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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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만 특히 인문학은 사람이 중심입니다. 따라서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Sudia Humanitatis)'에서 출발했습니다. 과거 역사기록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문학 장소는 기원전 5세기 철학자 플라톤이 운영하던 아테네 근교에 위치한 '아카데미아'가 원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톤 아카데미'는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 일컬을 수 있습니다. 이곳 아카데미아에서 아테네 리더들에게 파이데이아(Paideia) 즉 인간됨의 본질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2. '인문학'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낸 사람은 키케로라고 합니다.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개념을 통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지도자 덕목을 제시했습니다. 키케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을 설명합니다. "인문학(Studia)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게 지켜주고, 나이 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으로 안내합니다. 또한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우리가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줍니다." 멋진 표현입니다.

 

3. 내 마음대로 한 줄 더 붙이고 싶습니다. "인문학은 낮은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이 땅에 살아가야 할 목적과 의미를 불어 넣어줍니다." 사실 한 없이 낮아진 자존감(자기 존재 감각)만 회복된다면, 좌절할 이유도 자살할 이유도 없어지지요. 이 책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는 인문학 서적으로 분류될 책은 아니지만, 저자 최준영이 인문학 관련 글과 강의를 통해 현재 낮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 힘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 이야기부터 풀어놨습니다.

 

4. 저자는 전작 [결핍을 즐겨라]에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마음 치유 인문학'을 전했지요. "비어 있어야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결핍은 희망을 품고있는 가능성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 책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에서도 역시 인문학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만난 생각들' 그리고 그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펼쳐집니다.

 

5. 저자의 장점은 그의 약점과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성장과정, 학력, 가정사,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등을 매우 가까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부끄러움이야말로 저를 키우는 밑거름이자 자양분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어쩌면 부끄러움을 먹고 사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부끄러움의 다른 말은 '결핍'입니다. 극복하지 못한 결핍과 그 결핍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그게 바로 저이고 저의 책입니다."

 

6. 힐링이란 단어가 여기저기 뜨는 요즈음입니다. 그 만큼 우리 모두가 힘들다는 이야기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힐링이란 단어가 너무 남발되다보니 멀쩡하던 사람도 하루 아침에 마음병 환자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힐링과 이웃인 '위로'라는 단어를 떠올려봅니다. 저자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임할 때마다 가슴에 새기는 말이 있답니다. 우산을 받쳐주는 위로가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위로'를 생각한답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겠냐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7. 지난 10년 간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전파한 저자는 인문학을 통한 성과라는 표현보다는 '인문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빈곤 문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의미에 힘을 주고 있군요. 경제사회적 관점에서 빈곤은 '분배의 문제'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빈곤은 분배의 문제 이전에 '관계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점 역시 공감합니다. 노숙인, 미혼모 시설 엄마들, 여성 가장들은 생활고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과 편견, 선입견 때문에 더욱 마음들이 힘들어지곤 하지요. 그 힘든 마음들에 에너지를 채워주는 일에 인문학이 처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함께 해봅니다.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켜서 내 편으로 만드는 것 보다는 나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빠를 수 있지요.

 

8. 책의 후반부엔 저자의 독서 생활이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내 이야기를 쓴 것 같기도 합니다. 글쓰기에 대해 쓴 부분이 눈과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글을 잘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꾸준히 쓰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에게 글쓰기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면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글쓰기 능력은 결코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묵묵하게 꾸준히 쓰는 것이야말로 글쓰기 실력을 쌓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단박에 늘지 않습니다. 꾸준히 쓰면 조금씩 감각이 생기는데, 그것도 아주 더디게 진행됩니다."

 

9. 현재 나의 글쓰기는 일 주일에 평균 5권 정도되는 북리뷰 쓰기가 전부입니다. 책을 읽으면 거의 리뷰를 쓰는 편이지요. 어떤 땐 리뷰를 쓸만한 책인가 아닌가를 먼저 따지기도 합니다. 읽기 전에 오는 감이라는 것이 있지요. 다른 리뷰어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지 몰라도 다른 리뷰는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읽어야 할 책은 출판사 리뷰나 홍보의 글도 외면합니다. 자칫 그 단어나 문구에 붙잡히면 정작 내가 리뷰를 쓸 때 내 나름의 느낌을 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10. 평소 마음에 담고 사는 생각으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하지요. "무엇인가 기대 하는 일, 무엇인가 해야 할 일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지금 많이 힘드시다구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가슴이 촉촉해지고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게 되는 부분이 한 두 군데 쯤은 있으리라 생각듭니다. 그럼 됐지요. 참..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는 일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 말엔 당연히 나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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