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을 겨우 다 읽었습니다.

내용은 그런대로 재미있는데,
번역이 너무 읽기 괴롭더라구요.

헤밍웨이가 만년에 이런 지독한 만연체를 써 댔는지,
아니면 프랑스어 판본을 번역한 중역본의 한계인지
그도 아니면 역자의 문제인지 (이게 가장 유력하겠지만.)

 

스콧(스콧 피츠제럴드)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집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나는 아름답게 별장을 가꾸고 있는 아내를, 우리의 친구들을 보는 것이 행복했고, 그리고  우리들이 점심식사 전에 마셨던 딱 한 잔의 아페리티프 맛은 너무도 훌륭했으며 우리는 좀 더 마셨다.

 

나는 그를 관찰하는 것에 굉장한 호기심이 있었고, 그리고 나는 하루종일 힘들게 일했으며, 그리고 내가 그때까지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나의 친구가 된 덩크 채플린과 그리고 스콧과 함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멋진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문장이 최소한 책 본문 전체의 30%는 됩니다.
한 문장에 그리고, 왜냐하면, 그러나, 그래서 등의 접속사만 여섯번 나온 적도 있다구요.

도대체 왜, '행복했고, 우리들이' 라고 하지 않은 걸까? 행복했고, 그리고가 뭡니까.
접속사 하나라도 불어 판본과 똑같이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걸까요? 으음... ;;

 

내가 절대적으로 솔직하게 대답해야만 하는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나는 기다렸으나, 그는 식사가 끝날 무렵까지 입을 떼지 않았는데, 그건 마치 우리가 비지니스를 위한 점심식사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루키 수필 중에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 주면서 '고기감자볶음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그래, 너, 고기감자볶음이 되겠다고? 어디 한 번 돼 봐!'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생각이 납니다.
우리들이 비지니스를 위한 점심식사처럼 보였을 거라고? 내 참.

 

그래놓고는... '교정에 많은 정성을 들여야만 했'답니다. ㅡ _ ㅡ;

 

 

 

 

이 책, 읽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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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2-0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저 지경이면... 출판사로 항의 전화하고도 남을듯 합니다.
저런 일이 발생하는 건 모두, 프로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책 읽고 싶었건만.. 이런!!!!

panda78 2006-02-0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저런 문장들이 심심찮게 나오지만, 참고 읽으실 생각 있으시다면 보내드릴게요. ^^
흑백 사진이 여러 장 실려있는데, 사진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제임스 조이스,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스콧 피츠제럴드가 어떻게 생겼나도 알 수 있구요, 젊은 헤밍웨이는 의외로 꽤나 핸섬했다는 것도 알 수 있지요. ^^;

모1 2006-02-0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가 좀 있군요. 한번도 아니고..자주 그런 것이면...원서를 안 보는 편이라 번역이 어떤지..모르겠는데 눈에 보이는 저런 번역은 좀 그렇더군요.

미완성 2006-02-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판다님은 다 읽으셨군요.....OTL
저 책 도서관에서 힘들게 찾아 빌리고 집에서 펴본 순간 느꼈던 자괴감, 슬픔, 비탄, 절망감........시간당 겨우 몇 장 읽고 중간에 덮고 말았을 때 느낀 약간의 망설임, 실망, 짜증, 스트레스, 히스테리......독자들만 알겠지요 엉엉.

jedai2000 2006-02-1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저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데 번역이 정말 꽝이군요. 번역이 그지 같아도 교정을 좀 세심히 봤으면 많은 부분 커버가 되었을 것인데...책을 낼 역량이 없는 출판사 같네요.

Kitty 2006-02-1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이상한 책은 정말 읽기 괴롭죠. ㅠ_ㅠ
출판사에서 조금만 더 성의를 보이고 번역자를 선정해주면 좋을텐데요....

라주미힌 2006-02-1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mong 2006-02-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저두 책 몇권 빌려 주셔요
연을 쫓는 아이가 문득 떠오르네요
걍 판다님이 추천해 주세요 ^^

2006-02-1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rryticket 2006-02-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번역이 아니라 직역이겠네요..

2006-02-10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6-02-11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니이이이이이임---- 알겠습니다요오오오오오오-----!!! ㅋㅋㅋ

올리브 언니- ^ㅂ^ 그냥 그냥 지냈어요. ^^ 이번 이미지도 너무 이뻐요-
홍콩, 정말 다시 가고 싶어요.. 홍콩은 날씨도 좋죠? 흑.
시누도 들어와서 괴로와하고 있어요. ^^;;;

그죠? 완전 직역이에요.... 아, 진짜 직역한다고 그게 번역인 건 아닌데 말이죠..

몽언니- 밤 그리고 두려움은 날개님 먼저 보시기로 하셨는데.. ^^ 날개님 다음번으로 보셔요- 다른 거 찾아볼게요. ^^

라주미힌님, ㅋㅋㅋ 그나마 한 章이 짤막해서 참고 읽었지... 아니면 집어던졌을 거에요. ^^;

키티님, 에휴에휴, 말해 뭣하겠어요, 그죠?

제다이님, 역자는 책 내기 전, 매년 자기 번역 원고를 음미했대요. 저런 문장을 어떻게 음미할 수 있는지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만..
다른 출판사에서 영어 원본을 제대로 번역해서 다시 내 주면 좋겠어요. 읽을 만한 책 하나가 저렇게 묻히다니, 안타까운 일이에요, 정말!

니노밍(맞나요? ^^;)님, 저는 돈 주고 샀으니까 그래도 꾹 참고 읽었지, 빌린 책이었다면 다 안 읽었을지도....

별님. 그러게요.

모1님, 번역갖고 뭐라 그러기엔 저 자신도 문법 잘 모르고 맞춤법도 잘 틀리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심하죠? 한두번 저런 문장 나온 거면 저도 그러려니, 하는데요... ;;

2006-02-1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