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된 옛날, 제가 첫 직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상여금을 탔을 때 산 것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 삼국지> 전 60권 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상여금으로 산 것이 카메라 였지요. 캐논의 AE-1이었습니다. 80년대의 오래된 모델을 중고로 산 것이었지만, 대학 시절부터 3년여를 군침만 삼키던 물건이라 감격은 컸습니다. 근데 불과 1년 반 만에 그 카메라는 도둑을 맞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방채로. 미쳐 도둑이 보지 못했는지 삼각대만 덩그러니 남아서 켜켜이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지요.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열리고 가정용 똑딱이를 하나 장만 했지만, 주말이면 늘쌍 집 안에서 콩주와 지내다 보니 슬슬 지름신이 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번에 확 하나 질러버리고 말았지요. 10년이 넘어서 캐논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본전 뽑을 때까지 열심히 콩주 사진이나 찍어야 겠다고 마음 먹어봅니다.
설을 맞이해서 콩주양은 세배..는 못했지만 세뱃돈도 받고, 오랜만에 외가에도 다녀오는 등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카메라를 지른 아부지 덕에 열심히 모델 노릇도 하고. 으흐흐.
한복이 그새 짧아졌습니다. 작년 설에는 저 한복을 입고 보행기를 타고 있었지요.
외갓집 가는 길, 원주 휴게소에서 우동에 광분 한 그릇을 거의 혼자서 다 먹고 더 달라고 했답니다.
아빠가 먹으려고 껍질을 벗긴 월드콘을 낼름 빼앗은 콩주양.
녹아서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아빠가 얼른 한입 베어 물자 울음보가 터져버렸습니다.
울다보니 스스로 감정이 격해진 콩주양. -_-; (아부지라도 돌아가신 줄 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