산업혁명의 적자이자 어머니라고도 볼 수 있는 영국이라는 나라이다. 영국은 섬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유럽 대륙의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전쟁으로 인한 국력의 낭비가 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크롬웰을 필두로 한 ‘청교도 혁명’이라는 내전으로 인해 국력이 낭비 되었지만 이것은 훗날 ‘명예혁명’이라는 사건의 전초가 되어 공화정의 정착이라는 결과를 낳아 산업혁명이 잉태 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제공한다. 영국과 같은 경우는 네덜란드가 지니고 있던 국제적 무역의 우월적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강대국으로 부상 하는데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 혁명이 무엇보다도 영국의 부상에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한다. 이러한 산업 혁명은 영국의 상품 생산량과 노동의 효율성을 증가 시켰고 이 결과로 생산된 많은 상품들을 내다 팔 수 있는 시장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된다. 그리하여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에 설치되었던 동인도 회사를 기반으로, 식민지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되고 19세기에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은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많은 식민지의 개수와 또 넓은 분포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영국은 런던을 중심으로 금융 산업을 발달 시켜 세계적인 강대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다. 하지만 석탄이라는 자원과 대량 생산이라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계 경제가 석유와 다 품종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전됨에 따라 영국의 이러한 성장은 위기에 봉착한다. 그리고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이 누렸던 공고한 지위는 많은 도전을 받게 되고 결국 지금은 세계 5위권 안에도 못 드는 국가가 되어 버렸다. 영국이 나타내는 이러한 산업적 후퇴 현상은 따라잡기 현상으로 대표되는 후발 개발국의 추격과 이른 산업화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피로 현상이 접목되어 나타난 것이라 본다. 상대적인 고임금과 산업 시설의 노후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런던의 금융적, 산업적 기능을 강화 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리보(LIBOR) 금리라는 말이 거의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쓰이는 것으로 보아 성공적이라 본다. 이외에도 영국은 이전의 국제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프랑스와는 또 다른 문화적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어, 영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상품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영국을 대표하는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로 대표되는 영국의 교육산업,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뉴턴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과학적인 헤게모니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화려한 과거가 현재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현재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과 동일한 언어를 쓴다는 것 또한 영국이라는 나라의 우월성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전형적인 경제 강국의 흥망성쇠 유형을 띄는데 이것은 킨들버거가 앞서 비유한 인간의 성장 과정과 가장 유사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다음으로 살펴 볼 국가는 킨들버거가 지각생으로 명명한 독일이다. 독일이 지각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30년 전쟁으로 나뉘어 진 국토를 통일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각생 독일은 프로이센이라는 강력한 국가의 주도하에 통일이 됨으로써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독일의 성장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경제학자가 리스트 인데 그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아담 스미스나 리카르도의 의견에 반(反)하는 유치산업 보호론을 펼쳤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의 성장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비스마르크의 ‘철혈 정치’는 국가 주도하의 대규모 산업에 있어서의 독일의 성장을 가속화 시켰고 결국 보불전쟁에서 나폴레옹 3세를 격파하는 원동력이 된다. 비스마르크는 비단 성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분배의 문제에도 기여를 하였는데 이것은 세계 최초의 공적 부조 시스템이 독일에서 시행 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장기간의 산업화의 피로 현상이 누적되어 있던 프랑스와 영국과는 달리 지각생 독일은 따라잡기 현상의 대표적 선봉장이 되어 20세기 초에는 영국을 거의 추월하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빌헤름 황제의 야망과 수많은 식민지 분쟁이 결합된 세계 1차 대전이라는 국제적 분쟁은 독일의 빠른 성장을 잿더미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함과 동시에 다시금 독일의 국가 주도하의 빠른 성장은 독일 경제에 서광을 비추는 듯 하였으나, 히틀러의 야망으로 촉발된 세계 2차 대전은 다시금 독일의 성장을 잿더미로 만든다. 그 후 냉전이 시작되고 독일은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지만 서독이 일구어낸 ‘라인강의 기적’은 다시금 독일을 강대국의 위치에 올려놓는다. 이러한 서독의 빠른 성장은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되어 냉전의 종식과 거의 동시에 다시금 통일 독일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통일은 나름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독일 경제에 많은 부담을 안겨 주어 독일의 노쇠화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따라잡기 현상 이외에도 독일 국민의 근면성과 철저함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과 화려한 이미지의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인들은 언제나 근엄하고 다소 냉정해 보인다. 또한 상대적으로 흐린 날이 많고 수질이 않 좋은 독일의 자연 환경이 다소 어두운 이미지를 주는 것과 동시에 근엄하면서도 착실한 독일인의 전형을 완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다음으로 살펴 볼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현제 세계 최강대국으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달러라는 세계적 공통 화폐와 영어라는 세계적 공용어 그리고 미국적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으로 그 1인자 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발전은 미국의 건립 때부터 강조된 청교도적 금욕 사상과 개척자 정신과 맞물려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넓은 영토와 신대륙적 활기가 주요 원인이라 하겠다. 또한,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의도치 않은 최대 수혜자가 됨으로서 세계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이 가능 하였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일한 미국의 맞수였던 소련마저 무너진 지금 미국의 경쟁 상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빗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는 말이 상용 되는 지금 미국의 흥망성쇠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20세기 말 일본의 강세와 더불어 미국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IT(Information Technology) 산업이 촉발한 신경제(New Economy)의 활성화와 더불어 미국의 지위는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공고해 지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대표적 금융 시장은 이러한 미국 경제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여 자금 유통을 원활히 하고 있다. 또한, IT 산업에 있어서 가지는 미국의 많은 비교 우위는 미국의 지위를 하나의 철옹성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한때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가 미국을 건전성을 위협하였지만 클린턴 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운용과 신경제는 그러한 우려를 불식 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에게도 약점이 있는데 이것은 외부에서 촉발되기 보다는 내부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양극화 현상과 더불어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 갈등 문제와 이번 이라크 전으로 비춰진 국제적인 반미 감정이 그 중요 요소가 될 수 있겠다. 킨들버거는 1993년경에 책을 집필하여 출간 하였기에 지금의 시점으로는 다소 핀트가 어긋나는 관점을 제공하는데 능동적인 독서와 실천적인 지혜의 습득을 위해서라도 텍스트를 벗어난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킨들버거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국가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다. 20세기 후반에 지은 이 책은 일본의 힘을 다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의 시점에서는 아주 적절한 수준의 평가라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프라자 합의’로 표출된 서구 국가들이 일본에 대하여 가지는 두려움은 20세기 후반의 지배적 정서였으며 이것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미래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잘 나타난다. 만약 킨들버거가 21세기에 이러한 강대국 흥망사를 고찰해 보았다면 아마 일본이 들어갈 자리에 중국이 들어가 있거나 혹은 일본과 중국을 둘 다 다뤘을 것이다. 일단 일본의 흥망성쇠 과정을 본다면 일본은 미국의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 개항하기 전까지는 아시아에서도 그저 그런 2류 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일어난 신속한 일본의 산업화는 일본을 20세기 초의 아시아 맹주로 만들었다. 일본이 아시아 맹주가 된 데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한 국가 주도형 산업화와 동시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승리를 통한 국민적 자긍심의 고취 또한 하나의 성장 기제로 볼 수 있다. 일본의 또한 미국과 ‘가쓰라-테프트 협약’을 통해 조선이라는 식민지를 얻었으며 이것은 후에 일본이 표방한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정책의 발판이 된다. 1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가한 일본은 후에 생긴 전리품 배분에 불만을 갖게 되고 이것은 후에 식민지 쟁탈에 더욱 열정적으로 탐닉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일본은 1차 대전 후 만주 사변을 일으키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와 같은 물자가 풍부한 동남아 지역을 탐내게 되고 이것은 결국 2차 세계 대전에서 동맹국의 일원이 돼 전쟁을 일으킨 원흉이 되게 한다. 하지만 미국과의 전쟁은 일본을 패망으로 몰아넣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일본은 잿더미가 된다. 그 후 맥아더로 대표되는 미국 군정이 잠시나마 실행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연합군의 군수 보급품의 전초기지로 활동 함으로써 일본은 성장의 주춧돌의 쌓게 된다. 일본은 이러한 전쟁 특수를 발판으로 일본식의 서열 문화와 장인정신 등을 결합하여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챙기게 된다. 또한 일본은 높은 저축률과 동시에 검소한 소비 성향으로 인해 빠른 국가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급속한 발전은 미국의 헤게모니에 위협이 되었고 결국 플라자 합의를 통한 엔화 절상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엔화 절상은 상대적으로 일본 경제의 거품을 조성하여 부동산 투기를 낳았고 이것은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된다. 그 후 1997년 태국에서 발생한 아시아의 금융위기 등을 겪은 일본은 킨들버거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의 그 위풍당당한 위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일본은 단일 국가로는 여전히 경제규모 2위의 강국이며 도요타로 대표되는 ‘가이젠’ 등의 경영 사상과 IT 시대의 또 다른 생존 방식으로서의 다양한 문화 산업은 여전히 일본을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불릴만하게 한다. 베세토(BESETO)로 대표되는 한.중.일 경제 블록화의 추진과 더불어 회생되는 일본의 경제는 다시금 1등을 노리고 있다.

 킨들버거의 저서는 많은 시대를 통찰하는 균일한 법칙을 발견하기 위한 꾸준한 접근을 가하고 있으며 다각도의 분석을 통한 교훈을 도출하려고 하고 있다. 국가의 생명 주기를 탐구하고 흥망성쇠 속에 내재된 법칙성을 도출하려는 그의 노력은 세계화의 가속화와 함께 조금은 시대에 뒤쳐진 느낌 또한 준다. 왜냐하면 인간의 주기와는 달리 미국은 다시금 청년기를 맞이한 느낌이며 예전의 경제 대국의 쇠락과 달리 최근의 경제 대국은 쉽게 그 헤게모니를 놓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에서도 나오는데, 따라잡기 현상을 용납지 않는, 반강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무역 자유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선진국이 지니고 있는 기존의 우선적 지위에 대한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WTO나 IMF와 같은 국제적 기구의 방침 또한 이러한 국가적 양극화를 더욱 고착시키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16세기 초의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영락과는 달리 현재의 경제 대국들은 꾸준한 개선과 혁신을 통해 이전의 국가들이 보여줬던 몰락의 징후를 하나씩 제거하고 있으며 또한 이전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학습효과를 통해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헤쳐 나가려 하고 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였지만 세계화의 물결에 대한 고찰이 시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많은 번역 투의 문장이 독서의 즐거움을 감소시킨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킨들버거가 제시한 많은 사례와 본인이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지식의 나름 창조적 결합은 각 국가에 대해 본인이 지니고 있던 관념과 생각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수동적으로 책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책을 읽어 나가기 위하여 기존 지식과 책 사이의 꾸준한 논쟁은 경제 강대국의 흥망을 통해 미래의 세계를 읽을 수 있는 예지력을 기르게 해 주었다. 경제학이 전공이 아닌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책이지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와 여러 지식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능동적 독서를 한다면 이만큼 좋은 책도 없을 것 같다. 찰스킨들버거의 여러 혜안들이 조금 더 늦은 시기에 빛을 발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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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 - 3집 겨울로의 여행 (슈베르트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 겨울 나그네) [비올라와 기타 이중주 편곡]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작곡, 오닐 (Richard Yongjae O’Ne / 유니버설(Universal)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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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서둘러 온 초겨울 음악의 향연. 리처드 용재 오닐의 앨범이 이번 주 주간 차트

1위를 하게 된 것은 좀 의외이다. 생각보다 높은 인지도도 의외이고 클래식이란 장르가

모든 음반 들 중에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한다는 것도 조금 의외이다. 슈베르트의 곡을

비올라와 기타의 음색으로 듣는다는 것. 일전에 길샤함 또한 시도했던 연주 형태.

물론 길샤함은 바이올린으로 시도했다..

하지만 겨울 여행이 원제인 겨울나그네를 비롯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의 선곡은

앨범 부클릿 만큼 서늘함 보다 따스한 눈자욱이다. 듣지 않아도 들리는 연주.

눈으로 들어도 될 듯한 앨범 표지의 충만함이 이미 붉은 산수유 열매가 혈액속에 흐르던

어느 시골 방의 가난한 따스함을 아련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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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avid 2008-07-0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처드 용제 오닐.. 언젠가 부산에서 콘서트 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는 벽보에서만 보고..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비올라의 음색이 너무 궁금해서 못견뎌하며 지내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마이 노부코가 제 궁금증을 얼마간 해결해 주었는데..
길샤함의 파가니니 기타와 현을 위한 소나타는 지금도 자주 듣는 앨범입니다. 비올라와 기타라.. 무척 궁금한 음색이네요..
 
[수입] 바흐 : 푸가의 기법, 파르티타 2번
바흐 (J. S. Bach) 작곡, Grigory Sokolov 연주 / NAIVE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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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골로프의 바흐는 참 따스하다. 음색이 이만하면 귓가에 통통 튈만도 한데

그러한 것 없이 오히려 보드랍다. 잠결에 들어도 귓가에 들려도 꿈길에 들어도

다 포근하다. 바흐의 음악이 주는 미묘한 다름과 또 전체적 같음이

세부적 타건의 아름다움에 다소 덜 신경 쓰인다.

겨울이 다가오는 성긴 계절에 브람스보다 더 탄탄한 가을이 여기 마음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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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9집 - Hwantastic
이승환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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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읽은 그림사에 관한 책에서 치유의 회화에 관한 것들이 나왔다. 뭉크의 불안정성 또한

자기 치유를 위한 내밀한 내면기제와의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한 붓질에서 극복 되었다는.. 그런저런 감수성 짙은 이야기.

이승환의 9집은 그런 치유의 음악이다. 이승환 본인이 이혼과 각종 역경에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베푸는 환각과 같은 치료. 8집과 9집 사이에 베스트 앨범 이외엔 나온 음반이

없으므로 8집 이후에도 꾸준히 곡을 썼을 터. 그리고 이혼이란 열매가 찬란히 맺어지기

전까지 많은 아픔과 번뇌가 있었을 터. 모두들 갑작스럽다 하지만 액체가 기화하듯

용융점을 향해 치달아가는 수많은 갈등이 아름답게 발아한 것이 헤어짐일 터.

앨범을 관통하는 그리움의 정서와 조금은 처량해 보이는 그의 방송활동. 모든 것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내밀한 노력. 단련. 수련. 그리고 방황.

이승환 9집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음악 애호가가 아닌 이승환 본인이였다고. 그조차도

모르는 부지불식간의 숨겨둔 언어의 발화. 어떻게 사랑이 그렇냐며 울어도 메달려도

그렇게 상처를 세상밖에 드러내었기에. 그는 덜 아프고 더 성숙하였다. 불혹의 나이에도

세상을 관통하는 깨달음의 궁구로의 부단한 회귀현상은..

 생떽쥐베리의 소설에 나온 그 어린 아이가 아마도 생떽쥐베리만큼 나이를 먹은 영혼이였음을.

그리 구차하지 않다. 당당하다. 노래로 울고 노래로 웃는다. 하지만 아프다.

그렇게 독백이 치닫아 하늘만큼 낯선 푸르른 임에게 닿았으면 하는

텅빈 마음이 너를향한 마음으로 전환되는 이별, 그 찰나의 혼란. 그리고 애원.

천일동안 불러왔던 임의 이름이 불현듯 낯설어질 때. 승환이는 운다. 승환이 형은 운다.

승환님은 운다. 그리워 운다. 그러면서 마음을 치유한다. 

그가 낸 정규 앨범 9장이 하나의 균일한 실위에 달린 구슬처럼 반짝이며 나름의 서사를

형성할때, 그도 아마 말러를, 베토벤을, 브루크너를 ,그리고 슈베르트를 떠올리며 아홉수의

무서움을 곱씹을지 모른다.  이 글 또한 나를 달래는 치료의 언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기 검열을 가하네.. 우이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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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Regis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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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가 느꼇던 환희에 찬 기쁨이 실내악곡 숭어에 생동한다면 그의 만년의 우울함은 후기 피아노 소나타에 스르르 녹아 있다. 한국 나이로 32살에 죽은 이 영감 많은 천재에게 삶은 찰나의 행복을 값지게 해 줄 고난의 연속이였나 보다.

 그 고난의 무게가 지탱할 수 없을 만큼 쌓이고 또 쌓였을 적에 슈베르트의 영감은 슬픔으로 점철된다.

 '얼지마.. 죽지마.. 그럼 부활할거야..' 라는 말 한마디 해줄 따스한 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덜 침잠했을 것인데. 

 여린 감성을 지닌 희대의 천재에겐 오히려 무관심이 속편했을지도 모를 일.

자신의 가치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저 많은 옹졸한 이들에게 덜 회자 되었기에 그의 상처가 조금 더 유려하게 오선지 위에 표출된 듯.

하늘이 부여한 재능은 상처를 동반하는 법.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 앨범은 그 상처에 연유한 넓디 넓은 생채기를 묵묵히 짚어 나간다.

조금 더 괴팍했더라면 조금 더 살았을지 모를 천재에겐.

따스한 위로의 말보다 묵묵히 그의 음악을 경청하고 또 연주해 줄 지인이 필요했을 지도.

 '울지마.. 아프지마.. 그럼 고독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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