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편린들
몽테뉴에 대한 추억......


(밑줄긋기)













우리가 갖는 쾌락이나 재물들은 고통과 불편이 얼마간 섞여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쾌락의 샘 복판에 쓴 것이 솟아나와
꽃처럼 피어나는 연인들을 괴롭힌다.                                                                                   (루크레티우스)

우리의 탐락은 극도에 도달하면 어느 점에서 신음과 오열의 풍이 있다. 이 탐락이 고민 속에 사라진다고 말하지 못할 일인가? 진실로 우리가 그 모습을 절정 상태에 꾸며 볼 때에, 우리는 그것을 오뇌·유연·허약·실신·병태 등 병적이며 고통스런 소질의 접두사로 매흙질한다. 그들이 혈연성과 동질성으로 되었다는 두드러진 증거이다.

심각한 기쁨은 쾌활성보다 더 엄격함을 지닌다. 극도로 충만한 만족감에는 유쾌미보다도 한층 안정감이 있다. "절제 없는 행복감은 그 자체를 파괴한다." 안일은 우리들을 찢어발긴다.

그리스의 한 시구 첫머리가 바로 그런 뜻으로 말하고 있다. "신들은 우리에게 주는 모든 일들을 판매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어떠한 좋은 일도 순수하고 완벽하게 주지 않으며, 그것을 우리는 대가를 치르고 산다는 말이다. 노고와 쾌락은 기본 성질상 대단히 다르지만, 그렇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자연스런 결합으로 서로 협력한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신이 고통과 쾌락을 뭉쳐서 뒤섞어 놓으려고 했다가 그것을 잘 해낼 수 없자, 이들을 꼬랑지끼리 붙들어매어 놓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하였다.

······

대자연은 우리에게 이런 혼돈을 드러내 보인다. 화가들은 울 때에 사용하는 얼굴 움직임과 주름살이 웃을 때에도 역시 쓰인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표현이 완수되기 전에 화가가 그려가는 모습을 살펴보라. 어느 쪽으로 그려 가는 것인지 의심이 생긴다. 그리고 웃음의 절정에는 울음이 섞인다.

"보상 없는 불행은 없다."(세네카) 인간이 소원대로의 편익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신체의 모든 부분이 늘 생식 행동(生殖行動)의 쾌감이 극치에 이르렀을 때의 것과 같은 쾌감으로 잡혀 있을 경우를 들어 보면), 나는 그가 쾌감의 무게 밑에 쓰러져서, 그렇게도 순수하고 견실하고 보편적인 탐락을 전혀 견디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경지에 있으면 그는 마치 발을 단단히 디딜 수 없어 빠져 들어갈까 두려워하는 것같이 조급해져서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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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8-0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잠깐 쉬는 사이 오렌님께서 알라딘 시작하셨나봐요.
불행에도 보상이 있다는 말, 맞는 말 같습니다.^^*
자주 뵈올게요.

oren 2013-08-07 10:07   좋아요 0 | URL
팜므님 반갑습니다.
알라딘을 시작했다기 보다는 그저 책 속 글귀를 조금 끄적거리고 있는 중이지요.
무더운 여름철에 바다로 계곡으로 나다니면서도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들지는 못하고,
발만 슬쩍 담그듯이 말입니다. ㅎㅎ

야클 2013-08-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렌님 ^^

오렌님 서재 잠깐 구경했는데 참 대단하시네요. 읽으신 책들의 수준이나 독서량, 독서욕 모두.
님 페이퍼에 자극받아 저도 '몽테뉴수상록' 주문했답니다.
'웃음의 절정에는 울음이 섞인다'.... 이것도 수상록에 나오는 글인가 보죠?
덕분에 좋은 책 읽게될 것 같은 예감에 벌써부터 설레네요. 감사합니다. ^^

oren 2013-08-07 23:30   좋아요 0 | URL
야클님 반갑습니다.

변변치 못한 제 서재를 둘러봐 주셔서 고맙구요. 변변치 못한 서재에 대해 너무 과한 말씀을 남기셔서 어리둥절한데, '몽테뉴 수상록'을 주분하셨다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딱 30년 전인 1983년에 군대 있을 때 매우 감명깊게 읽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더욱 새로운 생각들과 감동이 솟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30년 전에 읽었던 책은 까마득히 오래 전에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그때 끄적거려둔 '독서 노트'가 있어서 그때 기록해둔 '인상깊은 구절들'을 또다시 마주치는 기쁨도 여간 크지가 않습니다. 이번에 새로 읽게 된 책은 1,330쪽 분량인데, 지금까지 800쪽 정도 읽으면서 버릇처럼 '노트에 옮겨 적은 구절들'이 벌써 60페이지가 넘는답니다. ㅎㅎ

아무튼 야클님께서도 '몽테뉴 수상록' 꼭 재미있게 읽으시길 발께요~

oren 2013-08-07 23:41   좋아요 0 | URL
(30년 전에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으면서 기록해둔 '독서 노트' 내용을 타이핑해 둔 게 있는데,
다소 두서없고 잡다하긴 하지만 이참에 여기에 덧붙여도 될까요?)

* * *

몽테뉴 수상록

슬픔에 관하여

가벼운 심려는 요설이고 큰 심려는 망연자실케 한다. (세네카)

진실한 목표가 없는 심령이 그릇된 목표에 정열을 쏱는 모습

우리는 우리들의 혼란한 정신에 대해서 아무리 욕설을 퍼부어도 족하지 않다.

운수로 되었건 꾀로 되었건 승리는 언제나 칭찬 받는다. (아리오스토)

8. 懶怠에 관하여

한가함은 항상 정신을 산란케 한다. (루카누스)

사방에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있지 않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심령은 일정한 목표가 없으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정신에게는 어떤 문제에 전념하도록 제어하고 강제하는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이런 저런 공상의 막연한 들판에서 흐리멍덩히 헤매게 된다. 그래서 이런 동요속에서 정신은 헛된 잡상이건 몽상이건 내놓지 않는 것이 없다.

- 몽테뉴, 『수상록』 中에서


9. 거짓말장이들에 관하여

주둥이에 이런 못된 버릇이 생기는 것을 놓아두면 거기서 빠져나오기란 참으로 놀라울만큼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사상은 생명을 걸어가며 품어보기에 족할 만큼 강하다.

20. 철학함은 죽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23. 습관에 관하여

습관은 모든 사물들의 최강의 상전이다. (플리니우스)

25. 현학에 관하여

마음이 들어있지 않은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스노바우스)

교육은 우리들을 타락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교육은 우리들을 더 낫게 변질시켜 주어야 한다.

감히 현명하여라.
시작하여라.
잘 살아 볼 시간을 천연시키는 일은
강을 건너려고 물이 다 흘러가 버리기를 기다리는
촌사람 격이니라.
그동안 강물은 흐르며 영원히 흘러갈 것이다. (호라티우스)

철학

가장 젊은 자도 철학을 피하지 말 것이며
가장 늙은이도 거기 물리지 말지어다. (_____)




28. 友情에 관하여

우정은 전반적이고 보편적이며 그러면서도 절제있고 고른 열이며 거기 거칠고 찌르는 것이란 없이 아주 보드랍고 매끈한 심정이다.

- 몽테뉴, 『수상록』 中에서




자만심과 호기심은 우리의 영혼의 두 가지 큰 재앙이다. 후자는 우리로 하여금 모든 일에 간섭하게 하고, 전자는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도 미해결, 미결정인 상태로 두지 못하게 한다.

-『수상록』, 제27장 '우리 자신의 능력으로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中에서

39. 고독에 관하여

세상에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 자신으로 있을 줄 아는 일이다.
사물을 자기에게 종속시키고 자기를 사물에 종속시키지 말기를 (호라티우스)

각자는 자기 길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프로페르티우스)

42. 우리들 사이에 있는 불평등에 관하여

목마를 틈이 없는 자는 물 마시는 쾌감도 알지 못할 것이다.

43. 사치단속법에 관하여

6. 실천에 관하여.

실제 있는 것보다 못하게 말하는 것은 어리석음이지 겸손은 아니다.

10. 서적에 관하여

자기 무식을 인정하는 일은 판단력을 가졌다는 가장 아름답고도 확실한 증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전속력으로 나아가야 할 내 말의 목표이다. (프로페르티우스)

그들에게는 의지할 본체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이렇게 여러 재료를 한 편에 실어 놓은 것은 자기 고유의 묘미를 가지고 작품을 지탱해 나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의 구상만으로는 우리들의 흥미를 끌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이야기나마 재미나게 하려고 한다.

그의 말하는 방식이 완벽하게 아름답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재료에는 관심이 끌리지 않는다.

<아에네이스> <광분하는 롤랑>

전자는 높고도 확고한 비상으로 날개를 활짝 펴서 날며
늘 자기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후자는 이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아 앉듯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뛰어 돌아다니며 자기 날개에 자신이 없어서 짧은 거리밖에는 날지 못하고 숨과 힘이 지탱못할까봐 밭이랑마다 내려서 쉰다.


책마다 끝에 읽기를 마친 날자를 기록하고
적으나마 그것을 읽으며 그 작가에 관해서 내가 품어본 일반적 관념과 그 모습을 상상해 보려고 거기서 대강 끌어낸 판단을 적어 넣어두는 습관을 지녔다.

12. 레이몽 스봉의 변호

Que sais je? 끄 세 쥬? 나는 무엇을 아는가?

극미한 성공에 용기를 얻을 때에 인간 심성의 오만이 저지를 일은 놀랄 정도다.(플리니우스)

세상이 우리를 위해서 있다.
창조주나 피조물들이 모두 우리를 위해 있다.
이것이 우주 만상이 향해가는 종결점이며 목적지이다.

민중은 해방되기 위해서만 진리를 찾으니
기만당하는 것은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믿을 만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원칙을 부인하는 자들과는 토론해 볼 필요가 없다. (플루토)

이 모든 견해들 중에 어느 것이 진실인가는 어느 신이나 정해 줄 일이다. (키케로)

영혼의 본질은 심오하다.
어째서 그들은 무한수의 그리이스 문자를 마당에 뿌려 놓다가 <일리아드>의 원본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이런 것은 어디서 본뜬 것이 아니고 내게서 나온 것이지만 그것이 옛사람들의 어느 심정과 연락이 닿고 있음을 나는 안다.

여색의 탐락은 본성이 요구하면 혈통과 문벌과 지위는 고려할 것이 못되며 다만 우아미와 연령과 미모를 고려할 일이라고 에피쿠로스는 말한다. (키케로)

동일한 사물이 백이나 천 가지로 우리 좋을 대로의 모습과 고찰을 받는 것이다.



야클 2013-08-08 11:07   좋아요 0 | URL
와~~ 군대에 계실때 '몽테뉴 수상록'같은 묵직한(?) 책을 읽으셨다니 놀랍습니다. ^^

예전 페이퍼에 오렌님 서재 사진도 있네요. 깔끔하고 양서들로만 구비된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구석에서 모처럼 추억의 책도 발견했습니다. 바로 Horngren의 원가회계요.
최근 서점에서 보니까 14판이 나와있던데, 아마 오렌님 책장에 있는 원가회계는 5~6판 정도는 될 듯 하네요.
학교 다닐때 선택과목 교재였기 때문에 기억이 납니다. 저 다닐 때는 연두색이 아니라 파란색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좋은 책이었던 생각이 납니다. 상대 다니면서 제일 재밌게 공부한 책이 아닌가 할 정도로.

오늘 무척 무덥다고 하네요. 더위에 지치시지 말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 ^^

oren 2013-08-08 12:13   좋아요 0 | URL
군대 있을 때가 책을 읽기에는 참 좋았어요.
근무시간(?) 외에는 따로 할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ㅎㅎ

그리고, 야클님께서도 Horngren의 책으로 원가회계를 공부하셨다니 깜놀입니다.
저는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에 복학했던 1986년에 저 책을 사서 공부했는데 몇 판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제 오후에는 '입추'에 맞춰 가까운 '송추'로 운동을 나갔다가 정말로 더워 죽는 줄 알았답니다.
당분간은 계속 더울 듯한데 늦여름을 조금 더 즐길 생각도 좀 해봐야 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