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인『돈키호테』를 남긴 세르반테스는 죽기 며칠 전에 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고 한다. <내 목숨이 끝나 가고 있다. 내 맥박이 달려온 기록을 보면 아무리 늦어도 이번 일요일이면 끝날 것이고, 나는 나의 삶의 여정을 마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그 일요일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1616년 4월 23일 금요일, 마드리드 레온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400년 전의 일이다.

 

그가 죽은 날 셰익스피어도 함께 죽었다. 유네스코는 1995년부터 이 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올해 '책의 날'이 유난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 두 인물이 작고한지 꼭 400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역사'에서 400년은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지만, 두 거장들이 숨을 거둔지 400년씩이나 흘렀다고 생각하니, 문득 짧게 열렸다가 금세 닫히고 만 '작가의 유한한 삶'과 미래를 향해 무한히 열려 있는 듯한 '작품의 무한한 생명'이 새삼 뚜렷이 대비되는 듯해서 그 느낌이 자못 새롭다.

 

이만 각설하고, 올해는 특별한 기념일이니만큼 무엇보다 <10문 10답>이라도 우선 성실하게 채우고 보자. '책의 날'이 하루 이틀 지났다고 해서 '책을 기념하는 일'마저 그렇게 빨리 서둘러 마감되었다고 여길 필요는 없을 테니...

 

 * * *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언제가 좋냐구요? 우선 계절부터 말씀드리지요. 저는 아주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치는 날씨도 좋아하고, 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좋아합니다. 날씨에 따라서도 책을 읽는 기분이 조금씩은 다른데, 그저 맨숭맨숭한 날씨보다는 폭우가 엄청 쏟아질 때를 더 좋아하고, 폭설이 내릴 때도 좋아합니다. 그럴 때 책을 읽으면 정말 특별히 '묘한 쾌감'이 온 몸으로 전해져 오는 듯하거든요.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냐구요? 그 어떤 곳 보다도 저는 동네 도서관이 좋습니다. 저는 주말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습관적으로 동네 도서관으로 책을 읽으러 갑니다. 사실, 제가 최근 10여 년 동안 읽은 책들의 9할 이상은 동네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이지요. 저는 동네 도서관에 갈 때 우리 동네 교회와 성당 앞을 지나쳐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와 성당을 찾아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곤 할 때 저는 '동네 도서관'에서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특별히 선택해서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집을 나섭니다.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만나왔던 고대의 인물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연이어 듣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도 더러 있고, 어서 빨리 지금 만나는 작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난 뒤에, 내가 미리 점찍어 둔 또다른 옛 인물을 서둘러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내가 만나러 가는 그 유명한 인물과 곧 마주치게 되리라는 설레임 때문에,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동안에도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를 때조차 있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파수꾼   귀가 아프신가요, 마음이 아프신가요?
        크레온   어찌하여 너는 내 아픈 곳을 따지려드는 게냐? 
        파수꾼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범인이고, 저는 귀를 아프게 할 뿐이지요. 

 - 소포클레스,《안티고네》316∼319행

 

이번 질문은 마치 제게는 까마득한 옛날에 쓰여진 고대 그리스 비극 가운데『안티고네』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저는 전자책은 그저 '제 눈을 아프게 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당연히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할 때도 많습니다만, 저는 주로 밑줄을 자주 긋는 편입니다. 그 증세가 점점 심해져 가끔씩은 '밑줄을 그을 형편이 못 되는 상태로' 글을 읽을 때는 심리적으로 약간 불편할 때조차 있을 정도입니다. 밑줄을 긋기 위해 청색 '모나미 수성 플러스펜'을 몇 자루씩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12개 들이 한 다스를 매번 통째로 사는 편인데, 어떤 해에는 두세 다스를 살 때도 있답니다. 물론 독서노트에 메모할 때도 적잖이 있기 때문에 그렇겠지요만.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 머리 맡에는 책이 없습니다. 아주 가끔씩 침대 위에서 책을 읽다가 잘 때도 있지만, 이튿날 아침이면 읽던 책을 도로 내 책상 위로 가져가거나 책가방으로 서둘러 옮깁니다. 침대에서 책을 읽는 일은 제겐 몹시 드문 일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책장에 꽂는 책들은 제법 분류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고전, 역사, 철학, 과학, 경제, 경영, 투자, 문학, 에세이, 자기계발, 독서, 여행, 취미 등등으로 나누어 배열해 둡니다. 새로 산 책들은 한 켠에 별다른 분류없이 임시로 쌓아둘 때도 있습니다. 자주 들춰보는 책들은 책상 위나 컴퓨터 책상 오른켠 책꽂이 등 손을 뻗으면 금세 닿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둡니다. 저는 책을 구입할 때 몹시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 일부러 책을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쓸 일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읽을 가능성이 없는 책들은 가끔씩 한꺼번에 와장창 내다버릴 때도 있습니다. 읽지도 않을 책들 때문에 읽고 싶은 책들을 찾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은 저로서는 몹시 견디기 힘든 일이니까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초등학교에 다닐 땐 모험소설을 아주 좋아했더랬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 마을에서 읍내 '군립도서관'까지는 편도로 시오리는 족히 되는 거리였지만, 방학때 책을 빌리러 갈 때나, 책을 빌려서 집으로 되돌아 오는 길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걸리버 여행기』,『십오소년 표류기』, 『보물섬』,『80일간의 세계일주』,『톰 소여의 모험』,『셜록 홈즈 시리즈』등등을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모험 소설'을 즐겨 읽던 그때가 가끔씩 떠오르는데, 그런 작품들은 아마도『노인과 바다』,『모비딕』,『돈키호테』,『파리대왕』, 『인듀어런스』, 고대 그리스 신화 가운데『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 고전 작품들 가운데『오이디푸스 왕』, 『필록테테스』,『오뒷세이아』등을 읽을 때였지 싶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웬만큼 특별한 책이 아니고서는 '책을 보고 놀랄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네요. 그래서 선뜻 내세울 책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네요. 어릴 때 동네 훈장어르신 한테서 무릎을 꿇고 배웠던 '문종이에 붓으로 직접 쓴 천자문'이 혹시라도 여태까지 남아있었더라면, 그 책이 여러 사람들을 꽤나 놀라게 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사람을 정말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10가지 질문 가운데 제게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게 바로 이 질문이었다고 해도 결코 빈말이 아닐 겁니다. 꽤나 오랫동안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자주 떠올렸더랬습니다.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흥분될까요? 그를 정말로 만날 수 있다면, 저는 그냥 아무 말없이 그저 '월든 호숫가'를 그와 함께 거닐어 보고 싶습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보트를 함께 타고 '콩코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낚시도 함께 하고 야영도 함께 하고 싶고요.(제 서재 대문에 내걸어둔 '글귀' 또한 소로우의 책에서 옮겨놓은 말입니다.)

 

재치있는 프랑스 철학자인 몽테뉴도 만나고 싶은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가 수상록을 통해 보여줬던 해박한 지식과 해학이 넘치는 말솜씨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많은 책 속에 박혀 있던 주옥같은 대목들을 그토록 자유자재로 인용할 줄 아는 그와 같은 인물과 함께라면, 수많은 낮과 밤을 함께 보내더라도 도무지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와 베르그송의 책을 한창 열심히 읽을 땐 '그들을 만나러' 도서관으로 가는 발걸음이 흥분될 때조차 있었는데, 막상 그 철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왜냐하면 그들은 너무나 탁월한 천재들이어서 저와 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도저히 만나 줄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만나고 싶은 작가가 셀 수도 없이 여럿 남아 있지만, 그 가운데 한 사람만 더 꼽아보라면 저는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를 빼놓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토록 '심오한 웃음'을 우리 앞에 내보였던 작가의 '실제 웃는 모습'은 과연 얼마나 심오할 수 있을지, 저는 그게 너무나도 궁금하니까 말입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그런 책들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셀 수조차 없습니다만, 당장에 떠오르는 책들이라도 주르륵 마구 나열해 보고 싶네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플루타르코스의『영웅전』, 에드워드 기번의『로마제국쇠망사』, 박경리의『토지』정도는 여기에 꼭 남겨놓아야 옳지 싶습니다. 여러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도 여태 못 읽었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플라톤의 『대화편』가운데서 빠트린 작품들도 숱하게 남아 있군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저는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별로 많지는 않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왜냐하면 저는 책을 읽기 전부터 매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게 꼭 던지거든요. '내가 정말 간절히, 지금 바로, 이 책을 읽기를 원하는가?' 하고 말이지요. 그런 질문과 대답 끝에, 단단한 결심을 앞세우며 읽기 시작한 책들은 웬만해서는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놓을 일이 별로 없더군요. 그래도 가끔씩은 책의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갈 때도 있답니다. 그 책을 붙잡기 전에 내게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 스스로 어느새 살짝 비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지요. '지금 당장 이 책을 계속 읽기 보다는 조금 나중에 다시 읽는 게 훨씬 더 낫겠어...' 라고 말하면서 슬쩍 그 책을 내려놓은 기억이 아주 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최근에 붙잡았던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이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 니체의 탁월한 작품들인『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안티 크리스트, 우상의 황혼, 이 사람을 보라』등에 비해서는 뭔가 약간은 '맥이 빠지는 듯한 기분'을 그 작품을 읽으며 살짝 느꼈기 때문이었지요. 잠시 니체로부터 얼마쯤 거리를 두고 지내다가, 그가 다시 절박하게 그리워질 때, 그 때 다시 읽기 위해서라도 니체의 그 작품은 좀 남겨뒀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어디까지나 '자기합리화'일 뿐이겠지만, 제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는 순간, 다른 어누 누구도 말릴 사람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더군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이 질문은 다른 책에서도 이미 만났던 질문 같군요. 오래 전에 제가 그 책을 읽으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을 미리 그 책 속에 적어뒀는지 어떤지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말이지요. (퇴근한 후에) 뒤늦게 다시 확인해 보니 그 책 속에 별도로 적어 놓은 뚜렷한 대답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밑줄과 별표만 잔뜩 표시해 두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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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천 권 안 되는 그런 책들 가운데, 아무리 훌륭하게 읽었다 해도 다시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뭔가를 주는 책들이 있다. 아마 100권도 채 안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책을 알아낼 수 있을까?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지만, 최상의 능력을 발휘해서 그 책을 모두 분석하며 읽고 책장에 꽂아두었는데도 뭔가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는 책이 있다. 놓치고 지나간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즉시 그 책을 다시 읽어보면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잊혀지지 않고,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마침내 다시 꺼내 들고, 거기서 또 다른 놀라움을 맛보는 그런 책을 말한다. …… 가장 훌륭한 책으로 분류되는, 극소수의 책들은 다시 펼쳐 들었을 때 "그 책도 독자와 함께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처음 읽듯,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전에 읽고 이해한 내용이 모두 무효화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전에도 진실했던 내용은 지금도 진실하다. 다만 다른 면에 있어서도 진실해진 것이다.

 

책이 어떻게 독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한번 씌어지고 출판되면 끝이다. 하지만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은 책이 독자보다 한 수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여전히 한 수 위일 수 있다. 정말 위대한 책이기 때문에 여러 수준에서 읽을 수 있다. 이전보다 이해력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책이 정말 독자를 끌어올린 것이다. 좀더 지혜로워졌고 좀더 아는 게 많아졌다 해도, 여전히 더 이끌어줄 수 있다. 죽을 때까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는 이런 책은 분명 많지 않다. 100권도 채 안될 것이다. 하지만 '그 수는 독자에 따라 더 적을 수도 있다.' 인간은 가지고 있는 정신의 능력외에도 다른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각자 취향이 다르다. 어떤 사람 마음에 드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떤 특정한 책이 확실히 위대하다고 단정지으며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가치를 지닌 몇 권도 채 안 되는 책을 독자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책 읽기와 인생에 대해 가장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책, 읽고 또 읽고 싶은 책, 당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어떤 책이 이런 책인지 알아내는 오래된 문제가 하나 있다. 남은 여생을 무인도에서 살게 되어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야 하는데 그중 10권의 책을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 것인가?

 

그 목록을 정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인데,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던 즐거움과 정보, 이해를 주는 원천이 단절된다면, 그 인생은 어떨지 상상해보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일이다. 라디오도, 텔레비젼도, 도서관도 없는 섬에 달랑 단 10권의 책만 있다면?

 

그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비현실적일까? 그렇지 않다. 누구나 조금씩은 무인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부딪힐 일과 비슷한 일, 훌륭한 인생을 살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일에 도전 받으며 살고 있다.

 

 - 모티머 에들러,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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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이런 예상 질문'에 대해 미리 마음 속으로 조금씩 생각해 둔 책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무인도이니만큼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담긴 작품은 꼭 있어야겠지요. 더군다나 언젠가는 기필코 이뤄내야 할 '귀향'에 대한 열망을 아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는 맨 첫 번째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고르고 싶습니다. 그 다음엔 비슷한 책이긴 하지만 여태 읽어보지 못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두 번째로 고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무인도에서 읽기에 더할 나위없이 어울릴 만한 '엄청나게 기나긴 소설',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꼭 챙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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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돈키호테』를 성찰할 시간?
    from Value Investing 2017-07-29 14:03 
    넘어지는 것은 물론 똑같다. 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우물에 빠지는 것과, 별만 바라보다가 우물에 빠지는 것은 다르다. 돈키호테가 열심히 보았던 것은 바로 별이다. 이 공상과 망상의 정신이 추구한 웃음의 깊이는 얼마나 심오한가.- 앙리 베르그송, 『웃음』중에서 * * * 읽는 즉시 마법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고, 그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새 등장 인물의 말과 행동 속으로 빠져 들면서 모든 게 현실보다 더 생
 
 
초딩 2016-04-26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좋아합니다 :-)

oren 2016-04-26 13:41   좋아요 0 | URL
초딩 님께서 분에 넘치도록 좋아해 주시니 글을 쓴 보람을 느낍니다. ㅎㅎ
(대충 마음 속으로 얼버무리고) 그냥 넘어갈까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초딩 2016-04-26 13:4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북플 포스트를 최초로 메일 공유해서 링크 저장해뒀습니다 :-)

oren 2016-04-26 14:00   좋아요 1 | URL
그런 기능도 다 있군요. 초딩 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hnine 2016-04-26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 유래를 oren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이 문항에 답을 적으면서도 왜 그걸 알아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열개의 식상한 문항에, 전혀 식상하지 않은, 멋진 답변을 쓰셨어요!

oren 2016-04-26 20:59   좋아요 0 | URL
안영옥 교수님이 번역한 『돈키호테』의 맨 끝에 붙은 `번역 후기`를 읽어 보니, 스페인에서는 `돈키호테`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4월 23일에는 `소설 <돈키호테>를 24시간 동안 끊어지지 않도록 서로 이어가면서 읽는 행사`가 있다고 하더군요. `세계 책의 날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를 만날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 * *
스페인에는 『돈키호테』읽기 행사가 있다. 책의 날인 4월 23일부터 만 하루, 총 스물네 시간을 쉬지 않고 누구나 교대로 읽을 수 있는 대국민 참여 행사이다. 또한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골 마을 구석구석에도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들을 새겨 놓은 타일들이 담에 붙어 있어서, 단순히 미관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문화 수준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스페인 사람이면 『돈키호테』를 모두 다 읽었고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구어체 표현이나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어휘들, 역사, 문화적 배경이 포함된 이야기들을 다짜고짜 그들에게 묻고 다녔던 건 그런 믿음이 있어서였다. 마드리드 대학 스승에게나 책방 주인에게, 라만차 거리에 있던 아낙네에게, 연로하신 스페인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밑도 끝도 없이 질문을 하던 내 모습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돈키호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 안영옥, 『돈키호테』, <번역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