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함께살기 님의 글 내가 걷는 길 1. 큰 출판사와 싸우다에 대해 먼댓글로 써 본 글입니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모욕

······ 소로우는 이렇듯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는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편집자나 출판업자와의 관계도 별로 우호적이지 못했다. ······ 한번은 소로우가 자기만의 문체로 소나무의 '살아 있는 영'에 대해 표현한 한 문장('그것은 나만큼이나 영원하고, 어쩌면 어느 천국으로 높이 올라가 거기에서 나보다 더 우뚝 솟아 있을 것이다')이 편집자의 손에 의해 소로우의 허락 없이 삭제되었다. 그것은 소로우로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모욕이었고 그래서 그는 그 편집자가 교체될 때까지 그 잡지에 어떤 글도 보내지 않았다.(108쪽)



 

아무리 좁고 구불구불할지라도

소로우는 세상이 정해 준 대로 살지 않는 반항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하버드 대학이 학칙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검은 코트만을 입을 것을 강요하자 소로우는 학교 안에서만큼은 녹색 코트를 입었다. ······

소로우는 한 사람의 인생을 특징짓는 것은 천성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반항이라고 말한다. 그는 겉으로는 순종하면서 안으로는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은 올바른 삶의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회의 목소리를 좇아 분별없이 자신의 좁은 길을 뒤로 한 채,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큰 길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소로우는 충고한다. 자신의 길을 가라고.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아무리 좁고 구불구불할지라도 그 길이 그대가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길이라면 그대로 그 길을 따라 걸으라. 비록 큰 길 위에 서 있는 여행자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 보이는 길이 울타리 사이로 난 좁고 험한 길이라면, 그 길을 추구해 나가라. 사람이란 결국 자신만의 좁은 길을 가는 것이다."

소로우는 자신의 삶에서 떠맡을 유일한 책무는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화려함과 초라함, 그리고 그 밖의 대부분의 단어들이 내게는 내 이웃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웃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내가 천하고 불운한 운명 탓에 산과 숲을 떠돌아다니고, 홀로 강을 항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내가 실로 이곳에서 단 하나뿐인 이상향을 갖고 있는 한, 나의 선택에 주저함이 있을 수 없다."

한번은 소로우가 집에서 키우던 돼지가 울타리를 넘어 도망친 사건이 일어났다. 식구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그 돼지를 잡아들이느라 하루를 다 써버린 뒤, 소로우는 그날의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녀석의 고집이나 내 고집이나 사실은 피장파장이다. 돼지의 끈질긴 독립심에는 차라리 존경심이 느껴진다. 놈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기를 고집하고 있다. 내가 나 자신이든 아니든 말이다. 돼지가 내 뜻에 저항한다고 해서 분별을 모르는 동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분별력이 더 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갖고 있다."

소로우는 자신의 독자들에게 어떠한 삶의 틀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누군가가 살아 본 인생, 시도해 본 실험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했듯이 개개의 인간들에게 존재하는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을 인정했다. 단지 그는 말했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추구하는 데 열중하지 말라. 당신 말곤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을 하라. 그 밖의 것은 과감히 버리라." (157∼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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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1-1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제게도 의미있는 문장들입니다^^

oren 2013-11-11 17:04   좋아요 0 | URL
이 짤막한 인용글이 프레이야 님께도 의미있는 문장들이라니 저도 기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3-11-1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 님 글은 언제 다시 읽어도 아름답다고 느껴요.
요즈음은 <강>이라는 책, 소로우 님이 처음 쓴 책을 읽습니다~

oren 2013-11-11 17:17   좋아요 0 | URL
소로우 님의 글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글들이 참 많다고 저도 느껴요.

저도 소로우 님이 쓴 책을 열 권쯤 사놓고 있는데 끝까지 다 읽은 책은 다섯 권뿐이네요. 여태 읽지 못한 <소로우의 강>, <씨앗의 희망> 등을 마저 읽은 다음 맨 마지막으로 <주석달린 월든>-가끔씩 들춰보며 주석에 달린 내용들이 점점 더 낯설지 않음을 발견해 내고 있는-을 읽을 생각이에요.

함께살기 님께서 지금 <강>을 읽고 계시다니 그 책을 읽는 동안 소로우 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또 생생하고 아름답게 울릴까 생각만 해도 그저 즐겁습니다.

transient-guest 2013-11-14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의 글에서는 자기 내면으로,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봅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삶에 치일때 특히 가슴에 와 닿는때가 많더군요. 읽기도 쉽고, 공감하기도 쉽지만 이를 삶에 대입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네요..ㅎ

oren 2013-11-15 12:17   좋아요 0 | URL
공감이 느껴지는 말씀입니다. 참된 삶을 찾기 위해 어떠한 고정관념도 다 무시할 수 있었던 '진정한 용기'를 지닌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좌절하지 말도록 격려를 해주는 듯해요. 그리고 끊임없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도록 부추김을 받는 느낌도 들구요.

정말 아무나 들려주기 어려운 이야기를 아주 친근하고도 설득력있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우리가 얼마만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늘 안타까운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