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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ㅣ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062
【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김상근 / 21세기북스
지금 우리의 삶은 정상궤도를 돌고 있는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엔 너무 팍팍한 사회가 아닌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면, 과연 이 사회와 이 나라엔 진정한 리더가 있기나 한건가? 나라 안에 대형 사건, 사고가 터져서 수많은 인명이 순식간에 숨을 거두어도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의지가 안 보인다.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그 자리에서 자리만 보존하고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어둠의 생각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리더 다운 리더가 없는 것은, 리더를 키우지 못한 사회적 책임도 크다. 리더는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만들어져야 한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우리 자신이 먼저 돌이켜 반성하자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그 책망의 손가락질을 우리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절망하고 분노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부족한 성찰의 책이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절망의 시대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참된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지은이는 그리스 고전이 기록된 그리스 아포리아 시대의 실감나는 현실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아포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가 성찰해야 할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들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 등이다.
‘아포리아’는? “아포리아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 즉 ‘길 없음의 상태’이자 ‘출구 없음’의 상태를 뜻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 국가적 아포리아 상태를 겪었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대형 사고들이 떠오른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최근 세월호 사건까지 이어진다. 천재지변인가? 모두 인재(人災)이다. 아포리아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위기 상황에선 어찌 비상조치라도 취해 볼 수 있지만, 아포리아 상태에선 무능, 무대책, 무책임등의 단어만 떠오를 뿐이다. 그리스에서 생겨난 이 말의 원래 뜻은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지나칠까?
‘리더의 자질이 없는 자는 척박한 땅에 만족하라.’ 헤로도토스는 역사적 사건의 발생 원인과 그 사건이 남긴 역사적 의미에 대해 ‘탐사’를 시도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된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로 불렀다. 헤로도토스는 그의 불멸의 저서 『역사』에서 우매한 군주 크로이소스를 첫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 그리고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은 권력에 도취되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다갔다. 자신의 왜곡된 행복 추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지도 모르고(생각조차 안하고)세상을 떠났으리라 생각된다. 헤로도토스는 크로이소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내세우며 군주의 거울로 삼고 있다.
지은이는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그리스의 마지막 「군주의 거울」로 이름 붙인다. 그리스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빠졌던 대형 사건이 세 가지 있다.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어둠의 터널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플라톤 이 세 사람은 거듭되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군주의 거울을 비춰줬다. 여기에 크세노폰이 가세한다. 『키루스의 교육』은 리더십에 대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깊은 성찰이 보존되어 있는 지혜의 책으로 기록된다. 이 책엔 참담한 아포리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시대의 리더가 성찰해야 할 인문학적 가치들이 제시되어 있다. 지은이는 특별히 이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별도의 장으로 묶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 소제목들만 봐도 리더들이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의의 수호자가 돼라’, ‘세월의 변화를 직시하라’, ‘스스로 고난을 함께 나누라’, ‘군주다움을 끝까지 지켜라’, ‘사람들은 군주의 뒷모습을 본다’, ‘초심을 잃지 마라’
군주는 상대적 개념이다. 백성이 없다면 군주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통치를 받아야 할 대상이 없다면 통치할 사람도 필요 없다. 팔로워가 없다면 리더도 없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만 이끄는 사람도 필요하다. 너나없이 리더만 되려고 혈안이 되어가고 있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초심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니, 아예 초심부터 작정하고 권력의 욕심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도 많다. 권력의 맛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욕심이 이성을 앞지른다. 자신의 잘못은 ‘그럴 수도 있지’이고, 타인의 잘못은 ‘그럴 수가 없지’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의 젊은이들이 리더십에 대한 철저한 공부를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그리스 신화, 역사와 관련된 명화와 사진들이 자칫 고루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생각될 그리스 고전들의 이해를 돕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개인 소장본으로 분류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