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탐구를 시도한 심오한 통찰을 담은 책



(밑줄긋기)


 

기적의 모든 난해성보다 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일

우리가 여느 때 보고 있는 사물들 중에도 기적의 모든 난해성보다 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일들이 많다고 본다.


도대체 이 정액 한 방울이라는 것이 무슨 괴물이기에 거기서 우리가 생겨나며, 거기에 우리 조상들의 육체적 형태뿐 아니라, 그 사상과 경향의 흔적까지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 물방울은 어디다 이 무한한 수의 형태를 깃들이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 물방울들은 종잡을 수 없게 혼란된 추이로, 증손자가 증조부를 닮고 조카가 삼촌을 닮는 이런 유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 내가 이 담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친에게서 받은 것이라 믿을 만하다. ······
 
어디서 그렇게 오랫동안 이 결함의 성향은 부화되고 있었던 것일까? 부친이 이 병에 걸리기까지에는 아직도 시일이 멀던 시절에 그가 나를 이뤄 낸 그 실체의 변변찮은 한 조각이, 어떻게 이렇게도 굉장한 사태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한 어머니에게서 나온 그 많은 형제들과 자매들 중에 지금까지 나 혼자만 40년이 지난 뒤에 내가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을 정도로 어떻게 그토록 깊이 숨어 있었던 것인가? 누가 내게 이 추이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나는 그만큼 다른 기적들도 그가 바라는 대로 믿어 줄 것이다. (839쪽)



 * * *


 


무엇이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가


알렉산더 포프는 "가지가 휘는 대로 나무는 굽는다."라고 말했다. 워즈워스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말했고, 밀턴은 "아침이 하루를 보여 주듯 유년은 그 사람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예수회 수도사들은 "아이의 처음 7년을 다오. 그러면 너에게 어른을 돌려줄 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 금언은 영화 감독 마이클 앱티드가 영국 아이들을 7년 단위로 추적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맺음말로 사용되기도 했다.(652쪽)



생애 후반


예를 들어 지능의 유전율은 개인의 나이에 따라 증가하고, 생애 후반에는 0.8까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가지가 휘는 대로"가 아니라, "이런, 내가 우리 부모랑 똑같이 되어 가고 있군!"인 것이다.(6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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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맛도 그런걸까요?
우리 아버지께서 그렇게 좋아하셨던, 하지만 저는 입에도 안대던 콩국수가 세상에나 이렇게 맛난 음식인 줄 요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

oren 2013-08-11 23:28   좋아요 0 | URL
입맛도 그리 쉽게 '유전과는 상관없는' 경향으로 빼돌리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냉콩국수는 저도 엄청 좋아하는 음식인데, 야클님께선 요즘에야 비로소(?) 알게 되신 거로군요. ㅎㅎ

* * *

"모든 특성은 유전적이다."는 약간은 과장되었지만 그리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니다. 물론 가정이나 문화가 제공하는 내용에 의존하는 구체적인 행동 특성들, 가령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어떤 종교를 믿는가, 어떤 정당에 가입하는가 등은 유전과 전적으로 무관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재능과 기질에 반영되는 행동 특성들, 가령 언어에 얼마나 능숙한가, 얼마나 종교적인가, 얼마나 자유주의적인가 또는 보수주의적인가 등은 유전적이다. ······ 그리고 놀라울 만큼 구체적인 특성들-가령 니코틴이나 알코올 의존성, 텔레비전 시청 시간, 이혼 가능성 등-도 유전적이다. - 스티븐 핑커, 『빈서판』중에서

다크아이즈 2013-08-12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닌 게 아니라 나 닮지 않았으면 하는 면만 쏙쏙 닮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늘도 한숨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런 철학서들이 이 책이 위안이 될까요? ㅠㅠ

oren 2013-08-12 09:58   좋아요 0 | URL
팜므님의 댓글을 보니 어느 철학자의 말을 패러디해서 답글을 달고 싶네요.

"모든 유전은 결핍 아니면 과잉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다 담지도 못할 뿐더러, 내가 전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도 기필코 전하고 만다"고 말이지요. ㅎㅎ (이 패러디의 원본은 제가 자주 인용한 적이 있었던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랍니다. "모든 말은 결핍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담지 못한다. 모든 말은 과잉이다. 내가 전하지 않으면 했던 것들도 전하게 된다.")

후애(厚愛) 2013-08-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테뉴>는 예전에 선물로 받고 조금 읽다가 좀 어려워서 나중에 읽으려고 덮어 둔 책입니다.
저한테는 조금 어려운 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oren 2013-08-13 17:10   좋아요 0 | URL
어제 어떤 분과 책 얘기를 나누다가 그 분으로부터 후애님과 거의 비슷한 말씀을 들었답니다. ㅎㅎ

몽테뉴의 문장은 짧은 건 극히 짧고도 명료해서 '촌철살인'과 같은 쾌감을 주지만, 가끔씩 '길게 길게 빙빙 돌려' 얘기하는 구절들을 만나면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많지요.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깊디깊은 생각 속으로 함께 빠져드는 즐거움과, 또 오랜 세월이 지나도 조금도 변치 않고 오히려 더 큰 호소력을 지닌 듯한 그의 빛나는 문장들을 마주치는 기쁨은 다른 책에서는 쉽게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을 듬뿍 지니고 있다 싶어요. 후애님께서도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