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부터 20대 초중반의 열혈 청춘 시절에 내가 가장 좋아 하는 계절은 딱 요맘 때 였다. 11월.
을씨년스러운 거리, 적당히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찬 바람, 추적추적하게 도로가에 널려 있는 젖은 낙엽들. 그 시절에는 이런 풍경들을 바라보며 가을을 타곤 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11월은 "쐬주나 한잔"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이 아니겠는가?
"풍다우주(風茶雨酒)"라는 전설의 격언을 재창조하여 "풍주우주(風酒雨酒)" 했던 그 시절.
올 가을도 이렇게 쏘주나 들이키다가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못내 허전해 했던 그 시절.
달력을 바라보니 문득 11월.
그 시절의 가을은 가고 그 시절의 젊음도 가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아저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