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부메의 여름>과 <살인자들의 섬>을 읽었다.
이 바닥(미스테리 소설)에서는 화제작이라면 화제작인 책들인데, 둘 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음은 물론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먼 나라 미국과 일본의 소설들이면서 공교롭게도 올해 거의 동시에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이 작품들의 묘한 공통점 또는 상호 연관성이 눈에 띄여 무척 흥미롭다.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 초반이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수는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자들이다. 그리고 전쟁의 참혹한 경험이 그들의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에 씌여진 작품들이지만, 작가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의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고 싶어한 듯 하다.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받았지만, 그 영향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일맥 상통한다. 두 작품 모두 사건의 배경이 병원이라는 점도 공통점들 중 하나이다. 전쟁과 병원, 그리고 내면이 상처 받은 주인공. 전후의 쓸쓸하고 우울한 분위기. 전승국인 미국의 참전 용사였던 <살인자들의 섬>의 테디와 패전국 일본의 병사였던 <우부메의 여름>의 세키구치의 전쟁 경험의 미묘한 차이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체적인 구성과 큰 틀에 있어서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그러면서도 개성있고 뛰어난 두 작품,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한 번 더 반추해 보면 더욱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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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양자역학이라는 점때문에 <우부메의 여름>이랑 <쿼런틴>을 비교했다 혼났어요. 님의 글을 보니 두 작품의 공통점이 보이는 것도 같네요. 저는 읽은 시간적 간격이 있어 생각도 못했는데...

oldhand 2004-11-0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쿼런틴>은 제가 읽어 보지 못한 작품이네요. 거기에도 양자역학의 이론에 대한 글이 나오나 보지요? <우부메의 여름>에 언급되었던 양자역학에 대한 교고쿠도의 관점은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하이드 2004-11-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잊고 있었네요. 지난 여름 한참 미스테리 소설 세일 하루 임박! 할 때 왕창 사 놓았던 책 중에 '우부메의 여름' 이 있었네요. 이번 주말에 읽어봐야겠어요 .

oldhand 2004-11-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부메의 여름>은 "정통파"는 아니지만 제 취향에 아주 잘 맞아들어가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두 주인공의 토론 장면은 개인적으로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드 2004-11-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잠와서 혼났는데, 500페이지도 더 남았는데, 어떻게 다 읽어내나 했다구요. 열심히 인내하고 읽어내니, 그 다음부터 더 쏙쏙 들어오더군요.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하루만에 다 읽었답니다.

oldhand 2004-11-0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앞부분이 지루하셨다니 죄송.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