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4-240
『동양철학 인생과 맞짱뜨다』 신정근 / 21세기북스
1. 제목이 세다. 맞장을 뜬다는 것은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이다. 내가 살고 네가 죽느냐, 네가 죽고 내가 사느냐다.
2. 역사는 바라보는 자의 시각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온다.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도 중요하다. 정복자의 관점이냐 피해자의 관점이냐에 따라 사뭇 다르다. 하물며 동, 서양의 관점에서 보는 역사관, 국가관 또는 인간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3. 이 책의 지은이는 동, 서양의 정신적 풍토를 비교하면서 동양은 서양에 비해 모험과 도전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평가에 반감을 표한다. 따라서 지은이는 이 책에서 “동양학의 전체(Oriental Studies as Totality)”를 만나보자고 한다. 동양이 세계문명 중 하나이며 그 속에 도전과 모험 그리고 비판과 부정의 정신이 얼마나 활발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4. 일곱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안내를 해준다. 그 문의 이름은 파괴, 모험, 도전, 독립, 창조, 선언, 기획과 꿈이다.
5. 고대인 특히 동양인이 대하는 하늘은 생명의 주관체이다. 그래서 동양인은 비가 오나 창밖에 손을 내밀어도 손바닥이 위로 향하고, 서양인은 손등이 위로 향한다. 고대의 삶은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출생과 죽음의 운명까지 하늘과 연관되어 있었다.
6. 지은이는 『시경』과 『서경』에서 천명이 영원하지 않고 바뀔 수 있다는 테제(These)를 찾고 있다. “하늘의 명령이 영원하지 않다”, “하늘의 명령이 영원하지 않다”, “하늘의 명령은 되풀이되지 않는다”, “하늘의 명령은 지키기가 쉽지 않다”등이다.
7.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에는 페르시아 전쟁사가 담겨 있다. 이보다 앞서 중국에는 『서경』과 『춘추』가 있다. 『서경』은 부족사회를 안정시킨 요(堯)와 순(舜)임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은이는 여기에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를 든다. 사마천은 20대에 배낭여행을 떠난 순례자이자 모험가였다. 치민의 삶을 가고자 결심한 후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다. 사마천이 한 무제를 속였다는 혐의로 궁형(宮刑)을 받은 뒤 몸은 살아 있어도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이 때 그가 쓴 글을 통해 그의 고통을 들여다보게 된다.
8. “이 때문에 창자가 하루에도 아홉 번이나 뒤틀렸다. 집에 있으면 멍하니 정신이 나간 듯하고 밖에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치욕을 떠올릴 때마다 등골에서 땀이 나 옷을 적시기 일쑤였다...”
9. 궁형(宮刑)은 남/여의 생식기에 가하는 형벌로서, 남성은 생식기를 제거(거세:去勢)하고, 여성은 질을 폐쇄하여 자손생산을 불가능하게 하는 형벌이다. 춘추전국시대에 행해진 이 형벌은 사형을 당하게 되는 죄인(사형수)에게 사형과 궁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사형을 선택하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반면 궁형을 택하면 그 사람의 모든 명예는 무시되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궁형이 사형보다 더 큰 형벌로서 인식되었다. 사마천은 이 궁형을 당한 후에도 굴하지 않고 사기를 편찬했다. 그는 『사기』를 ‘발분지서(發憤之書)’라고 했다. 불행과 좌절을 겪으면서 드는 울분과 격분이야말로 창작과 실천의 무궁한 에너지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10.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서양의 역사와 고전에 익숙한 이 시대인 들에게 동양의 고전 속 인물들을 통해 힘과 지혜를 얻길 바라고 있다. 동서철학과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유학, 미학과 예술까지 학문의 영역을 넓혔다. 저서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외 3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