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운동모임이 있어서 1박2일 일정으로 '문경'을 갔다 왔다.
나름대로 '지리적 잇점'이 있어서 서울, 안동, 대구, 포항 등지에서 집결하는 친구들이 모이기에 좋다.

분당에 사는 시골 동네친구와 곤지암IC 부근에서 만나 한 대의 차로 내려갔다 오면서,
둘이서 함께 똑같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친구는 아직까지도 '음성통화용' 일반폰과 '오락용' 스마트폰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던 초창기에는 이런 모습을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봐왔는데,
요금은 그래도 50대 초중반의 선배님들도 과감히(?)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던데..

어쨌든,
나는 스마트폰을 장만한 지 고작 일주일 밖에 안되었으니 한 수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여러모로 사업에 바빠서 구입한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잘 못쓰고 있단다.

스마트폰을 장만한 뒤 강남역 근처의 T-world라는 곳에 가서 '무료교육'도 받고 왔단다.
(10년 전쯤 아버님께서 동네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인터넷 사용법 교육을 받으시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 곳에서 교육 받으면서 무료 앱(어플리케이션)도 여러 개 설치하기까지 했지만,
아직까지는 '너무 너무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사용할 방법'을 잘 몰라 애를 먹고 있는 눈치였다.

아무튼,
TGIF(Twitter,Google,iPhone,Facebook)가 시대의 흐름인데,
4가지 가운데 하나(스마트폰)라도 제대로 따라잡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반가웠다.
자칫하면 우리 나이에는 '화석인간'(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이 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 두 가지가 생각났다.

첫째는 머리는 2G인데 4G를 따라가자니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다는 사실이다.
          (바꾼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고, 안 바꾼 사람은 따라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결정하기가 힘들고...)

둘째는 얼굴책(Facebook)을 쓰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청...친구요청.. 친추...친구추천... 이런 기능 때문에 늘상 Facebook이라는 '책'을 열어봐야 한다)


세월의 압박에 못이겨 '스마트폰'을 바꾼 지 고작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1박 2일의 'on the Road' 상황에서도 마치 내 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혁명과도 같은 모바일 환경을 직접 체험해보니 그저 세월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 통화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 이게 우리 세대가 경험한 최초의 mobile 혁명이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 어디에나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공간에 내 마음대로 접근하는 것은 물론,

모르는 길도 찾아주고(자동차에 딸린 내비게이션보다 월등히 우수한 기능에 놀랐다),
멋진 풍경이 나타나면 그 즉시 카메라로 담고,
또 Facebook을 통해 '즉시 공유'도 가능하고,

대화를 나누다가도 모르거나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네이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뭘 좀 적어둬야겠다 싶은 게 있으면 손가락만 톡톡 두드리면 메모장에 착착 저장되고,

문득 궁금한 두산과 롯데의 야구경기 소식이나,
PGA의 최경주 선수 소식이나,  EPL의 이청용 선수 소식이나,
알라딘(아직까지는 모바일 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좀 불편하다)이나,
혹은 Facebook이든 SNS(Social Network Service) 까지도...

무소불위로 '접속 가능'하다.

너무 이렇게 잘 나가는 건 항상 두렵다.
너무 '디지털적인 즐거움'을 찾다가 자칫 진정한 '아날로그적인 현실'이 외면받는
어이없는 역전 현상이 갑자기 너무 만연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어찌되었건 간에,
짧은 기간 동안에 '스마트폰'의 신통방통한 능력 앞에 홀딱 반했는데,
적응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시골 친구가 슬며시 던지는 말도 이해할 만 하다 싶었다.

'요즘 30대 젊은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느라 부부생활조차 지장이 많다더라...'


(제가 쓰는 Facebook 화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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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3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10-0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4G를 진짜 4G인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까요, 4G를 농담으로 쓰는 사람이 많을까요.

oren 2010-10-03 17:25   좋아요 0 | URL
머리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ㅎㅎ

다 농담으로 하는 얘기랍니다.
머리가 진짜로 2G인 사람이 없듯이, 기기가 진짜로 4G인 것도 없지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10-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랫동안 SI 분야에 종사해서 그런가봐요...
첨단 기기, 속도 빠른 것들이 아주 싫어요.
아직 회사 스트레스에서 못 벗어난거 같습니다. 우리 나라 대기업, 특히 금융권의 이사들은
정말이지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는 없으면서도, 첨단 기법 차용하여 시스템 구축한다 하면
너무 좋아하거든요.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할 수 있어서 그런가봐요..........

아... 다시 생각해도 절레절레. SI 테스트 컨설턴트를 했던 입장으로는 정말 싫습니다. ^^
아마..... 당분간은 전 slow slow를 외치며 살거 같습니다.

그래도 오렌님의 멋진 스마트폰 이용기는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oren 2010-10-04 13:31   좋아요 0 | URL
힘들게 일했던 분야의 '속성'때문에 빠른 것들을 멀리하고픈 심정도 이해됩니다.

가끔씩은 너무 빨라서 탈이 날 수도 있어서, 느릿 느릿 움직일 필요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마고님의 서재 타이틀 제목을 본 딴 표현을 썼군요.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접근 가능한 유용한 툴들을 몸에 지닌 채,
필요에 따라 느릿느릿 움직일 수 있다면,
나름대로 꽤나 근사한 '절충'이 될 수도 있을텐데,
절충이란 게 늘상 어정쩡함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 같습니다.

대학때부터 무척 친하게 지내는 한 친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핸펀없이 잘 지낸답니다.(같은 직업의 그 친구 와이프도 마찬가지......)
물론 최근엔 그 친구도 페이스북에 가입하여,
여러 제자들을 놀래키면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지만 말입니다.



사마천 2010-10-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상이 너무 많이 드러나시는데요.
페북의 약점입니다만..
하여간 쉽지 않은게 뉴트렌드입니다. ^^

oren 2010-10-06 22:40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러주셨는데 댓글이 너무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전세계 '5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FB(페이스북의 줄임말로 많이 쓰더군요)에서도 공개된 내용인데(사실은 제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여기에 올린 1장 짜리 분량의 수십배는 더 공개해 놓고 있습니다만), 고작 하루 열 분이나 스무 분 정도가 '정말 고맙게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제 서재에서 그 분들께 '이 정도 밖에' 공개해 드리지 못하는 게 죄송할 따름이지요.

저는 아담스미스가 표현한 대로 소위 '몸을 파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이 글을 포함하여 제 서재를 통해 공개된 정보로 말미암아 별로 피해를 볼 건덕지도 없다 싶습니다.

그리고 누가 혹시 나의 말 실수나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격렬한 전쟁'을 선포하고 나올 때를 대비해서, 언제나 '방심하지 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할' 정도로 열심히 '글'을 팔지도 않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