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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1 ㅣ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아마도 이 두 권의 책이 장편이었다면, 차일피일 미루다가 서가에 꽂혀있는 시간이 꽤 길었을 듯 합니다. 영미권 장르문학 대표주자 28인이 한 자리에 모였군요. 편집의도도 좋고, 기획도 그 만큼 값을 하는듯 합니다. 1,2권에 실린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템포가 빠릅니다. 소설을 통해서 영미 문화권 의식의 흐름이랄까, 경향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듭니다.
마치 28인의 작가들이 '나작'(나는 작가다)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경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의 작품에 콜을 하느냐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요. 미스터리, 크라임,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 유머, 페이소스 등 거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모듬 소설집입니다.
모든 작품을 소개해드리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1권과 2권에서 각기 한 편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각광 받은 범죄소설 작가 중 한 사람인 '스콧 필립스'의 [뱁스]. 스콧 필립스는 2000년 데뷔작 [The Ice Harvest] 로 뉴욕타임스를 통해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는 행운을 잡습니다. 그 해 캘리포니아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미스터리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됩니다. 그의 소설은 발표된지 얼마 안 되어 영화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뱁스]
분위기가 매우 탁합니다. 무대는 라스베이거스입니다. 주인공격인 테이트는 몇 달 동안 위치타에 있는 새아버지의 스트립 클럽에서 바텐더로 일한 끝에 LA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의 부탁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를 건네 받아야 합니다. '뱁스'는 친구의 부탁으로 만나야 하는 스트립 댄서의 이름입니다. 테이트는 그 물건이 마약일 것이라는 100% 추측을 합니다. 그 추측이 맞습니다. 오호. 이 소설엔 동물이름, 숫자 등이 마구 뒤섞인 욕설이 난무합니다. 아마도 라스베이거스의 한 모퉁이에서 빈번하게 일어 날 만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이 짧은 소설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테이트가 뱁스에게 반했군요. 그 장소가 어찌 되었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곳도 좋은 느낌을 주긴 하지요.
"시내로 향하면서, 이른 아침 하늘을 물들이는 저 명멸하는 휘황한 불빛들을 바라본다. 이젠 더 이상 앞길에 도사리고 있을, 불쑥 터져 나와 나를 휘어잡을 순간적인 졸음이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나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생겨났다."
좀 색다른 작가와 작품이 눈에 띕니다. 마틴 리먼이라는 작가를 소개합니다. 1968년 아직 십 대일 때 그는 처음 한국으로 왔습니다. 20년 간 미군에 복무하다 퇴역했고, 복무 기간 중 10년을 한국에서 보냅니다. 주한 미군으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미군 범죄수사관 조지 수에뇨, 어니 바스콤 콤비 시리즈를 썼고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7권이 출간 되었다고 하네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쓴다. 한국에 대해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미국 워싱톤주 시애틀에 살고 있습니다.
[오 양의 정반대]
'다시는 그 둘이 만날 일 없으리." 한 현자가 말한 바 있다. 라고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현자가 말한 그 둘 이란, 사람이 아니라 동, 서양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시대적 배경은 60 년대 후반과 70 년대 초반쯤 되는 듯 합니다. 팔당 부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주제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오양. 오양은 다방 종업원입니다. 미 8군에서 범죄 수사관으로 근무하는 호르헤 수에뇨와 그의 파트너 어니 베스컴이 사건 수사를 위해 파견됩니다. 로텐버그 미 일병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한국 경찰에서 구금하고 있군요. 결국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만, 사건의 스토리보다도 지은이 마틴 리먼이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묘사한 대목에 시선이 머뭅니다.
"하얗게 회를 칠한 건물에 '대한민국', 즉 한국의 국기가 차가운 아침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물방울 모양이 서로를 껴안은 듯한 태극 문양이 음과 양이 서로 꼬리를 문 모습으로 순백색 바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새로 온 미군 병사는 한국인들이 서로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고는 어리둥절해진다. 손을 흔드는데 둘 중 누구도 어디로 가지를 않는 것이다. 사실은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손을 펄럭이는 그 동작은 이리로 오라는 뜻이다. 그러니 미국인의 눈에 '잘 가세요'로 보이는 것이 실은 '어서 와요'를 뜻한다."
이 책은, 책 읽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책 무섬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우선은 재밋고, 현학적이지 않고, 머리 아프게 생각을 하면서 안 봐도 되기 때문입니다. 넌지시 1권을 권해보고 반응을 본 후 2권을 건네주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