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한한 지음, 최재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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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_한한 / 문학동네

 


 

우리는 어떤 나라의 생산품을 보이콧했다, 그들이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의 생산품을 보이콧한다, 그들이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의 생산품을 보이콧한다, 그들이 우리의 체면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생산품을 지지한다, 그랬더니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상하게 하였다.” _,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

 

 

촌철살인의 글이다. 짧은 글 속에서 자존심, 감정, 체면에 거의 목숨을 거는 중국, 중국인민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토종 중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중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읽다보면, 그 표현력에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중국인이 쓴 글이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쓴 중국, 중국인의 모습은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글 쓰는 이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쓴 글이라고 해서 다 믿을 것은 못된다. 물론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에세이 형식의 글들은 거의 국뽕에 물든 글들이 많다. 그래야만 몸과 펜이 안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정부 관리의 수많은 눈이 엄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익에 반()’하는 글들은 100% 삭제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 중 관리의 눈에 거슬리면, ‘국익에 반()’하는 글이 된다. 글이 삭제되는 것만으로 다행인줄 알아라 하는 분위기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한한(韓寒)은 중국청년문화의 기수 또는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저자의 개인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정리한 것이다(인터넷에서 (강제)삭제된 글들도 많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의 원서도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 출간된 듯하다. 1982년생인 한한은 중학교 재학시절부터 여러 매체에 소설과 신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특유의 예술적 감각과 반골기질은 정상적인 학업수행의 걸림돌이 된다. 기말고사의 7개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유급된다. 아마도 한한이 자초한 듯하다. 두 번의 유급 후 퇴학수속을 밟게 된다. 자퇴 처리된다. 18세 되던 해 소설 삼중문三重門을 출판한다. 상하이의 중학교 3학년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중국의 교육 풍토, 나아가 중국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 이 작품을 통해, 이른바 한한현상을 불러일으킨다(자전적 소설이라고 짐작된다). 이 소설 발표 후 10년간의 누적 발행 부수가 200만 부를 넘으며 중국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다. 20세 되던 해 1, 소설 소년처럼 질주하라를 출판한다. 이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의 20대 때 쓴 글들이다. 저자가 고교 중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 내 모 유명대학에서 특별입학을 제안했으나, 본인이 거절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저 운이 좋아서 그리 된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글 속에 중국고전을 인용하면서 능청스럽게 언어의 유희를 즐기기도 한다. 반어적 표현도 뛰어나다. 중국 선전(深圳)의 경찰들에 관한 기사를 보고 쓴 글을 본다. “선전의 경찰들이 차에 치여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1000여명에 달하는 거리의 창녀들과 성매매자들을 잡아들였으며 이들을 공개적으로 처리했으니, 조화사회를 위해 참으로 큰 공을 세웠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어쩌면 경찰이나 관리들의 비호를 받고 있을 창녀들이라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며 그들의 거처에 대한 정보제공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 위치란 각 사성 및 오성급 호텔에 있는 KTV와 사우나, 그리고 선전의 여러 호화 목욕탕과 노래방 등이다. 그들에게 연줄이 있다 한들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연줄이 아무리 대단해도 모두 앞으로 끌고 나와서 공개해야지, 노상 아무 연줄도 없는 사람들만 잡아들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한 술 더 뜬다. “공개적으로 처리한 것도 잘했다. 앞으로는 취조 과정도 공개해서, 세상 사람들이 경찰의 무예 실력을 똑똑히 목격하게 하자. 네놈들이 감히 범죄를 저지르다니, 요즘 같은 시대에 연줄도 없고 공교롭게 정신병에 걸리지도 않은 것들이 죄를 지으면 법률과 경찰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걸핏하면 온 나라가 분노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제하의 글도 흥미롭게 읽었다. 글의 시작은 이렇다. “올해는 시시비비가 대단히 많은 해였다. 우리 국민도 그에 따라 여러 차례 분노를 터트려야만 했다. 물론 많은 경우 우리는 내부적으로 분노를 터트릴 수 없으므로,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 즉 대외적으로 분노를 터트릴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차례라도 놓칠 리가 없다.” 글을 읽어보니 영화배우 샤론 스톤의 발언이 문제가 된 듯하다. 방송에서 아마도 어떤 인터뷰 중 토막 부분만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바람에 중국인민들의 신경이 몹시 거슬렸던 모양이다. “사실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어느 날 어떤 외국인이 정말로 기분 나쁜 말을, 우리를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을 때, 우리나라가 위로는 외교부로부터 아래로는 동네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모두 입장을 표명하고, 국민들은 더더욱 흥분해 날뛰며 난리법석을 떠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내 입장은 여전히 그대로다. 즉 그들이 당신과 다퉈서 얻어내려는 것은 모두 실질적인 이익인데, 당신은 그들 앞에서 오직 체면을 한번 세우려고만 할 뿐이다. 그 허망하고 쓸데없는 체면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소리를 하건 신경 쓰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다.”

 

 

저자가 바라는 그의 조국 중국은 어떤 모습인가? 일본의 한 언론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옮겨본다. “부동산이나 땅장사를 통하지 않고, 저급한 가공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변함없이 높은 GDP를 기록할 것. 당연히 일인당 GDP를 말하는 것. 착한 사람이 담을 넘지 않아도 되고, 나쁜 사람이 감옥에 가는 것.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가 있고,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만한 문예가 있을 것. 깨끗한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을 것. 새장 안에 갇힌 권력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니 하지 못할 말이 없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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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2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중국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라는 생각을 해봐요. 이 저자처럼 비틀어 볼 수 있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한데 점점 중국은 경직되어가는게 심해지는 듯하여 옆나라로서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게 되네요.

쎄인트saint 2022-06-22 17:36   좋아요 2 | URL
예..공감합니다.
중국인민들의 건전하지 못한 집단의식.
워낙 큰 물줄기인지라...무시할 수 없네요..
참으로 신경쓰이는 부분입니다.