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부터 20대 초중반의 열혈 청춘 시절에 내가 가장 좋아 하는 계절은 딱 요맘 때 였다. 11월.
을씨년스러운 거리, 적당히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찬 바람, 추적추적하게 도로가에 널려 있는 젖은 낙엽들. 그 시절에는 이런 풍경들을 바라보며 가을을 타곤 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11월은 "쐬주나 한잔"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이 아니겠는가?
"풍다우주(風茶雨酒)"라는 전설의 격언을 재창조하여 "풍주우주(風酒雨酒)" 했던 그 시절.
올 가을도 이렇게 쏘주나 들이키다가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못내 허전해 했던 그 시절.

달력을 바라보니 문득 11월.
그 시절의 가을은 가고 그 시절의 젊음도 가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아저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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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11-0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런 감상을 떠 올리는 걸 보면 아주 아저씨가 되버린건 아닐지도. 으핫핫.
제 서재를 찾아 주시는 연로(흠칫)하신 분들이 보시면 어린 놈의 늙은 척이 좀 거슬리실지도. -_-a (난 신세대. 멈칫 -_-;)

파란여우 2004-11-0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로하지 않았으니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이거 제 야그구만유..훗훗

oldhand 2004-11-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파란여우님 오셨어요?(넙죽) 저보다 훨씬 젊게 사시는 여우님은 "예외"입니다.
아.. 이런식으로 하면 모든 분들이 예외가 될지도(흠칫)

하얀마녀 2004-11-0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어느날 거울을 보니 웬 아저씨가...

거의 모든 서재 주인장들께서 가을을 타시는 모양입니다. 저라고 예외가 될 순 없지만. ^^

물만두 2004-11-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민증을 까봅시다^^

oldhand 2004-11-0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가을 타시는 서재 주인장들님의 글을 읽다 보니 가을이 깊어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저의 둔감해짐을 느끼고 새삼스럽게 올린 글이랍니다. ^^
만두님/저는 서울 올림픽때 고등학생이었다니깐요? 민증까고 자시고 할것 없이 신세대 맞지요?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