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삶의 가치나 지향점이 돈, 자본, 경제에 집중된다.
이러한 물질 만능주의적 자본주의의 형태는 유럽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직장인 10억 만들기'의 열풍이 불어 대기업들은 초빙 강사들까지 불러 들여 직원들에게 세미나를 한다.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이상 월급쟁이가 급여만으로 부자가 되거나 10억을 만들 수는 없다. <부자 아빠..>류의 재테크 지침서들과 10억 만들기 열풍은 소비를 억제시키고 자본의 투자를 유도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투자는 부동산으로 집중된다. 돈의 흐름이 부동산에 쏠리고 소비 심리는 위축되니 국가의 경제가 건강할리가 만무하다. 경기가 저조하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니 국민들은 입을 모아 정치권을 향해 외친다.

"경제를 살려라"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경제를 살려달라"고 하지만 그 외침 뒤에 별다른 구체적인 요구는 보이지 않는다. 시장 경제의 주도권이 정치권에 있었던 군부 정권 시절에야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국가의 정책만으로 기업이 흥하고 망하는 세상은 지났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힘이 정부의 힘보다 강한 시대가 되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그 아우성의 혜택을 대부분 독점할 대기업들은 지금도 많은 돈을 벌어 들이고 있지 않은가.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한민국에서는 파이가 커질수록 대기업들과 그 일가들의 몸집만 커질 뿐이었다.

국가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문제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문제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지방 분권을 위해 행정 수도를 이전하자고 해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자본가나 기업가들이 해야 할 주장을 언론이 유포하고 미디어가 확대시키며 일반 국민들마저 동조한다.

6-70년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온갖 인권 유린을 자행했던 군사정권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이유로 칭송을 듣는다.

앞으로는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폭압 정치 시절도 물가 안정에 경기 호황시절이었다는 이유로 좋았다는 평가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울한 일이다.


사족 1) 외화 획득을 위해 송승헌의 입대를 연기시켜주자는 탄원서를 냈던 국회의원들이 엄청난 욕을 먹었다. 모든것이 경제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 논리를 이기는 것은 바로 병역 문제밖에 없을 것이다.

사족 2) 온갖 변칙 상속과 탈,합법적인 세금 포탈을 일삼는 국내 굴지의 S그룹 일가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자손들을 해외 원정 출산해도, 연예인들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만큼 국민들의 공분을 사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닮고 싶은 국내 인물 단골 1위에 이 그룹의 L회장은 해마다 뽑히곤 한다. 그러고 보면 병역 문제도 경제 논리에 밀릴 때가 있는 듯 하다.

사족3) 경제에 대해 아는게 쥐뿔도 없는 터라 착각과 오류 천지인 글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이런 생각들이 나의 착각과 오류라면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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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11-0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가 맞는 것 같습니다. 옛손님의 글이 착각과 오류 천지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썼는데 그리된 것 뿐이지요.

파란여우 2004-11-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1980년대의 경제 호황이 전두환의 탁월한 경제 정책때문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실, 그 당시에는 3저시대라고 해서 전 세계가 다 호황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호황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독재의 세뇌교육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각설하고 경제하고 민주주의하고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지만 아마, 박정희가 독재를 하면서도 경제를 부흥했다고 믿는 세습의 기억 때문이 아니겠어요. 절대로 옛손님의 착각이 아니랍니다. 음..그래도 전 돈이 좋아요!^^

oldhand 2004-11-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마녀님 /저의 착각이 아니라니 우울할 따름입니다. 점점 이상한 나라가 되가는것 같아서요.. 그래도 희망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파란여우님/지금도 전두환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는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많기까지 하단 말입니까? T-T 3저 시대에다가 재벌들 주머니 돈을 맘대로 빼쓰고 언론마저도 통제하에 있었던 시절이니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기도 했겠지만, 사실 그 시절의 모래성같은 국가 경제가 이제 와서 뽀록 난 것일 텐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요새 부쩍 돈에 대한 애정이 커지신것 같습니다. 제가 대출이라도 한번 알선해 드릴까요? ^_^

미완성 2004-11-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PD수첩을 봤는데 행정수도 이전, 그리고 위헌으로 조각조각난 충청도민들의 삶이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데 또 그 앞에서 헛소리해대는 국회의원들이라니..;;


한때는 이런 모든 소동이 코미디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만은 느껴지지가 않네요.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습니다. 아, 대한민국 덩말 이상하고 무서운 나라여요.

oldhand 2004-11-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란스럽기만 해 보이는 정국이 계속되고 있으니 나라꼴이 참 많이 하수상해 보입니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의 언로를 틀어막던 독재 정권의 질서 정연함 보다는 이러한 혼란스러움이 낫다고 위안을 해 봅니다. 과도기를 거쳐서 정말 민주적인 사회가 도래하겠지요.

우리나라가 이상한 나라이긴 하지만 좋은 면들도 많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