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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치 - P
그레고리 맥도널드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6월
평점 :
절판
<플레치>는 1970년대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이다.
1929년, 1939년, 1949년, 약속이라도 한 듯이 10년의 차이를 두고 세상에 나타난 하드보일드의 삼위일체 해미트, 챈들러, 로스 맥도널드에 비하면 지극히 현대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플레치는 자유 분방하고 신문사 내부의 규율을 우습게 여기는 천방지축이지만 또 한 능력있고 현장감 있는 특종을 종종 터뜨리는 민완 기자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직업적인 사립 탐정인 선배들과 차이가 있다. 말로나 아처가 사건을 처리하면서 보여주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이타적이기까지 한 모습들은 플레치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다. 플레치는 루 아처보다 경박하며 아치 굿윈 보다 위악적이다. 사건의 당사자들과 주변인들에 대해 결코 연민의 정을 갖지 않는 이 친구는 오직 자신이 쓸 특종을 위해 몸을 던진다. 이 현대적인 캐릭터가 3-40년대의 탐정들과 갖는 이러한 간극은 소설을 신선하고 발랄하게 만들지만 대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게 한다. 그리고 작가는 결코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들처럼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소설을 쓴 것도 아니다.
경쾌한 대화체는 소설을 속도감 있게 만들고, 독자들에게는 촌철살인의 묘미를 선사한다. 결말을 향해 치달으며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그러면서 한 몫 두둑히 챙기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70년대 이 후의 현대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의 미덕은 거기까지이다. 펄프 픽션으로는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