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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ㅣ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평점 :
〈 Book Review 〉
《 사사기 》 |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_이기원 / 마인드마크 (2025)
책 제목 『사사기』를 보고 기독교 관련 도서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신앙서적이 아니다. SF소설이다. 구약성서에서 사사기(士師記)는 판관기(判官記)와 동의어로 쓰인다. 판관기는 성경의 판관(현대의 재판관과 혼동되지 않기 위한 표현)과 그들이 고대 이스라엘을 통솔하는 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판관기는 공동번역성서와 천주교 성경의 표기로 표준새번역, 개역개정판, 한글개역판에서는 사사기로 표기되어 있다. 사사기 또는 판관기가 이 소설의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소설의 시대적, 환경적 배경은 수십 년 후 서울의 모습이다. 거의 모든 것이 인공지능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전 세계가 멸망하고 가까스로 ‘서울’만 살아남았다. 서울의 경영권은 ‘전국기업인연합’으로 넘어갔다. 그들은 서울에 ‘뉴소울시티’를 세운다. ‘새로운 영혼의 도시’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스마트한 삶이 시티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인공지능이 밥 먹여주냐는, 내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람이 있듯이 ‘뉴소울시티’도 뉴소울과 전혀 상관없는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 혜택을 한껏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상위 몇%에 해당될 뿐이다.
인공지능과 인류의 관계는 앞으로 어디까지 진행이 될까? 인간의 삶에 인공지능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까? ‘뉴소울시티’의 운영그룹인 전기련(전국기업인연합)은 새로운 세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축에 공을 들인다. 도시 구역을 개편하고 철도를 새로 깔았다. 새로운 건물들을 지었다. 그렇게 도시의 하드웨어를 먼저 구성한 후, 소프트웨어에 힘을 기울였다. 그 플랜에 ‘인공지능 판사의 도입’이 들어가 있었다. 극한으로 치닫는 빈부격차, 정치의 부패, 고위 공직자들의 오만과 도덕적 해이, 황금만능주의를 숭배하는 종교인들의 죄악, 국가라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법의 붕괴가 있었다. 디케의 칼날은 무뎌졌고 저울은 망가졌다. 사람들의 불신은 갈수록 높아졌다. 판, 검사는 더 이상 존중받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들이 망가뜨린 디케의 저울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린 주범이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생각이 있을까? 어쨌든 ‘저스티스-44’ 인공지능 판사가 탄생했다(아니 만들어졌다). 마흔네 번 째 시도 끝에 완성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44라는 일련번호는 ‘사사’라는 단어로도 표기가 가능했다. ‘저스티스-44’는 광야에서의 고난을 끝낸 이스라엘 민족을 다시리던 사사기의 사사들처럼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희망의 존재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통해 작성한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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