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가을이면 꼭 가 보리라 마음먹었다가 두 번씩이나 무산되고 말았던 월출산을 뜻밖에 지난 주말(6.6∼6.8)에 다녀왔다. 월출산은 남녘의 평야에서 불쑥 돌출한 산인 데다가 정상인 천황봉의 높이가 809m에 이르는 제법 높은 산이다. 게다가 기암절벽들이 많고 오르내림이 제법 심해 무더운 여름날씨에 종주하기에는 몹시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 나보다 서너살 많은 두 분의 선배님께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함께 해 주신 덕분에 '종주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월출산이 있는 전남 영암은 서울에서도 400km 가까이 떨어져 있어서 1박2일로 다녀오기에는 기름값이 너무 아까운 곳이다. 그래서 내친 김에 인근에 있는 보길도로 건너가 하루를 더 묵었고, 서울로 되돌아 오는 길에는 해남의 미황사와 고창의 선운사까지 들렀다.
영암과 해남 방면으로는 이번을 포함해서 세 번쯤 가본 것 같다. 맨 처음에는 아내랑 둘이서 작심하고 '남도여행'을 떠난 때였다. 그 땐 아이들이 모두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해외어학연수'를 떠나고 없을 때여서 어디든 마음먹은 대로 다닐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가본 곳이 목포, 영암의 도갑사, 강진의 다산초당과 김영랑 생가, 해남의 대흥사, 보길도의 세연정과 통천석실, 완도, 보성, 낙안, 구례 등지였는데, 8월 하순의 뙤약볕 아래에서도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들'이 없으니 '발길 닿는 대로' 실컷 돌아다니는 재미가 특별했다.
이번에 남자 셋이서 '그 때'와 다소 겹치는 여행지를 다니면서 문득 문득 '아내와 함께' 둘이서 다녔던 '오래전 그 때 그 순간들'이 유달리 새록새록 떠올라 내심 놀랐다. 나이 들어서 '남자들끼리' 바깥을 여행다니다 보면 으레 가족들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어쩌다 가보는 뚝 떨어진 곳이지만, 변치 않는 공간이 주는 힘이 이토록 강렬할까 싶었다. 말없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잠시 남겨진 순간의 기억들을 '공간'이 기억할 리 만무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결코 그걸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는가 보다.
- 땅끝마을과 보길도 주변
- 온통 바위로 뒤덮인 월출산. 오른쪽 산중턱에 구름다리가 살짝 보인다.
- 뜨거운 태양 아래 남녘의 장미는 이미 빨갛게 물들었다.
- 구름다리는 마치 '하늘'에 걸린 듯하다.
- 양쪽 바위가 구름다리의 '교각'인 셈.
- 출렁다리였으면 얼마나 더 짜릿할까 싶기도.
- 구름다리는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는 '시작'일 뿐.
- 온통 바위산이어서 곳곳에 계단과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 가파른 절벽에도 등산객이 보인다.
- 천황봉 정상이 멀지 않았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
- 천황봉 정상이다. 이름모를 등산객과 태극기가 풍경에 함께 담겼다.
-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오른편 아래쪽으로 구름다리가 까마득하다.
- 영암 읍내와 평야가 빤히 내려다보인다.
- 천황봉에서 도갑사로 가는 길. 올라온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훨씬 더 멀다.
- 도갑사로 내려가는 등산로엔 사람이 거의 없다.
- 기암절벽들이 수려하다.
-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기도.
- 능선따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뚜렷한데 인적은 몹시 드물다.
- 바위는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서 있는 걸까.
- 바람이 넘나드는 재.
- 가파른 바위길을 한참이나 내려왔는데 고작 정상에서 1.1km밖에 못 내려왔다.
-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도 등산객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 마침내 도갑사 대웅전 앞마당까지 왔다.
Shooting Date/Time 2013-06-06 오후 6:43:41
- 무더운 날씨 때문에 식수가 일찍 떨어져 갈증이 몹시 심했다. 여기서 물을 실컷 먹었다.
- 도갑사 일주문을 거꾸로 나왔다.
- 독천 시내에 들러 세발낙지와 함께 먹어본 낙지구이.
- 이튿날 아침 독천터미널 한켠에 있는 '구림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 순대국 세 그릇을 주문했는데 서비스로 나온 돼지수육이 제법 푸짐하다. 지금도 침이 넘어갈 만큼 맛있었다.
- 독천터미널 풍경.
- 보길도 배타는 곳.
- 해남의 땅끝 풍경.
- 대형버스도 거뜬히 태울만큼 배가 크다.
- 땅끝을 떠나 보길도로~
- 노화도에 새로 생긴 선착장 때문에 이젠 드나드는 배 한 척 안 보이는 '보길도 선착장'
- 예송리 앞바다.
- 파도소리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변.
- 지난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여파가 아직도 많이 남아 안타깝다.
- 하루쯤 텐트에서 묵으며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 전복 양식장. 우리나라 전복 생산량의 9할 이상이 이 주변에서 나온다고 한다.
- 세연정 가는 길목
-고산 윤선도가 지은 세연정.
- 바람이 마음껏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가 인상적이다.
-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심이 절로 우러날 듯한 풍경.
- 소나무 한 그루가 정자를 온통 감싸고 있다.
- 신선들의 놀이터 같은 모습.
- 저기서 먹을 갈고 붓을 들면 시는 저절로 나올 듯.
- 세연정은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철이 가장 어울리는 듯.
- 직장 동료로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한 두 선배.
- 보옥리의 공룡알 해변.
- 축구공보다 더 큰 공룡알 바위. 파도가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듯.
- 얼마나 오래 뒹굴어야 저토록 둥글어질까.
- 밑반찬으로 산낙지와 전복이 제법 나온다.
- 우럭을 큰 놈으로 한 마리 시켰는데 셋이서 실컷 먹었다.
- 보길도의 새벽.
- 우리가 저녁과 아침은 물론 잠자리까지 해결했던 '바위섬 횟집'. 처음 가봤지만 추천할 만한 곳이다.
- 석축이 아름다운 미황사.
-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이 좋다.
- 우리 나라 육지의 최남단에 있는 절로서 749년(성덕왕 8년) 의조(義照)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단청을 입히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대웅전 목조건물.
- 석양이 비치는 시간이면 대웅보전과 주변 전각들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아름답다는데,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흐린 날 맨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나뭇결들이 고혹적이다.
- 대웅전은 1598년에 중건한 뒤 1754년과 1761년에도 중수되었다고 한다.
- 용들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하다.
- 미황사(美黃寺)라는 절 이름 가운데 '미(美)'자는 소의 울음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따왔다고 한다.
- 고창의 선운사 대웅전. 577년(백제 위덕왕 24년)에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 대웅전의 옆모습. 백제시대의 소박한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선운사 경내. 녹음이 우거진 계곡.
- 극락교에서 바라본 선운사.
- 초여름 단풍도 곱기만 하다.
- 고운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을 때 다시 한번 찾고 싶다.
- 이맘때 자주 봐왔던 꽃이지만 꽃이름을 모르겠다.
- 수줍게 피어난 이름모를 노란 꽃.
- 금방이라도 방긋 웃음꽃을 터트릴 것 같다.
- 6월 초순의 신록이 아름답다. 마냥 푸르른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