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부터 20대 초중반의 열혈 청춘 시절에 내가 가장 좋아 하는 계절은 딱 요맘 때 였다. 11월.
을씨년스러운 거리, 적당히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찬 바람, 추적추적하게 도로가에 널려 있는 젖은 낙엽들. 그 시절에는 이런 풍경들을 바라보며 가을을 타곤 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11월은 "쐬주나 한잔"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이 아니겠는가?
"풍다우주(風茶雨酒)"라는 전설의 격언을 재창조하여 "풍주우주(風酒雨酒)" 했던 그 시절.
올 가을도 이렇게 쏘주나 들이키다가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못내 허전해 했던 그 시절.

달력을 바라보니 문득 11월.
그 시절의 가을은 가고 그 시절의 젊음도 가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아저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oldhand 2004-11-0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런 감상을 떠 올리는 걸 보면 아주 아저씨가 되버린건 아닐지도. 으핫핫.
제 서재를 찾아 주시는 연로(흠칫)하신 분들이 보시면 어린 놈의 늙은 척이 좀 거슬리실지도. -_-a (난 신세대. 멈칫 -_-;)

파란여우 2004-11-0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로하지 않았으니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이거 제 야그구만유..훗훗

oldhand 2004-11-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파란여우님 오셨어요?(넙죽) 저보다 훨씬 젊게 사시는 여우님은 "예외"입니다.
아.. 이런식으로 하면 모든 분들이 예외가 될지도(흠칫)

하얀마녀 2004-11-0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어느날 거울을 보니 웬 아저씨가...

거의 모든 서재 주인장들께서 가을을 타시는 모양입니다. 저라고 예외가 될 순 없지만. ^^

물만두 2004-11-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민증을 까봅시다^^

oldhand 2004-11-0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가을 타시는 서재 주인장들님의 글을 읽다 보니 가을이 깊어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저의 둔감해짐을 느끼고 새삼스럽게 올린 글이랍니다. ^^
만두님/저는 서울 올림픽때 고등학생이었다니깐요? 민증까고 자시고 할것 없이 신세대 맞지요? ^o^
 

최근 <우부메의 여름>과 <살인자들의 섬>을 읽었다.
이 바닥(미스테리 소설)에서는 화제작이라면 화제작인 책들인데, 둘 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음은 물론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먼 나라 미국과 일본의 소설들이면서 공교롭게도 올해 거의 동시에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이 작품들의 묘한 공통점 또는 상호 연관성이 눈에 띄여 무척 흥미롭다.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 초반이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수는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자들이다. 그리고 전쟁의 참혹한 경험이 그들의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에 씌여진 작품들이지만, 작가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의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고 싶어한 듯 하다.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받았지만, 그 영향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일맥 상통한다. 두 작품 모두 사건의 배경이 병원이라는 점도 공통점들 중 하나이다. 전쟁과 병원, 그리고 내면이 상처 받은 주인공. 전후의 쓸쓸하고 우울한 분위기. 전승국인 미국의 참전 용사였던 <살인자들의 섬>의 테디와 패전국 일본의 병사였던 <우부메의 여름>의 세키구치의 전쟁 경험의 미묘한 차이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체적인 구성과 큰 틀에 있어서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그러면서도 개성있고 뛰어난 두 작품,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한 번 더 반추해 보면 더욱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11-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양자역학이라는 점때문에 <우부메의 여름>이랑 <쿼런틴>을 비교했다 혼났어요. 님의 글을 보니 두 작품의 공통점이 보이는 것도 같네요. 저는 읽은 시간적 간격이 있어 생각도 못했는데...

oldhand 2004-11-0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쿼런틴>은 제가 읽어 보지 못한 작품이네요. 거기에도 양자역학의 이론에 대한 글이 나오나 보지요? <우부메의 여름>에 언급되었던 양자역학에 대한 교고쿠도의 관점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하이드 2004-11-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잊고 있었네요. 지난 여름 한참 미스테리 소설 세일 하루 임박! 할 때 왕창 사 놓았던 책 중에 '우부메의 여름' 이 있었네요. 이번 주말에 읽어봐야겠어요 .

oldhand 2004-11-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부메의 여름>은 "정통파"는 아니지만 제 취향에 아주 잘 맞아들어가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두 주인공의 토론 장면은 개인적으로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드 2004-11-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잠와서 혼났는데, 500페이지도 더 남았는데, 어떻게 다 읽어내나 했다구요. 열심히 인내하고 읽어내니, 그 다음부터 더 쏙쏙 들어오더군요.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하루만에 다 읽었답니다.

oldhand 2004-11-0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앞부분이 지루하셨다니 죄송.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군요. ^^
 

"미국은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된 나라다."
교육을 통해서나 언론을 통해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주입된 단서에 따른다면 이 명제는 당연히 참이다.

물론 미국은 철저한 삼권분립, 개인주의, 자유와 평등, 독립선언문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기본권 등이 잘 실천되고 있는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 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마도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덜 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건국 이래 수많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지긋지긋해 하는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 "청렴한 정치가와 정치세력"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한 원형으로 보일 만 하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 우리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그동안 너무 과대평가해 온것이 아닐까? 같은 대통령제라는 이유로 우리의 민주 발전의 모델이 지나치게 미국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나 반성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미국은 개방적인 나라로 비쳐지지만 사실 그들의 정치 논리는 지극히 보수적이다. 문제점이 숱하게 드러난 대통령 선출 방식을 고치지 않는 그들의 수정헌법 고수주의만 보아도 그들의 보수성을 알 수 있다. 양당제로 굳어진 정치 지형도 결코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이 존재 하지 않는 나라, 중도와 보수만 있을 뿐 진보 정치 세력이 전무한 나라가 미국이다. 하물며 우리 나라도 진보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였고 대통령 선거에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올리지 않는가. 미국의 패권주의적 성향의 강화는 이러한 진보정치 세력의 미약함과도 관련이 있다.

대통령은 오로지 앵글로 색슨 계열의 백인 남성들이 도맡아 한다.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 계층이라고 통칭되는 그들은 미국의 정치권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카톨릭 계열의 대통령 케네디도 있었고, 케리도 카톨릭 신자였지만 그 물이 그 물 아닌가?) 행정부 고위직이나 주지사들 중에는 소수 민족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출마설이 오락가락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 자리에 한해서는 백인 남성의 기득권이 당분간 유지 될거라고 예상한다. 단지 그들이 얼굴 마담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미국의 민주주의의 약점 또 한가지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 일반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의 패권주의적 속성을 알지 못하는 듯 하다. 그들은 대부분 단지 자신의 집안이 오랜동안 공화당 지지였는지, 민주당 지지였는지에 따라 투표한다. 대통령 후보가 누구이든 지지율의 큰 차이가 없고, 부동층도 적다. 두 정당간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미국의 초강대국적 입지를 생각한다면, 미국인들이 보다 전 지구적인 정황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대외정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고 투표를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미국인들의 정치의식은 낮은 투표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36년만의 최고 투표율이 기껏해야 60%라니..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이 투표율이 낮다는 근거로 선진국들의 투표율 운운해가며 우리 나라의 투표율을 낮추려는 음험한 시도가 큰 문제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 언론들은 지난 총선에서 공공연히 투표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목요일이 투표일이니 금요일날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무비판적으로 취재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기권할 수 있는 권리도 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낮은 투표율로 이익을 얻는 정치 집단이 어디인가를 안다면 이는 지극히 편파적이고 음험한 정치 개입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피맺힌 결실이다. 구미에서도 여성의 투표권이 일반화된것이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차 세계대전 무렵이다. 우리 나라는 평등 보통선거에 무임 승차했을지라도 참정권을 얻기 위한 선배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난한 과정을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선거에 기권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 나라보다도 훨씬 투표율이 높으며, 심지어는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벌금을 물리는 나라도 있다. 유럽의 그러한 나라들은 선진국이 아닌것인지 보수 언론에서는 별로 이러한 사실을 다루지 않는다. (기권 벌금제를 도입하자고 하면 헌법 소원한다고 난리를 치는 언론과 무리들은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 어느정도 깨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영향을 받아 도입된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라 할지라도 미국이 우리의 절대적인 모델은 될 수 없다. (유신처럼 얼토당토하지 않는 한국식 민주주의를 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배워야 한다면, 극우부터 극좌까지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국민들의 정치 참여 의식도 높은 유럽의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이야 말로 충분히 우리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들이 아닐까.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11-0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프랑스를 배워야 하나 싶지만 글세요. 우리만의 우리에게 맞는 답을 우리 스스로 찾아 정착시키는 것이 제일이 아닐까 싶네요...

oldhand 2004-11-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입니다. 유럽을 모범삼자는 말은 본보기를 삼을 곳이 필요하고 배울점이 있는 나라를 찾자면이라는 전제 조건 하의 이야기 이구요
단지 우리만의 우리에게 맞는 답 = 유신, 5공화국 이라는 어이없는 과거의 전례가 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지요.

물만두 2004-11-0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과거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요? 그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지금 잘하고 있나 하면 그것도 아니니 아직 갈길은 멀고 험합니다...

부리 2004-11-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가 안정된 나라니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낮은 게 아닐까요. 우리같은 변방 사람들이야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많은 게 바뀌지만, 미국애들이야 뭐 크게 변할 게 있나요. 흑인과 빈민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인물과 사상 32권에서 고종석이 너무 멋진 말을 했더군요. 님은 벌써 읽어보셨겠지만요^^

oldhand 2004-1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래도 일본 보다는 우리나라의 정치 토양이 발전가능성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갈길이 멀고 험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것도 사실이니, 정체만 하지 않으면 되겠지요.

부리님/ 적어도 자국민들에게는 부정부패도 없고 속썩이는 짓도 별로 안하니 정치가 안정되어 보이겠지요. 그래도 유럽과 비교하자면 미국민들의 정치 의식은 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네 나라가 너무나 초강대국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주위 신경 안쓰고 나만 잘 살면 되니까.

고종석이 어떤 훌륭한 말을 했나요? 인물과 사상은 사실 안보게 된지 2년여가 돼 갑니다. 게으른 탓에.

하얀마녀 2004-11-0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잘 배우고 갑니다. ^^

oldhand 2004-11-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그리 말씀해주시니 부끄럽사옵니다. *^^*

파란여우 2004-11-0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인들이 지니는 거대강국의 시민의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우월주의와 팽창주의를 낳게 했다고 저는 봅니다.세계를 지배하며,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세계관은 무서울 정도지요. 그것을 부시는 잘 이용했고, 이건 제 생각인데, 앞으로 부시는 더욱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하여 전쟁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할테고, 우리나라는 거기에 맞추어 더 많은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이게 지금의 슬픈 현실이지요.

oldhand 2004-11-04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정치권, 특히 공화당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세력들인 전략 무기 제조업체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전쟁을 벌여 나가겠지요. 선거 자금 받아썼으니 보답할 차례만 남은것 같습니다. 암울한 현실이에요.
 

우리 나라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삶의 가치나 지향점이 돈, 자본, 경제에 집중된다.
이러한 물질 만능주의적 자본주의의 형태는 유럽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직장인 10억 만들기'의 열풍이 불어 대기업들은 초빙 강사들까지 불러 들여 직원들에게 세미나를 한다.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이상 월급쟁이가 급여만으로 부자가 되거나 10억을 만들 수는 없다. <부자 아빠..>류의 재테크 지침서들과 10억 만들기 열풍은 소비를 억제시키고 자본의 투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투자는 부동산으로 집중된다. 돈의 흐름이 부동산에 쏠리고 소비 심리는 위축되니 국가의 경제가 건강할리가 만무하다. 경기가 저조하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니 국민들은 입을 모아 정치권을 향해 외친다.

"경제를 살려라"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경제를 살려달라"고 하지만 그 외침 뒤에 별다른 구체적인 요구는 보이지 않는다. 시장 경제의 주도권이 정치권에 있었던 군부 정권 시절에야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국가의 정책만으로 기업이 흥하고 망하는 세상은 지났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힘이 정부의 힘보다 강한 시대가 되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그 아우성의 혜택을 대부분 독점할 대기업들은 지금도 많은 돈을 벌어 들이고 있지 않은가.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한민국에서는 파이가 커질수록 대기업들과 그 일가들의 몸집만 커질 뿐이었다.

국가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문제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문제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지방 분권을 위해 행정 수도를 이전하자고 해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자본가나 기업가들이 해야 할 주장을 언론이 유포하고 미디어가 확대시키며 일반 국민들마저 동조한다.

6-70년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온갖 인권 유린을 자행했던 군사정권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이유로 칭송을 듣는다.

앞으로는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폭압 정치 시절도 물가 안정에 경기 호황시절이었다는 이유로 좋았다는 평가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울한 일이다.


사족 1) 외화 획득을 위해 송승헌의 입대를 연기시켜주자는 탄원서를 냈던 국회의원들이 엄청난 욕을 먹었다. 모든것이 경제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 논리를 이기는 것은 바로 병역 문제밖에 없을 것이다.

사족 2) 온갖 변칙 상속과 탈,합법적인 세금 포탈을 일삼는 국내 굴지의 S그룹 일가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자손들을 해외 원정 출산해도, 연예인들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만큼 국민들의 공분을 사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닮고 싶은 국내 인물 단골 1위에 이 그룹의 L회장은 해마다 뽑히곤 한다. 그러고 보면 병역 문제도 경제 논리에 밀릴 때가 있는 듯 하다.

사족3) 경제에 대해 아는게 쥐뿔도 없는 터라 착각과 오류 천지인 글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이런 생각들이 나의 착각과 오류라면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얀마녀 2004-11-0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가 맞는 것 같습니다. 옛손님의 글이 착각과 오류 천지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썼는데 그리된 것 뿐이지요.

파란여우 2004-11-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1980년대의 경제 호황이 전두환의 탁월한 경제 정책때문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실, 그 당시에는 3저시대라고 해서 전 세계가 다 호황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호황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독재의 세뇌교육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각설하고 경제하고 민주주의하고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지만 아마, 박정희가 독재를 하면서도 경제를 부흥했다고 믿는 세습의 기억 때문이 아니겠어요. 절대로 옛손님의 착각이 아니랍니다. 음..그래도 전 돈이 좋아요!^^

oldhand 2004-11-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마녀님 /저의 착각이 아니라니 우울할 따름입니다. 점점 이상한 나라가 되가는것 같아서요.. 그래도 희망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파란여우님/지금도 전두환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는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많기까지 하단 말입니까? T-T 3저 시대에다가 재벌들 주머니 돈을 맘대로 빼쓰고 언론마저도 통제하에 있었던 시절이니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기도 했겠지만, 사실 그 시절의 모래성같은 국가 경제가 이제 와서 뽀록 난 것일 텐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요새 부쩍 돈에 대한 애정이 커지신것 같습니다. 제가 대출이라도 한번 알선해 드릴까요? ^_^

미완성 2004-11-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PD수첩을 봤는데 행정수도 이전, 그리고 위헌으로 조각조각난 충청도민들의 삶이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데 또 그 앞에서 헛소리해대는 국회의원들이라니..;;


한때는 이런 모든 소동이 코미디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만은 느껴지지가 않네요.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습니다. 아, 대한민국 덩말 이상하고 무서운 나라여요.

oldhand 2004-11-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란스럽기만 해 보이는 정국이 계속되고 있으니 나라꼴이 참 많이 하수상해 보입니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의 언로를 틀어막던 독재 정권의 질서 정연함 보다는 이러한 혼란스러움이 낫다고 위안을 해 봅니다. 과도기를 거쳐서 정말 민주적인 사회가 도래하겠지요.

우리나라가 이상한 나라이긴 하지만 좋은 면들도 많잖아요. ^^

 
플레치 - P
그레고리 맥도널드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6월
평점 :
절판


<플레치>는 1970년대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이다.
1929년, 1939년, 1949년, 약속이라도 한 듯이 10년의 차이를 두고 세상에 나타난 하드보일드의 삼위일체 해미트, 챈들러, 로스 맥도널드에 비하면 지극히 현대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플레치는 자유 분방하고 신문사 내부의 규율을 우습게 여기는 천방지축이지만 또 한 능력있고 현장감 있는 특종을 종종 터뜨리는 민완 기자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직업적인 사립 탐정인 선배들과 차이가 있다. 말로나 아처가 사건을 처리하면서 보여주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이타적이기까지 한 모습들은 플레치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다. 플레치는 루 아처보다 경박하며 아치 굿윈 보다 위악적이다. 사건의 당사자들과 주변인들에 대해 결코 연민의 정을 갖지 않는 이 친구는 오직 자신이 쓸 특종을 위해 몸을 던진다. 이 현대적인 캐릭터가 3-40년대의 탐정들과 갖는 이러한 간극은 소설을 신선하고 발랄하게 만들지만 대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게 한다. 그리고 작가는 결코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들처럼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소설을 쓴 것도 아니다.

경쾌한 대화체는 소설을 속도감 있게 만들고, 독자들에게는 촌철살인의 묘미를 선사한다. 결말을 향해 치달으며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그러면서 한 몫 두둑히 챙기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70년대 이 후의 현대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의 미덕은 거기까지이다. 펄프 픽션으로는 제격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4-11-0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보니 구미가 당기는 책이군요. 기억해뒀다가 읽어봐야겠네요.

oldhand 2004-11-0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야클님 오셨군요. ^_^


재미있게 시간 떼우기할만한 책, 술술 잘 넘어가는 책 정도의 기대만 갖고 보시면 만족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