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 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에서 임플란트까지, 개정판
허현회 지음 / 라의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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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_허현회 (지은이) | 라의눈

 

 

최근 인터넷에서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기사가 하나 있었다. '그릇된 의료 현장 한 부분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인터뷰이는 서울 아산병원 이춘성 교수(정형외과)이다. 그는 척추 명의로 알려져 있다. 이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최소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런 그가 최근 출간한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이라는 책에서 의료계의 '장삿속' 수술에 대해 내부 고발을 했다.

 

 

"척추 수술을 많이 하고 성공률이 어떻다고 자랑하는 병원은 일단 의심하면 된다. 허리디스크의 8할은 감기처럼 자연적으로 낫는다. 수술 안 해도 좋아질 환자에게 돈벌이를 위해 수술을 권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새로운 시술법'치고 검증된 게 없다. 보험 적용도 안 된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돈은 돈대로 버리고, 몸은 몸대로 망가진다." 이교수의 말이다. 기자가 묻는다. 그들도 같은 전공 의사로서 나름대로 판단이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양심을 속이고 한다. 그렇게 세 번쯤 반복하면 자신도 그런 시술이 정말 옳다고 믿는다. 사람은 합리적인 게 아니라 자기 합리화를 하는 존재라고 하지 않나."

 

 

이 책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의 저자 허현회는 의료인은 아니다.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신문사 기자를 거쳐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활동했다고 소개된다. 스스로 의학 논문 및 전문 서적, 의학 저널 등 놀랄 만큼 방대한 자료를 독파하고, 꼼꼼한 취재와 추적 그리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그의 글과 논리는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는 평이 추가된다. '놀랄 만큼'이라는 표현은 지은이 스스로 붙인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깊이 있는 글은 나 역시 인정한다. 의료인이 아니기에 내부 고발은 아니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사용하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분도 당연 해당이 안 된다. 그냥 '고발'이다.

 

 

책 제목에도 거론 된 81가지의 타이틀만 봐도 매우 과감하다. '의사들이 오히려 죽음을 앞당긴다.', 의사는 병의 진짜 원인을 말해주지 않는다.', '의사들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의사들은 잘못 된 식이요법을 강요한다.', '의사들은 소금과 합성 나트륨도 구분 못 한다.' '등등 저자에 의하면 '의사'들이란 무식하고,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존재들이다.

 

 

후폭풍을 감안 한 듯 주로 외국의 사례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의료인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알 권리에 해당된다. 이제껏 병원에서 전문가 그룹인 의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모든 의료 행위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전반적으로 '고발' 분위기로 가다 보니 대안이 없는 것이 아쉬운 감은 있지만, 저자가 의료인이 아닌지라 그것까지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을 뿐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질병도 많아지고, 의료비 지출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케이블 TV에선 "100세까지 암 보험" 이 인기 상품이다. 연기자 이순재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예 가입 연령이 65세 부터다. 오래 사는 것이 다가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데, 늘어나는 것은 요양원이다. 정확한 건강 정보가 더욱 필요한 요즈음이다. 앞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인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저자는 CTMRI의 위해성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붙이고 있다. 책에서 언급이 안 된 부분은 더 심각하다. 의사, 보험회사, 건강보험 등이 맞물려 있는 예민한 사항이다. 어느 한 쪽에서만 정도를 가겠다고 선언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밀검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의료 행위이나, 단순히 진단서 하나를 제대로 떼기 위해서 CTMRI를 찍어야 하는 현실은 앞으로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서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은 또 어떤가. 손실된 시간과 재정 중 금전적인 지출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진단서나 치료 확인서엔 보다 확실한 진단명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정밀검사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표현엔 깊이 공감하고 있다. "태풍의 진로와 영향력을 기상학자가 정확하게 예측 할 수 없는 까닭은 모든 태풍이 동일하게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풍이 기압, 기류, 산맥 등 다른 요소를 만나면서 크게 변하듯이 치료도 환자들마다 크게 달라져야 하지만 현대 의학은 모든 질병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모든 환자에 대해서 동일한 치료를 한다. 환자들은 모두 면역체계, 증상, 환경 등이 다른데도 같은 것으로 취급하려는 오류가 현대 의학의 잘 못 된 방향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적인 거대 제약회사와 재물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의료인들과 언론을 고발하고 있다. 재물에 대한 애정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내 이웃의 건강을 담보로 그 욕심의 칼날이 그렇잖아도 힘들고 어려운 몸과 마음 앞에 춤을 추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의사를 뜻하는 영단어 'Doctor''가르친다'라는 뜻의 희랍어 'Docere'에서 나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르침'은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무엇을 가르쳐 준답시고 입을 열기 전에 우선은 환자나 보호자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병원의 규모를 떠나서 여전히 환자의 이야기는 들을 생각 안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만 몇 마디 던지고, '다음 환자'를 부르는 의사들이 여전히 많다. 내가 안 먹는 약이라고 마구 처방을 내는 의사보다는 약은 최소한으로 쓰면서 일상의 조언을 많이 해주는 의사를 만나야 될 것이다. 수술이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의사가 나의 주치의가 되길 소원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혼란스러움이 충만해질 것이다. 특히 영, 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백신을 맞춰야 해 말아야 해?' 당연히 고민이 될 수 있다. 의사가 하라고 하는 정밀검사나 처방전을 받아야 해 말아야 해? 특히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내 앞으로 떨어지는 처방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 리뷰를 쓰기 전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묻는다. 아내 친구 아무개가 골다공증이 심하다고 진단이 나왔는데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리다고 하니 의사가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약을 처방 주겠다고 했단다. 주사를 맞아도 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나에게 물어봐 달라고 전화가 왔단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는 말인 '골밀도 검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들이 처방하는 칼슘은 오히려 해가 된다.', '칼슘 섭취 권장량은 낙농업자가 만들었다.', '의사들은 골밀도와 골강도 차이를 모른다.' 등등의 내용들이 잠시 나의 뇌리에서 왔다 갔다 했지만,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은 좀 있을 수 있지만, 부작용을 의식해서 안 맞을 수는 없지. 그냥 처방대로 따르라고 해요. 대신에 매일 하루 한 시간 씩 걷는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고, 칼슘이 많이 들어간 음식물을 섭취하라고 하고, 근육이 약해지면 뼈도 약해지니까, 다른 운동은 못해도 워킹은 꼭 필요해."

 

P.S

 

저자의 의학 지식은 '놀란 만도'하다. 300 여 개의 참고 문헌을 스터디 하면서 뽑아낸 이야기들인지라 잘 못 된 부분이 있다면 참고 문헌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대목이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흔히 초음파 검사 할 때 바르는 젤은 고주파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한 것이다." (p051)

 

이는 저자가 잘 못 알고 있는 (잘 못 인용하고 있는)부분이다. 진단과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초음파기기를 인체에 적용 할 때, 공기 중에선 초음파가 통과가 안 되기 때문에 초음파와 피부 사이에 젤이나 오일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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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중독 - 나는 왜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가
케이 쉐퍼드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몬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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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중독자들은 의지가 약하거나 부도덕한 사람들이 아니고, 버릇이 나쁘게 들었거나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신진대사나 생화학적 균형에 문제가 있어서 특정한 중독증상에 취약한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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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중독 - 나는 왜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가
케이 쉐퍼드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몬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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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식중독 - 나는 왜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가

   _케이 쉐퍼드 (지은이) | 김지선 (옮긴이) | 사이몬북스

     | 원제 Food Addiction: The Body Knows 

 

 

살아가며 조절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음식 조절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너무 안 먹어도 탈(거식증, 拒食症, Anorexia)이고 너무 먹어도 탈(폭식증, 暴食症,Bulimia Nervosa)이다. 몇 년 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10%이상이 거식증이나 폭식증에 잡혀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수치는 더 올라갔을 것이라 짐작된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하루 빨리 조절해야 할 증상인데, 이 책은 폭식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펼치면 편집자의 말 첫 마디가 '배를 손으로 받쳐 들고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본 상황을 그려주고 있지만,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도 수명이 길게 갈 수 있는 사업 중 다이어트 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을 옮긴이 김지선은 많은 생각과 책읽기를 통해 한국에도 비만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를 '공장음식'탓이라고 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거의 모든 음식은 ()가루와 설탕과 나트륨으로 범벅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한다. , 과자, 피자, 콜라 등을 이야기한다. 완전식품(통곡물이나 야채, 과일)과 달리, 공장음식에 들어있는 ()가루와 설탕은 혈당치를 빠르게 상승시켜 당뇨와 고혈압을 일으키고, 결국 비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케이 쉐퍼드는 그 자신도 한때 음식중독자였다. 본인의 음식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연구가 세계적인 저서 "음식중독(Food Addiction)을 낳았다. 이 책 한권으로 과식의 원인분석 및 치료분야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현재 건강 카운슬러이자 섭식장애 전문가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건강하고 멋진 반전이다. 음식중독이란 지속적으로 과식에 탐닉함으로써 기분을 좋게 만들려고 하는 탐욕적인 행동을 말한다.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음식중독자들은 의지가 약하거나 부도덕한 사람들이 아니고, 버릇이 나쁘게 들었거나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신진대사나 생화학적 균형에 문제가 있어서 특정한 중독증상에 취약한 사람일 뿐이다.

 

 

음식중독의 주범은 정제 탄수화물인데 이는 다른 중독 물질에 비해 무척 이른 유아기부터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중독은 그 어떤 다른 중독증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된다. 사탕, 초콜릿, 쿠키, 푸딩, 빵 등이 해당된다. 또한 음식중독은 유전성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족 중 누군가가 음식중독자가 있다면 그의 주위엔 언제나 그의 입과 기분을 채워주는 달달한 음식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음식중독자의 초기 증상은 일련의 행동을 수반한다. - 음식에 집착을 보인다. - 몰래 먹는다. - 음식도 훔치고 돈도 훔친다. - 음식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 모든 것을 숨긴다. - 체중계가 두렵다. - 돼지인 내가 싫다. - 남들이 그만 먹을 때도 나는 계속 진행형이다. 중기에 접어들면 자제력을 잃어버린다. 말기에 접어들면 결국 공황상태까지 간다. 모든 일에 무관심해지고, 인간관계도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이젠 무엇이든 먹어치운다. 먹어야만 진정이 된다. 문제는 비만이 건강의 적신호를 24시간 송출하는 것이다. 마치 앰블런스 경광등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높은 사망률, 업무 시간 손실, 가족 붕괴, 정서적인 역기능, 그리고 만성질병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케이 쉐퍼드는 다이어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다이어트는 질병의 증세를 치료하지 질병 자체를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체중이라는 표면적인 증세만을 다룬다는 것이다. 뿌리를 내버려두고 잡초의 줄기만 베어버린다는 표현을 한다.

 

 

,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음식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모든 정제 탄수화물과 ()가루 식품을 치워라". - 모든 형태의 당을 절대적으로 피한다. - 모든 형태의 가루를 멀리한다. - 식품에 들어있는 가루 역시 조심하라(특히 밀과 녹밀). - 모든 알코올음료를 멀리한다.

 

 

책의 후반부엔 '굶을 필요 없는 하루 4끼 프로그램''가볍게 시작하는 1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덧붙여 음식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다들 커피를 마시는 휴식 시간에 나는 뭘 하지? () 카페인을 뺀 커피나 허브차를 마실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거나 분유를 갖다 두어서, 유제품이 아니고 당분 함량이 높은 프림을 넣고 싶은 유혹을 느낄 일이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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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사회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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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를 성장주의자나 욕망주의자가 아닌 제한주의자나 절제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소시민의 목소리는 크게 뭉치지 않으면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어둠 속 바람 앞의 촛불이 되고 말았다. 정의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서 깊이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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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사회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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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사회 이반 일리히 (지은이) | 박홍규 (옮긴이) | 생각의나무

       | 원제 Tools for conviviality

    

    

 

얼마 전 웹상에서 IT 쓰레기(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더미 위에 앉아서 놀고 있는 3~4세 정도 된 사내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인도의 빈민가로 추정되는 곳. 분명 그 근처에서 그 부모들은 그 쓰레기 더미위에서 돈푼이 될 만한 것들을 추리고 있었으리라. 그 아이의 건강과 미래가 염려되는 사진이었다. 이 책을 깊이 읽기 전에 그 장면부터 떠올리게 된다. 다소 이 책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점과 거리가 있을지언정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 든다.

 

 

이 책의 지은이 이반 일리히는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다. 로마의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잘츠부르크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아일랜드 - 푸에르토리코 교구에서 보좌신부로 일했으며, 1956년부터 1960년까지 푸에르토리코의 가톨릭대학교 부총장을 지냈다. 그러나 사제 확대정책에 반대한 것, 피임정책을 지지한 것 등 일련의 교회 정책에 반대한 것이 빌미가 되어 교황청과 마찰을 빚다가 1969년 사제직을 떠났다. 사제직을 떠난 후 [학교 없는 사회]를 비롯하여 근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글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서독의 카셀 대학과 괴팅겐 대학에서 유럽 중세사를 강의하는 등 저술과 강의 활동에 전념했다. 2002122일 독일에서 향년 7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Conviviality'란 말은 종래 '공생'으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역자 박홍규는 일리히 사상의 맥락에서 볼 때 이를 자율적 공생으로 번역해야 그 뜻이 보다 선명해지기 때문에, 이를 '절제'로 번역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산업주의적 성장의 한계를 여러 차원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시작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더욱 더 가속화하여 환경과 적대하게 되고, 사회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인간을 서로 소외시키고 인공적 껍질 안에 가두어버리면 사회는 파괴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과학적 발견이 최소한 두 가지의 반대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만을 아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 하나의 방향은, 기능의 전문화, 가치의 제도화, 권력의 집중화, 그리고 인간을 관료제나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이에 반하는 다른 방향은 개인의 능력과 통제력과 창의력을 확장시켜, 각 개인이 바라는 힘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현대기술이 관리자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서로 연결된 개인에게 봉사하는 사회를 지은이는 '절제의 사회'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책임 있게 도구를 제한하는 하나의 현대사회를 뜻하는 기술적 용어라는 부언 설명을 하고 있다.

 

 

 지은이는 사람들이 미래를 구상하는 작업을 전문적 엘리트들에게 양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이러한 미래를 열기 위한 틀을 만든다고 약속하는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양도하고 있다. 미래조차도 하도급 하는 상황이다. 정치제도 자체가 생산고라는 목표와의 공모관계로 사람들을 억누르는 예비기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는 제도화된 상품의 평등한 분배라는 의미로까지 타락하고 있다. 절제의 사회를 타인이 조작한 최소의 도구에 의해 모든 구성원들에게 최대의 자율적인 행동을 가능하도록 구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활동이 창조적인 정도에 따라 단순한 오락과는 반대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도구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서 성장하게 되면 통제, 의존, 수탈, 불능이 증가된다

 

 

지은이가 표현하는 도구(Tools)의 범위는 매우 넓다. 드릴, 그릇, 주사기, 빗자루, 건축자재, 모터와 같은 단순한 기자재만도 아니고, 자동차나 발전기와 같은 거대한 기계만도 아니고, 콘플레이크나 전류와 같이 만져서 알 수 있는 유형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같은 생산기술도 포함된다. 나아가서 '교육', '건강', '지식', '의사결정' 을 생산하는 것과 같이 만져서 알 수 없는 생산체계도 포함시킨다. "절제의 사회에서는 정의를 위해 강제적이고 끝이 없는 학교화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평생의 특권을 위한 끝없는 사다리를 두고 벌어지는 강제적 경쟁은 평등성을 증대시킬 수 없고, 더 빨리 출발하거나 더 건강하거나 교실 밖에서 더욱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자들에게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최근 사회적, 교육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선행학습'이 오버랩된다.

 

 

그렇다면, 지은이는 이 문제점들에 대한 회복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1)과학의 비신화화 2) 언어의 재발견 3) 법절차의 회복에 두고 있다.

 

 

개인의 확신을 정직하게 교환하는 절차는 개별 과학이나 전문가나 정당이 만든, 특별한 자격을 갖는 지식에 더욱더 의존함에 따라 부식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광고업자나 의사들의 충고에 따라 오히려 그 자녀를 망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행하는 것만 아니라 인간이 바라는 것도 명사로 표현되는 상황이다. '주택공급'이라는 말은 활동이 아니라 상품이 되었다. 지식, 이동, 심지어 감수성이나 건강조차 획득한다고 한다. 일이나 즐거움을 (갖는다)고 하며 심지어 섹스도 (갖는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동사에서 명사로 탈바꿈한 '소유'에 대한 개념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법절차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할 말이 많다. 현대의 법과 법률가 대부분, 현대의 법원과 그 판결 대부분, 권리주장과 그 주장 대부분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산업주의적인 합의에 의해 심각하게 타락하고 있다. 그 합의란 더욱 많은 것이 더욱 좋다는 것, 인간보다 기업이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기적인 주장이다.

 

 

이 책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키워드는 '절제'이다. 일리히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회의 제도나 도구를 지향하기 위해 산업주의적인 타율적 제도나 기계의 무한 성장을 제한하자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를 성장주의자나 욕망주의자가 아닌 제한주의자나 절제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소시민의 목소리는 크게 뭉치지 않으면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어둠 속 바람 앞의 촛불이 되고 말았다. 정의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서 깊이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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