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83.6∼85.10)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지금 '실물'로는 단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지만,
독서노트에 볼펜으로 부지런히 기록해 둔 덕분에 그 때의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경에 우연히 그 당시의 '독서노트'를 되찾아 읽으면서,
그 당시 '책 속에 빠져들었던 시간들' 속에 한참이나 잠겨들 수 있어서 참 좋았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다른 분의 서재에 들렀다가 '그 때 읽었던 책들'이 생각나서
'26년 전의 독서 노트'를 찾아 나섰지만 내 방을 샅샅이 뒤져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분명히 그 노트를 통째로 버리지는 않았을테고(따로 써서 독서노트에 끼워 두었던 독후감들은 버렸고)
'분명 어디에 있겠지' 하면서 나중에 천천히 되찾아 볼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출근해서 일하다가 문득 사무실에 있는 책장 속이 궁금하여 뒤져 봤더니,
지난 밤 애타게 찾았던 군대 시절의 독서노트 1권이 아무 일 없다는듯 '명백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덤으로 군대 가기 전에 이 것 저 것 잡다하게 끄적거려 놓은 노트 1권과 꼭 붙어 있다.

무척이나 반갑다.



독서노트에 적어놓은 책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보다 토인비의《역사의 연구》였던 것같고,
토머스 홉즈의《리바이어던》과 막스 베버의《사회경제사》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것같다.

문학작품으로는 괴테의《파우스트》, 上,中,下 3권으로 된 상당한 분량의 멜빌의《백경》과
당시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이었던 마르께스의《백년 동안의 고독》,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작품들인 것 같다.




독서 노우트는 마치 연합 늬우스와 같은 어감이 느껴진다
독서노트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내용은 몽테뉴의《수상록》인데,
그 책은 군대 가기 전에도 틈나는 대로 꾸준히 읽었던 책이었지만,
군대 생활때 다시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려가면서 인상적인 구절이 나올 때마다
'꼼꼼이' 노트에 옮겨 적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몽테뉴의《수상록》에 대한 독후감(1984. 9.18)




막스 베버의《사회경제사》에 대한 독후감(1985. 4.19)






마키아벨리의《군주론》에 대한 기록





토머스 홉즈의《리바이어던》에 대한 기록










삼성판 세계 사상 전집(32권) 목록






(끝)




 

댓글(6) 먼댓글(2) 좋아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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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테뉴에 대한 추억......
    from Value Investing 2012-01-31 16:02 
    최근에 알라딘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몽테뉴라는 사람이다.그를 주인공으로 모신 책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걸 알라딘을 통해 알았는데, 원제 역시 'How to Live'이다. 부제를 보니 이 '하나의 질문'에 대해 20가지 '몽테뉴의 대답'을 엮어 만든 책인가 보다. 알라딘의 책소개를 좀 더 살펴보니  "몽테뉴 입문서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2. 꼬랑지끼리 붙들어매어 놓기로 작정한 것
    from Value Investing 2013-08-07 23:48 
    (밑줄긋기) 우리가 갖는 쾌락이나 재물들은 고통과 불편이 얼마간 섞여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쾌락의 샘 복판에 쓴 것이 솟아나와꽃처럼 피어나는 연인들을 괴롭힌다. (루크레티우스)우리의 탐락은 극도에 도달하면 어느 점에서 신음과 오열의 풍이 있다. 이 탐락이 고민 속에 사라진다고 말하지 못할 일인가? 진실
 
 
2010-09-01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9-0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지금의 독서스타일은 저 예전부터 체계적으로 습관들이신 거군요. 대단하십니다.
저 경험들이 지금의 오렌님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되었겠죠?

그리고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동서문화사의 '몽테뉴 수상록' 과 홋타 요시에의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
라서 뭔가 반갑네요.^^

oren 2010-09-01 21:15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도 '몽테뉴 수상록'을 읽고 계시는군요. 또 거기서 더 나아가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까지 읽으시네요.. 갑자기 몽테뉴가 그리워 지는 느낌입니다.

몽테뉴는 따분한 면도 없지 않지만 나름대로 꽤나 매력있는 인물이기도 한 것같습니다. 저도 몽테뉴의 '수상록'에 푹~ 빠져 지낼 땐 저자가 정말 부러웠던 적이 있답니다. 멋진 풍광이 연상되는 프랑스의 근사한 성채에 살면서 평생을 '독서와 사색과 글쓰기, 그리고 사람들과의 친교'로 보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현대인들 누구나 모두 몽테뉴도 안부러울 게 있다면,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광범위한 지역'을 자유로이 여행다닐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사마천 2010-09-0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정말. 그 당시부터 꼼꼼하게 감상을 기록하셨군요.
존경스럽습니다 ^^
사람의 지성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역시 아니군요..

oren 2010-09-02 12:36   좋아요 0 | URL
옛날 군대생활할 땐 시간이 너무 많았나 봅니다. ㅎㅎ
요즘도 옛날 습관 때문에 노트에 끄적거리는 건 좋아합니다만,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글쓰기는 왠지 덜 익숙합니다.
(기본적으로 디지탈화된 글쓰기는 어느 정도 '공개'가 전제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지성이.... 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너무나 과찬이십니다.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하면서 책과는 담 쌓고 지내오다가,
이제 겨우 책을 가까이 할려 애쓰고 있으나,
생활이 조금만 바빠져도 책과는 쉽게 멀어지니 참~ 그게 쉽지만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