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다이어 1
미셸 호드킨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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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다이어미셸 호드킨 / 한스미디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복잡하게 밀착될수록 사건,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증후군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본인이 그 증상을 치료하는 주치의라는 점이다. 서운하게 들릴지 몰라도 설령 부모 형제가 나를 위해 애써본들 내가 털고 일어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내 이름은 마라 다이어가 아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가명 같은 걸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가짜 이름을 갖는다는 게 이상한 일이란 건 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가장 평범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라 다이어의 자기소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저보드 위에 화려한 문양으로 새겨진 글자와 숫자들이 촛불에 비쳐 일그러지더니 머릿속에서 춤추듯 움직였다.” 위저보드는 서양의 점성술에서 유래한 운세를 점치는 게임으로 분신사바와 비슷하다. 한동안 우리나라 중고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위저보드를 통해 쳐본 점괘는 유쾌하지 못했다. 불운이었다. 6개월 뒤 두 사람이 죽었다.

 

 

마라는 혼수상태에 있었다. 며칠 만에 깨어났다. 사고가 있었다. 건물이 무너졌다. 마라는 건물 지하의 에어포켓에 갇혀 있었다. 경찰이 찾아냈을 때 의식이 없었다. 그곳에서 마라의 친구 레이첼이 죽었다.

 

 

레이첼의 장례를 치루고 마라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옷장 안에 들어가서 울고 있기도 하고, 피 묻은 손으로 깨진 거울을 쥐고 멍하니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본 마라의 엄마는 기겁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해주던 심리상담사는 장기 치료기관을 추천해 준다. 그러나 마라는 가족들에게 이사를 가고 싶다고 요청한다.

 

 

레이첼이 계속 이 집에 있어요. 무엇을 보든 레이첼 생각이 나요. 게다가 학교에 가면 거기서도 레이첼을 볼 거예요. 그래도 학교에 다시 나가고 싶어요. 꼭 그래야 해요. 뭔가 다른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결국 마라의 가족들은 이사를 간다. 고등학교 2학년 마라 다이어. 학기 중간에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 전학을 간다. 모든 환경이 바뀐다. 특히 학교 환경은 적응하기에 더욱 예민하다. 학교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 클레어가 보인다. 이를 악물고 다시 거울을 노려보면 마라의 얼굴이다. 한밤중에 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와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압박감 때문에 잠에서 깬다. 두렵고 고통스럽다. 꿈에선 레이첼과 함께 죽었다는 주드가 자주 나타난다. 두렵고 불쾌하다.

 

 

혼란스러운 마라의 마음에는 어둠의 영이 들어가 있다. 학교 가는 길에 유기견이나 다름없는 개를 마주친 적이 있다. 그 개가 목에 무척 무거운 쇠줄을 걸고 말뚝에 매어있는 모습을 보고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그 개에게 가까이 가려는 순간, 개 주인이 나타난다. 개 주인이 마라에게 패악을 떤다. 그 자리를 떠나며 마라는 마음으로 분노와 증오심이 솟구친다. 마음으로 저주를 내린다. 개 주인이 참담한 꼴로 죽어 없어지길 바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그렇게 죽었다. 그 개 주인 남자는.

 

 

 

그 뒤로 유사한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한다.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까지 카운트하면 마라 주위에서 죽은 사람이 다섯이다. 마라는 심히 두렵다. 평탄치 않은 학교생활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일이 생긴다. 노아라는 이름의 남자애다. 노아는 나이에 안 어울리게 조숙하다. 어른스럽다. 이어지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마라의 가족과 노아의 주변이야기이다. 흔들리는 마라를 바라보며 노아는 마라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노아에겐 힐러의 기운이 감돈다.

 

 

무엇이 죽음을 유발할지 누가 안단 말인가? 빗나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가? 아니면, 내가 마음속으로 상상을 해야 했던가? 내가 결코 죽기를 바란 적이 없는데도 죽은 그 동물들은 어떻게 된 걸까? 레이첼은 어떻고?”

 

 

마라에겐 노아가 필요하다. 다음 권에서 노아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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