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day’s Book 〉
『날마다, 도서관』 -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주일 | 날마다 시리즈
_강원임 / 싱긋 (2025)
“고통을 망각하기 위한 독서는 나의 건강한 회피 행동이 되었다. 직면만이 좋은가. 아니다. 안전하게 회피하는 것도 때로는 삶의 지혜다. 회피할 시공간을 잘 찾아 도서관에 책을 보러 온다. 도서관은 혼자 가기에 가장 가깝고 안전한 밤의 피난처다.”
_「가장 가깝고 안전한 밤의 피난처」에서
나의 경우, ‘고통을 망각하기 위해서’까지는 아니지만,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듯한 상황이 닥치면, 나는 도서관에 간다. 조용해서 좋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가급적 소리를 안내려고 애쓰는 열람자들의 태도도 좋다. 책 냄새도 좋다. 온, 오프 서점에서 찾지 못한 책이나, 중고서적상들이 10배, 20배 가격표를 붙여놓은 책들도 가끔 만난다. 때로 책등만 보고 다녀도 좋다.
언젠가 본 재난영화가 생각난다. 갑자기 지구상에 급격한 한냉전선이 내려앉아 모든 것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순간 얼어버리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얼음땡이 된다. 청년 몇이 살아남을 곳을 찾던 중 시립도서관에 들어서게 된다. 난로에 불을 피우려했지만, 연료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책을 태우기 시작한다. 도서관 사서가 불속에 던져진 책을 급하게 꺼낸다. 18세기 초판본 성서라고 한다. 한 번 가슴에 품더니 다시 불속으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책은 살아있을 때도 사람을 살리더니, 죽어가면서도 사람을 살렸다.
이 책의 지은이 강원임 작가는 도서관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하는 애서가이다. 나도 같은 부류이다. 월화수목금토일 도서관을 향하는 지은이. 결국 1년 365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미 도서관 마니아들에게는 깊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럼 어디 나도 도서관에서 좀 놀아볼까? 하는 독자들에겐 도서관 이용에 관한 꿀팁도 알려준다. 도서관 놀이터는 돈이 안 들어서 좋다. 100번대(철학)에서 놀던, 300번대(사회과학)에서 놀던, 800번대(문학)에서 놀던 그 동네만 잘 찾아다니고 길만 잃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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