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4-257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헨리 뢰디거 외 / 와이즈베리
1. 공부(工夫)또는 공부(功夫)를 영어로 풀이하면 artist이다. 또는 장인(匠人)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무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갈고 닦는 과정이다.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것을 듣고 자라면서도 그 왕의 길을 찾아보려다가 날 샌다.
2.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가 한 번은 바이올린 곡을 작곡한 적이 있다. 곡을 받은 연주자가 몇 주간을 연습하다가 힘이 들어 스트라빈스키를 찾아와서 말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주신 곡으로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곡이 너무나 어려워 연주하기 힘듭니다.” 이 말을 들은 스트라빈스키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의도하는 바는 어떻게든 연주를 해 보려고 애쓸 때 나오는 바로 그 소리를 원하는 것입니다.”
3. 애쓴다. 애쓴다고 다 될까?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된지 오래다. 우물을 파되 물이 나올만한 곳을 파야 된다. 공부도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새벽까지 앉아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다.
4.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최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뭔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고 염려한다. 125년간의 학습 연구, 40년의 인지심리학 연구 성과와 11인의 학자가 10년간 수행한 ‘교육헌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연구를 집대성한 하버드대대학교 출간 교육학 명저라는 소개도 뒤따른다. 그러나 잘못 배우고 있다는 말 이전에 잘못 가르치고 있는 교육환경에 대한 진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잘 가르쳐주면 잘 배운다.
5. 지은이들은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한 팀이 되었다. 연구를 나열하는 대신 복잡한 지식과 기술에 통달하는 법을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책은 각 장마다 새로운 주제들을 다루되 주요 학습 원리 두 가지를 책 자체에 적용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전략이란 간격을 두고 핵심 내용을 반복하기, 다르지만 관련 있는 주제들을 끼워 넣기다. 한 주제를 공부해 나가면서 주기적으로 복습하면 그 주제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주제의 내용들을 사아사이 끼워 넣는 식으로 공부하면 순서대로 하나씩 공부했을 때보다 각각의 주제를 더욱 잘 배울 수 잇다는 이야기다.
6. 이 책을 통해 획기적인 공부 방법을 얻어 보겠다는 생각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지식을 더 잘 익히고 오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7. 책에는 ‘인출 연습’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출몰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시험’이다. 시험 때만 되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하고 기도하지만 시험이라는 과정이 없으면 사실 공부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없다. 열심을 낼 필요도 없다. 그저 하는 시늉만 내도된다. ‘노력이 필요한 인출은 학습과 기억에 도움이 된다.’
8. 공부에 대한 방법론 이전에 공부에 대한 자세가 우선이다. 말을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공부에 대한 율곡 이이 선생의 말씀을 마음에 담는다. “공부란 늦춰서도 안 되고 성급해서도 안 되며 죽은 뒤에나 끝나는 것이다. 만약 공부의 효과를 빨리 얻으려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공부는 늦추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평생 꾸준히 해 나가야지 그렇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면 부모가 물려준 이 몸이 형벌을 받고 치욕을 당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